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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마지막의 날개와 비상(飛翔)에의 소망은 박제(剝製)와 무력(無力)과 유폐된 시간으로부터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릴 수 있는 탈출의 욕망이며, 아내라는 구속성과 거짓됨에 맞설 수 있게 하는 진정한 자아의 확인이자 건전성(健全性)에 대한 향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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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날개> 해설 정리 – 솜비’s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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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9/1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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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날개 해설3-이상 날개 해석-날개 마지막 부분
모두가 궁금해하는 이상의 날개 끝부분입니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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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4/3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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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읽자!] 이상, ‘날개’, 전문 해설<1>, 제대로 읽자! – 뿔란
날개.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작품의 첫 문장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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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2/2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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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날개> 읽기 – 브런치
(3) 해석적 방법 : 작품의 내용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으로, 이상의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자아와 세계의 단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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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8/2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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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소설) – 나무위키:대문
해설[편집]. 이상이라는 작가가 한국문학사에 있어 워낙에 규격 외의 행보를 걸었던 작가이니 만큼 상식적인 분석법이 얼마나 타당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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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 이상 – 푸른행복의 이야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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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0/2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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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날개’ , 쉽게 풀어쓴 줄거리와 작품분석 – 이카네 집
이상의 시 작품과 마찬가지로 ‘날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 혹은 이 두 인물을 자아분열 의식 속에서의 두 자아로 해석하기도 …
Source: nghood1.tistory.com
Date Published: 4/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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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 줄거리 및 해설 / 이상 – 국어문학창고
날개( 1936년 9월, <조광> 11호) 작가:이상(李箱, 1910 – 1937) 본명 김해경(金海卿) 서울에서 출생. 보성고보를 거쳐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졸업.
Source: seelotus.tistory.com
Date Published: 4/1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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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Published: 2019.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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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특강 날개(이상) 해설 및 문제
01 현대소설 날개 / 이상
작품의 줄거리
지식 청년인 ‘나’는 놀거나 밤낮없이 잠을 자면서 아내에게 사육(飼育)된다. ‘나’는 몸이 건강하지 못하고 자의식이 강하며 현실 감각이 없다. 오직 한번 아내를 차지해 본 이외에는 단 한번도 아내의 남편이었던 적이 없다. 아내가 외출하고 난 뒤에 아내의 방에 가서 화장품 냄새를 맡거나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면서 아내에 대한 욕구를 대신한다. 아내는 자신의 매음(賣淫) 행위에 거추장스러운 ‘나’를 볕 안 드는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수면제를 먹인다. 그 약이 감기약 아스피린인 줄 알고 지내던 ‘나’는 어느 날 그것이 수면제 ‘아달린’이라는 것을 알고 산으로 올라가 아내를 연구한다.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를 수면제 ― 그것을 한꺼번에 여섯 알이나 먹고 일주야를 자고 깨어나서, 아내에 대한 의혹을 미안해한다. ‘나’는 아내에게 사죄하러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그만 아내의 매음(賣淫) 현장을 목격하고 만다. 도망쳐 나온 ‘나’는 거리를 쏘다니던 끝에 미시꼬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가 스물여섯 해의 과거를 회상한다. 이때 정오(正午)의 사이렌이 울고, ‘나’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 ……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외출’의 의미
아내에게 종속되어 바깥 세상과는 단절된 상태로 살던 ‘나’에게 외출은 새로운 세계와의 교섭이자,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된다. ‘나’는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내라는 존재의 실체와 직면하게 되면서 전도된 아내와의 관계를 정상으로 회복할 가능성을 보인다. 첫 외출은 돈을 쓰는 쾌감을 체험하고 싶은 목적으로 나갔으나 지향 없이 헤매다 돌아온다. 그러나 그 뒤에 온 변화, 즉 아내에게 돈을 쥐어 주고 아내와 잠을 자게 된 일 때문에, 두 번째 외출은 이러한 쾌감을 느끼기 위해 이루어진다. 세 번째 외출은 아내가 돈을 주면서 늦게 오라고 종용한 것으로 타의성이 짙다. 네 번째는 아내가 감기약이라고 준 것이 수면제 아달린이라는 것을 알고 배신감을 느껴 외출한 것으로, 죄책감에 빠져 돌아오다가 아내의 적나라한 매음 현장을 목격한다. 그래서 달려나온 다섯 번째 외출은 일종의 탈출로, 다섯 번의 외출 중 가장 극적이고 의식적인 행위이다. 이 외출에서 ‘나’는 잊고 있던 날개(자기 정체성)가 다시 돋아나는 것을 느끼면서 생의 의지를 회복한다.
▣ 서술상의 특징
• 1인칭 주인공 시점의 독백체 • 의식의 흐름 ⇨ • 자기의 주관적인 의식 세계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음. • 일상적 자아가 본질적 자아를 대상화하여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자신의 의식 세계를 더욱 사실적으로 돋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음.
* 의식의 흐름 기법 소설 속 인물의 의식세계를 자유로운 연상 작용을 통해 가감 없이 그려내는 문학적 방법으로, 실제 의식의 흐름 자체라고는 할 수 없다. ‘의식의 흐름’ 수법을 사용하는 소설은 외적 사건보다 인간의 내면적 자아와 내면세계의 실체에 관심을 집중하여 서술하는 작품이다.
▣ 공간의 상징성과 ‘외출’의 의미
방 유폐된 공간으로 자폐적 삶을 사는 나의 폐쇄적이고 종속적인 성격을 드러냄. ‘나’의 태도는 수동적임. 외출 비본질적인 자아에 눌려 있던 본질적인 자아를 자각함으로써 분열된 자아를 통합해 가는 과정 외출을 통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나’는 음울한 자폐 상태에서 자아의 회복으로 점점 전이되어 감. ① 첫 번째 외출 : 아내의 사생활을 인지함. ② 두 번째 외출 : 아내와의 관계에 변화가 옴. ③ 세 번째 외출 : 폐쇄적인 환경에서 벗어남. ④ 네 번째 외출 : 일상성에서 벗어난 삶으로의 이행 ⑤ 다섯 번째 외출 : 자발적인 일탈 행동 * 마지막 대목의 ‘날자꾸나’라는 자기 독백은 과거의 폐쇄적 삶과의 결별 선언을 의미함. 거리 열린 공간으로서 자아의 해방과 회복을 의미함. ‘나’의 태도가 자의적이고 의지적으로 바뀜.
▣‘나’와 아내의 관계
• 일반적인 부부 관계와 달리 비정상적임. • ‘나’와 ‘아내’의 관계가 전도됨. •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 관계임. • 대화가 단절되었으며 소통을 모색하지 않음. ‘나’ ↔ 아내 • 주변적, 비일상적 인물 • 어두운 방에 거처함. • 아내에 종속되어 무기력하게 살아감. • 경제적, 사회적으로 아내보다 열등함. • 생활력이 없음. • 중심적, 일상적 인물 • 밝은 방에 거처함. • 매매춘을 하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짐. • 경제적, 사회적으로 남편보다 우월함. • 생활력이 강함.
▣ 소재의 상징적 의미
금붕어 ‘나’의 내부에 존재하는 상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나’를 각성시키는 계기가 됨.
정오의 사이렌 ‘나’가 자신의 실체를 확인하고 내적 자아를 각성시키는 시간적 계기가 됨.
날개 본연적 자아를 회복하고자 하는 ‘나’의 자유와 본질에 대한 열망과 소망, 나아가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함.
◆ 해제 : 매춘부인 아내에 붙어사는 무기력한 ‘나’를 통해 자아의 분열을 그린 한국 최초의 심리주의 소설이다. 주인공 ‘나’의 유일한 삶의 지반이었던 아내로부터의 배반감이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그러므로,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란 그의 외침은 마지막으로 취할 수 있는 <탈출 의지>의 표현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박제(剝製)된 천재는 무기력 한 탈출 의지로 실패감을 맛보게 된다. 이 소설의 부부 관계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이다. 아내에 대한 예속자 혹은 기생적(寄生的) 존재로서 스스로의 인격적인 소유권과 시민성(市民性)이 없는 ‘나’에 비해 아내는 나를 지배하고 ‘사육하는’ 위치에 있다. ‘외출’, ‘내객’, ‘돈’이란 단어들이 알려 주듯이 아내의 직업은 창녀이다. 쉽게 말해서, ‘나’는 ‘꽃’에 매달려 사는 기둥서방인 것이다. 그래서 ‘나’와 아내의 관계는 ‘닭이나 강아지처럼’이란 동물적 비유가 의미하듯 종속적인 관계이다. 이런 종속 관계는 시간과 공간의 소유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아내의 매음(賣淫) 현장이 ‘나’에게는 금단(禁斷)의 공간이며, 외출을 통해 아내의 가학적 감금에서 일단 풀려 나온 ‘나’는 다시 아내가 쳐 놓은 시간에 감금된다. 자정(子正) 전에는 절대로 집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의 외출 시간은 아내의 매음과 자신의 자유 방임이 묵계된 시간이다. 이러한 자정(子正)의 시간과 반대쪽인 정오(正午)의 사이렌은 강요된 억압으로부터 해방되는 전기(轉機)가 된다. 즉, 대낮의 정점으로서의 정오(正午)는 ‘나’의 유폐성(幽閉性) 극복과 도착(倒錯)된 아내와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전환점으로서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이다. 그러므로 마지막의 날개와 비상(飛翔)에의 소망은 박제(剝製)와 무력(無力)과 유폐된 시간으로부터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릴 수 있는 탈출의 욕망이며, 아내라는 구속성과 거짓됨에 맞설 수 있게 하는 진정한 자아의 확인이자 건전성(健全性)에 대한 향수이다.
◆ 갈래 : 단편 소설, 심리 소설, 신변 소설
◆ 성격 : 고백적, 상징적
◆ 배경 : ① 시간 – 1930년대 어느 날
② 공간 – 경성(서울)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제재 : 식민지 지식인의 무기력한 삶
◆ 특징 : ① 인물의 의식의 흐름에 따른 자동기술법에 의해 전개된다.
② 1930년대 무기력한 지식인의 삶을 보여 준다.
③ ‘나’와 아내의 대조를 공간의 대조를 통해 보여 준다.
◆ 주제 : 무력한 삶과 자아 분열 속에서 어나 본래의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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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전략) 아내는 하루에 두 번 세수를 한다. 나는 하루한 번도 세수를 하지 않는다. 나는 밤중 세 시나 네 시 해서 변소에 갔다 달이 밝은 밤에는 한참씩 마당에 우두커니 섰다가 들어오곤 한다. 그러니까 나는 이 18가구의 아무와도 얼굴이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 18가구의 젊은 여인네 얼굴들을 거반 다 기억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 아내만 못하였다. 열한 시쯤 해서 하는 아내의 첫번 세수는 좀 간단하다. 그러나 저녁 일곱 시쯤 해서 하는 두 번째 세수는 손이 많이 간다. 아내는 낮에보다도 밤에 더 좋고 깨끗한 옷을 입는다. 그리고 낮에도 외출하고 밤에도 외출하였다. 아내에게 직업이 있었던가? 나는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만일 아내에게 직업이 없었다면 같이 직업이 없는 나처럼 외출할 필요가 생기지 않을 것인데 아내는 외출한다. 외출할 뿐만 아니라 내객이 많다. 아내에게 내객이 많은 날은 나는 온종일 내 방에서 이불을 쓰고 누워 있어야만 된다. 불장난도 못한다. 화장품 냄새도 못 맡는다. 그런 날은 나는 의적으로 우울해하였다. 그러면 아내는 나에게 돈을 준다. 오십 전짜리 은화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그러나 그것을 무엇에 써야 옳을지 몰라서 늘 머리맡에 던져 두고 두고 한 것이 어느 결에 모여서 꽤 많아졌다. 어느 날 이것을 본 아내는 금고처럼 생긴 벙어리를 사다 준다. 나는 한 푼씩 한 푼씩 고 속에 넣고 열쇠는 아내가 가져갔다. 그 후에도 나는 더러 은화를 그 벙어리에 넣은 것을 기억한다. 그러고 나는 게을렀다. 얼마 후 아내의 머리 쪽에 보지 못하던 누깔잠이 하나 여드름처럼 돋았던 것은 바로 그 금고형 벙어리의 무게가 가벼워졌다는 증거일까, 그러나 나는 드디어 머리맡에 놓였던 그 벙어리에 손을 대지 않고 말았다. 내 게으름은 그런 것에 내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싫었다. (중략) 어쨌든 나섰다. 나는 좀 야맹증이다.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밝은 거리로 골라서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리고는 경성역 일 이등 대합실 한 곁 티 룸에를 들렀다. 그것은 내게는 큰 발견이었다. 거기는 우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안 온다. 설사 왔다가도 곧들 가니까좋다. 나는 날마다 여기 와서 시간을 보내리라 속으로 생각하여 두었다. 제일 여기 시계가 어느 시계보다도 정확하리라는 것이 좋았다. 섣불리 서투른 시계를 보고 그것을 믿고 시간 전에 집에 돌아갔다가 큰코를 다쳐서는 안 된다. 나는 한 부스에 아무것도 없는 것과 마주 앉아서 잘끓은 커피를 마셨다. 총총한 가운데 여객들은 그래도 한 잔 커피가 즐거운가 보다. ㉠ 얼른얼른 마시고 무얼 좀 생각하는 것같이 담벼락도 쳐다보고 하다가 곧 나가 버린다. 서글프다. 그러나 내게는 이 서글픈 분위기가 거의 티 룸들의 그 거추장스러운 분위기보다는 절실하고 마음에 들었다. 이따금 들리는 날카로운 혹은 우렁찬 기적 소러가 모차르트보다도 더 가깝다. 나는 메뉴에 적힌 몇 가지 안 되는 음식 이름을 치읽고 내리읽고 여러 번 읽었다. 그것들은 아물아물한 것이 어딘가 내 어렸을 때 동무들 이름과 비슷한 데가 있었다. (중략)
1. 이 글의 ‘나’에 대한 설명으로 잘못된 것은?
① 비사교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② 어린아이 같은 장난을 즐기고 있다.
③ 문화적 소양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④ 아내의 행동을 의심하면서 미워하고 있다.
⑤ 아내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갖고 있지 않다.
1) ④
2. (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② 주인공이 외출하는 타당한 이유를 제시했다.
③ 일반적인 부부관계를 전도(顚倒)시켜 드러냈다.
④ 불합리한 사회 구조를 수용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드러냈다.
⑤ 여권(女灌)이 크게 신장된 근대 가족의 형태를 비판적으로 제시하였다.
2) ③
3. ‘아내의 외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아내의 외도나 매음을 암시하고 있다.
② 남편은 아내의 외출을 내심 환영하고 있다.
③ 남편인 ‘나’에게 가장 큰 고민거리를 안겨 준다.
④ 아내의 적극성이나 외향성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⑤ 남편은 아내의 외출 동기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3) ③
4. ㉠의 의미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① 소라 : 소설 속의 ‘나’는 개인화되고 단절된 도시적 살을 포착하고 있어
② 채원 : 아내로부터 소외된 ‘나’는 결국 모든 사람으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구나.
③ 현석 : ‘나’는 현실의 부정성과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저 무기력하게 살고 있구나.
④ 승민 : 소설 속의 ‘나’는 외부의 사물을 파악하는 데 무언가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아.
⑤ 유진 : 소설 속의 박’가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의 단절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표현하고 있구나.
4) ①
5. 이 글에서 <보기>의 설명에 해당하는 소재를 찾으면?
아무런 인생의 낙이 없는 ‘나’에게 이것은 하나의 보람이자 기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자신의 모든 정체성을 잃어버린 ‘나’에게 이것은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갖게 해 주는 표지이기도 한 것이다.
① 불장난 ② 은화 ③ 경성역 ④ 시계 ⑤ 커피
5) 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커피―. 좋다. 그러나 경성역 홀에 한 걸음을 들여놓았을 때 나는 내 주머니에는 돈이 한 푼도 없는 것을, 그것을 깜박 잊었던 것을 깨달았다. 또 아뜩하였다. 나는 어디 선다……. 그저 맥없이 머뭇머뭇하면서 어쩔 줄을 모를 뿐이었다. 얼빠진 사람처럼 그저 이리 갔다 저러 갔다 하면서…….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 시간 후에 내가 미스코시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 온 스물 여섯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이렇다는 아무 제목도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또 내 자신에게 물어 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허리를 굽혀서 나는 그저 금붕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금붕어는 참 잘들도 생겼다. 작은 놈은 작은 놈대로 큰 놈은 큰 놈대로 다 싱싱하니 보기 좋았다. 내리비치는 오월 햇살에 금붕어들은 그릇 바탕에 그림자를 내려뜨렸다. 지느러미는 하늘하늘 손수건을 흔드는 흉내를 낸다. 나는 이 지느러미 수효를 세어 보기도 하면서 굽힌 허리를 좀처럼 펴지 않았다. 등허리가 따뜻하다. 나는 또 희락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비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나는 피로와 공복 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를 끌고, 그 희락의 거리 속으로 섞여 들어가지 않을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그 때 내 눈 앞에는 아내의 모가지가 벼락처럼 내려 떨어졌다. 아스피린과 아달린 /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설마 아내가 아스피린 대신에 아달린의 정량을 나에게 먹여 왔을까? 나는 그것을 믿을 수는 없다. 아내가 대체 그럴 까닭이 없을 것이니 그러면 나는 날밤을 새면서 도적질을, 계집질을 하였나? 정말이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 때 뚜우 ― 하고 정오 싸이렌이 울었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아, 그것은 내 ㉠ 인공의 날개 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러고 어디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자 보자꾸나.
6.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나’는 과거에 대해 분명한 기억이 없다.
② ‘나’는 정오 무렵 미쓰코시 옥상에 올랐다.
③ ‘나’는 아내와의 오해를 기필코 풀고자 한다.
④ ‘나’의 정신은 정오가 되자 매우 어수선해진다.
⑤ ‘나’는 상상 속에서 ‘한 번만 날아보자.’고 외친다.
6) ③
7. ‘나’의 아내에 대한 심리와 연관지어 ‘아스피린’과 ‘아달린’의 의미를 적절하게 설명한 것은?
① ② ③ ④ ⑤ 아스피린 믿음 정성 사랑 희망 적극성 아달린 불신 무관심 믿음 절망 소극성
7) ①
8. 다음은 이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다.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이 소설의 ‘나’는 그간의 자기 살의 태도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보이고 있어.
② 주인공인 ‘나’는 끝내 꿈과 희망을 되살리지 못하고 유아 세계에 머무는구나.
③ 이 소설의 ‘나’는 지식인으로 보이는데 무슨 이유로 이런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을까?
④ 이 소설의 사건은 논리적 전개에 의한다기보다는 나 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고 있어.
⑤ 이 소설의 ‘나’에게는 거리의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분주함과는 대비되는 어떤 고독한 심정이 있는 것 같아.
8) ②
9. <보기>는 이 글에 대한 비평의 일부분이다. <보기>의 ‘이것’에 대응하는 것을 이 글에서 찾으면?
글방에서 잠을 자며 의식의 최저점을 보여 준 ‘나’가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임을 깨닫게 되는데 이것은 ‘나’의 내부에 존재하는 어떤 상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또한 ‘나’를 각성시키는 계기가 된다. 즉 의식의 깨어남, 상승에의 욕구가 내부에서 일어날 때 비로소 인간의 의식을 지니게 되는데 이것은 최초의 자극제가 되는 것이다.
① 돈 ② 금붕어 ③ 아내 ④ 아달린 ⑤ 싸이렌
9) ②
10. ㉠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삶의 의미를 깨달음 ② 자신에 대한자신감
③ 오해로 가득 찬 아내와의 관계 ④ 점차 희망이 되살아남
⑤ 자신의 관념 속에 만들어진 상상 속 존재
10) ③
날개, 정답지
1) ④
2) ③
3) ③
4) ①
5) ⑤
6) ③
7) ①
8) ②
9) ②
10) ③
이상, <날개> 해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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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9월 종합지인 『조광(朝光)』에 발표되었다. 「오감도(烏瞰圖)」(1934)·「지주회시(蜘鼄會豕)」(1936) 등 실험적인 작품에 대한 생경한 반응을 신심리주의 또는 심화된 리얼리즘이라는 평가로 바꾸게 한 작가의 대표적 작품이다.
한국 소설사의 전통에서 이상 문학의 비범성을 부각시키고 한국 소설의 전통시학에 변혁을 가져온, 문학사상 획기적인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식 청년인 ‘나’는 놀거나 밤낮없이 잠을 자면서 아내에게 사육된다. ‘나’는 몸이 건강하지 못하고 자아의식이 강하며 현실 감각이 없다. 오직 한 번 시행착오로 아내를 차지해본 이외에는 단 한 번도 ‘아내’의 남편이었던 적이 없다.
아내가 외출하고 난 뒤에 아내의 방에 가서 화장품 냄새를 맡거나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면서 아내에 대한 욕구를 대신한다. 아내는 자신의 매음 행위에 거추장스러운 ‘나’를 ‘볕 안 드는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수면제를 먹인다.
그 약이 감기약 아스피린인 줄 알고 지내던 ‘나’는 어느 날 그것이 수면제 아달린이라는 것을 알고 산으로 올라가 아내를 연구한다.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를 수면제를 한꺼번에 여섯 개씩이나 먹고 일주야를 자고 깨어난다.
아내에 대한 의혹을 미안해하며 ‘나’는 아내에게 사죄하러 집으로 돌아왔다가 그만 아내의 매음 현장을 목도하고 만다. 도망쳐 나온 ‘나’는 쏘다니던 끝에 미스꼬시 옥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스물여섯 해의 과거를 회상한다.
이 때 정오의 사이렌이 울고 ‘나’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의의와 평가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자기 소모적이고 자기 해체적인 모습을 그려, 사회 현실의 문제를 심리적인 의식의 내면으로 투영시킨 문학기법상의 방향전환으로 문학사적 의미를 가진다.
또한, 이전 1920년대 1인칭소설에서 목격자나 실제 경험자의 보고, 고백이 외면적 표현이나 평면적 구성에 머무르지 않고, 심층심리의 표현이나 입체적 구성의 시도 등의 실험정신을 통하여 내면화되어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현대소설사의 한 분기점이 된다.
구실이 뒤바뀐 부부 관계는 사육되는 남편의 모습을 통하여 일상으로부터 소외된 ‘나’의 가치가 전도된 삶을 은유한다.
일상 세계와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던 아내와 단절된 상태에서 일상으로부터 차단된 자아분열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자기 구제를 꾀하려는 ‘나’의 역설적인 비상(飛上)은 이상의 실험적인 문학 정신을 바탕으로 형상화되었다.
특히, 식민지 사회의 병리를 개체적인 삶의 모순과 갈등으로 치환시킴으로써 사회 현실을 외면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점에서도, 의식 및 심리의 내면화 현상은 1930년대 문학사에서 새롭게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작품해설
1936년 9월 『조광』에 발표된 이상의 소설.
최재서는 이 작품이 알 수 없는 소설이 아니라 리얼리즘이 심화된 소설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날개」는 이 땅에 발표된 최초의 모더니즘 소설로 규정된다. 이 소설의 특성으로는, 일반적인 소설이 끝나는 곳, 곧 생활과 행동이 끝나는 곳에서 출발하는 순의식의 세계라는 점, 소설의 주인공이 무능력하고 타인과의 교제가 불가능한 반사회적인 인물이지만 예민한 감수성과 지성의 소유자라는 점, 패배당한 현실에 대한 분노로 현실 모독이 드러난다는 점등이 지적될 수 있다.
특히 이 소설의 대표적인 기법인 풍자, 위트, 야유, 과장, 패러독스, 자조 등은 현실 모독의 지적 수단으로, 주로 가족 생활, 금전, 성, 상식, 안일 등을 겨냥한다. 한편 김윤식은, 「동해」가 결혼을 앞둔 남녀 관계를 다룬 것이고, 「날개」는 결혼 생활을 다룬 것이며, 「종생기」는 결혼의 파탄을 다룬 것으로 보면서 남녀 문제를 대칭점의 시각에서 다룬 이상 문학의 삼부작으로 해석한다.
이 소설의 앞부분에는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라는 아포리즘이 나오는 바, 김윤식은 이를 19세기적 사고에 대한 거부의 포즈로 해석한다. 따라서 이 소설은 모더니티에의 지향성을 기본으로 하며, 구성 양식은 아포리즘과 본문의 대립, 혹은 융합으로 드러난다. 이승훈은 시간구조를 중심으로 이 소설의 의미를 해명하는 바, 「날개」의 시간구조는 원형, 혹은 순환성을 띤다는 점이 지적된다. 그러나 이런 순환적 시간은 릴레이식의 우주적 시간 개념과 그대로 일치하지 않으며, 실존적 시간과 결합된다는 점이 강조된다.
따라서 이 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특성은 실존적 시간의 개체성과 우주적 시간의 집단성 사이에 유동하는 시간이며, 그것은 공포와 황홀의 변증법으로 인식된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
핵심정리
성격 : 자기고백적, 상징적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배경 – 시간적 배경 : 1930년대 어느날
외출하는 시간이 어두운 밤(자정) → 낮(정오)로 이동 (죽음의 체험에서 재생으로 옮아가는 것을 의미)
– 공간적 배경 : 해가 들지 않는 서울의 33번지 구석방
(상황의 외부적 억압과 어둠속으로 방황하는 ‘나’의 내적 풍경 암시.
이 제한된 공간은 외출을 통해 거리, 역 대합실, 산, 옥상으로 확대됨)
주제 ① 전도된 삶과 자아 분열의 의식 속에서 본질적 자아를 지향하는 인간의 내면 의지
② 식민지 지식인의 자의식
특징 ① 억압된 자아의식을 ‘방’이라는 밀폐된 구조로 표현
② ‘나’의 분열된 내면세계를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그려냄
③ 주인공 ‘나’의 자폐적인 세계를 역설적인 독백체로 표현
④ 인물이 처한 처지와 심리를 상황을 통해 제시함으로써 주제를 암시
의의 : 최초의 심리주의 소설
▹ 시간/공간의 필연적 전환이 무시되고, 사건의 인과적 줄거리가 설정되지 않은 채 주인공의 자의식을 좇는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정당한 인간관계를 상실한 현대인의 자폐스런 심리 상태를 그리면서 ‘날개’라는 상징어로써 욕망의 탄생과 억압된 세계 안에서의 비극적 초월을 구현한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자기의 주관적인 의식 세계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객관적으로 보고있다는 점이 특이한데, 이것은 일상적 자아가 본질적 자아를 대상화하여 관찰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함으로써 ‘나’가 제시하는 여러 상황에 독자를 참여하게 하여 자신의 의식 세계를 더욱 사실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대낮의 정점으로서의 정오는 ‘나’의 유폐성 극복과 도착된 아내와의 관계를 역전시키는 전환점이 되는 시간이 된다. 작품의 시작에서 ‘박제’로 상징되었던 ‘나’의 무기력한 삶이 작품의 결말에서는 ‘날개’를 통해 폐쇄된 어두운 방으로부터 탈출하여 전도된 질서를 회복시키고 본래의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 제목의 의미
‘날개’ : 날아오르는 수단으로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과 자의식의 성장
‘날아보자’ : 폐쇄되고 어두운 방으로부터의 탈출, 전도된 질서로부터의 해방, 인간 회복, 종속된 삶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수단과 의지
▹‘날개’의 인물 간 관계의 상징성
작품에서 ‘나’와 아내의 관계는 통념적으로 인식되는 부부의 위상이 뒤바뀌어 있다.
‘나’는 집안에서 생활력이 없는 주변적 존재로, 어두운 방에서 생활하고 의복이 초라하며 아내에게 매 맞는 반면, 아내는 생활력 있는 중심적 존재로, 밝은 방에서 생활하며 의복이 화려하고 ‘나’에게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이처럼 남녀의 위상을 뒤바꿔 놓은 설정은 기존의 가치 질서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태도가 함축된 것이며, 불합리한 사회구조에 대한 거부감을 은유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출’의 의미
밀폐된 장소에서 폐쇄적인 의식을 지니고 있던 ‘나’가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
자아의 해방과 회복을 의미
‘나’가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아내의 실체와 직면하게 되면서 전도된 아내와의 관계를 정상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보인다. 이러한 외출이 작품에서는 다섯 번 나오는데 그 과정 속에서 ‘나’의 외출이 자의적·의지적 의식의 변화를 보이게 된다.
▹지식인의 무력한 삶
지식인이란 사회의 문제를 첨예하게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사명을 갖고 있지만(본질적 자아), 실제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무능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현실적 자아). 이상의 <거울>, <날개> 등은 이러한 양자의 갈등을 잘 형상화한 작품이며, 내면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의식의 흐름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무력한 삶’은 가치를 부여할만한 생산적 일을 할 수 없는 일제 식민통치의 상황에서 비판적 지식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극적 저항이며, 그것은 겉보기에 무기력한 듯한 삶으로 발현될 수 있다.
▹표현기법과 효과
이 작품은 객관적 외부세계보다는 주관적 내부 세계를 의식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외부 세계보다 인물이 가진 내면의식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고, 현실세계가 인간의 내면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고민, 갈등, 자의식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심리소설
한국의 심리소설은 모더니즘이 유행하기 시작한 1930년부터 시작되었는데, 구미문학의 직접적 영향 외에 외부 세계를 자유롭게 묘사할 수 없는 당시의 시대적 여건에서 작가의 필연적인 모색이 기도했다. 한국의 심리주의 소설은 서구 근대 문학에서 보는 심리소설과 같은 정상적인 발전을 보지 못한 점이 지적된다. 즉, 서구의 심리소설은 스탈당/부르제와 같이 인간 심리의 미묘한 움직임을 섬세하고 과학적인 수법으로 묘사하는 근대소설의 발달과정을 거쳐온 것인데, 한국의 심리소설은 이 과정을 뛰어넘어 직접 조이스의 ‘의식의 흐름’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라는 표현의 의미
주인공 ‘나’가 비일상적 생활을 통해 무의미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현. 아울러 그 무의미성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주인공의 의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주인공의 의도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행동할 수 없는 자의식의 폐쇄성을 드러내면서, 폐쇄적인 자의식의 일상의 억압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나’와 아내는 각각 현대인의 내면적 자아와 외면적 자아를 상징하는 인물로 유추할 수 있다. 작가는 현대인의 심리 속에서 내면적 자아와 외면적 자아가 서로 조화되거나 일치되지 않고, 분리되어 있으며, 특히 내면적 자아는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폭로하고 있다. 물론 작가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것은 이 두 자아가 조화 내지 일치되는 관계일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한번도 나를 자기 방으로 부른 일이 없다’는 문장에서 보듯이 작가는 두 자아 간의 일치를 위한 노력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것이 현대인의 비극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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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날개 해설3-이상 날개 해석-날개 마지막 부분
이상 날개 해석- 이상의 날개 해설3-날개 마지막 부분
모두가 궁금해하는 이상의 날개 끝부분입니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 부근은 오감도 시제14호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굶어 죽기 직전의 상태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이 부분은 날개가 곧 돋을 것이라는 암시로, 이상의 죽음이 다가왔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의 ‘인공’은 이상이 스스로의 수행으로 얻은 것이므로 ‘인공’이며 ‘날개’는 육신의 죽음을 초월하여 자아의 세계를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는 깨달음의 ‘날개’를 의미합니다. 이상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았던’ 자국-과거시제-이 있다는 것은,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도 그의 자아가 광대무변한 자아의 세계를 날아다녔다는 말이며 이 소설 속에서의 그는 육신을 가진 상태이므로 ‘오늘은 없는 이 날개’인 것입니다. ‘오늘’이 뜻하는 바가 육신의 세계이므로, 육신이 죽어야 자아가 몸에서 해방되어 다시 자아의 세계를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이 구절은 완벽한 현실포기를 달성했다는 뜻으로, 육신의 세계에서 바랄 수 있는 모든 욕망을 버렸다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이 블로그의 오감도1 해설에 나온 그의 사상적 자서전이라 말할 수 있는 1931년(작품재1번)의 해설을 읽어 보신 분은 충분히 이해가 될 것입니다. 그 시에 나오는 ‘뇌수체환’이 완료되어 육신과 자아가 일치되는 자아합일의 상태 즉, 이 소설의 첫머리에 나오는 ‘박제’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은 이상이 방탕한 생활 끝에 폐병을 얻어 죽었다고 알고 있지만, 그의 스스로의 말대로 ‘세상은 착오를 전한다.’ 로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모형제도 모르게 의도적으로 ‘남모르게’ 굷어 그의 몸을 ‘박제’로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가 말했던 그의 ‘비밀’입니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의 의미는 이제 삶을 끝내고… 정도의 뜻입니다.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의 뜻은 간절한 희망을 뜻하는 것으로 그 내용은 아래에 나온 부분을 의미합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이제 바라던 죽음이 다가온 것입니다.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권태로 가득했던 육신의 삶을 끝내고 편안한 자아의 세계로 들어가 다시 날고픈 것입니다. ‘더 날자꾸나.의 ‘더’가 의미하는 것은 물론 육신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도 자아의 세계를 날아다녔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이 내용들은 삼차각설계도나, 오감도의 시들과도 밀접하게 상통하여 <에코우>와 <날개와 삼차각설계도>에 자세하게 설명하였습니다.
얼핏 믿기지가 않지요?
그러나 이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로 <에코우>나 <날개와 삼차각설계도>를 읽어 그의 삶을 접해 보시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상의 작품들은 흔히 말하듯 ‘자동기술’된 것이 아닙니다. 그의 글들은 매우 치밀하고 서로가 거미줄처럼 잘 엮여있습니다. 이 소설만 해도 짧기는 하지만 매우 정교하고, 심오하며, 복잡하게 짜여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그가 주장했듯이 인류 역사상 깨달음을 글로 표현한 최초의 것으로 실로 우리 문학이 가진 최고의 컨텐츠라 하겠습니다.
이상의 세계는 심오하고 거대합니다. 우리들의 상상 이상으로…
[제대로 읽자!] 이상, ‘날개’, 전문 해설<1>, 제대로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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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작품의 첫 문장이 이렇다. 박제는 죽은 동물의 겉 껍데기를 살아 있는 동물처럼 꾸며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란 천재가 겉껍데기는 살아 있지만 속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일 것이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란 누굴 말하는 것일까? 이 작품에서는 그게 누구인지 명시적으로는 밝히지 않지만, 아무래도 서술자 자신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이어서 서술자는 유쾌하다고 한다. 이는 반어(뜻과 표현이 반대되는)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역설(반대되는 표현들로 진실을 말하는)적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반어적 표현으로 볼 때는 자신이 천재인데 박제가 되었으니 슬프지만 유쾌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역설적 표현으로 본다면, 박제된 천재라는 부정적 언사에 유쾌하다는 긍정적 언사를 썼는데, 실제로 서술자는 그 상황이 우습고 웃기고 웃음이 나니 유쾌하다 느낀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애까지’ 유쾌하다고 한다. 수능뿐 아니라 모든 읽기에서는 (글자가 아닌 실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로) 뉘앙스를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다고 한 것은 원래 연애는 유쾌하지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서술자에게 연애란 유쾌하지 않은 것, 그러나 이렇게 나는 천재지만 박제되어서 인생도 영혼도 끝나버렸다는 비감함을 느낄 때면 모든 것이 유쾌하게 느껴지며, 심지어 연애까지도 유쾌하다는 것이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 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파라독스를 바둑 포 석처럼 늘어 놓소. 가공할 상식의 병이오.
육신이 흐느적거릴 만큼 피로했을 때 정신이 맑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너무 피곤하면 눈이 또랑거리며 잠도 오지 않고, 또한 정신적인 활동으로 잠을 안자고 몹시 피로해졌다면 의식의 명료함은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물론 몸은 많이 상한다 ㅜㅜ) 그러나 이 문장을 다르게 보자면, 평소에는 정신이 맑지 않다는 뜻으로 간단하게 읽을 수도 있다. 평소에는 잡생각, 번뇌가 많아 정신이 맑지 않다, 혹은 평소에는 제 정신으로 살고 싶지 않아 흐릿하게 머릿속을 헝크러뜨려 놓고 산다는 뜻일 수도 있다. 게다가 뱃속에는 회충이 들어있는데…. 그 와중에 담배를 피면 머릿속에 백지가 준비된다고 한다. 담배피는 작가 사진이 많은 이유를 알 수 있는 구절이다.
머릿속 백지 위에 위트와 파라독스, 그러니까 재치와 역설을 늘어놓는다. 바둑 포석처럼 치밀하게. 그것은 가히 공포스러운 병, 지식인이 지닌 상식으로 인한 병이다. 서술자는 자신의 글쓰기(혹은 머릿속의 글쓰기)를 병에 비유하고 있다. 지겹고, 떨어지지 않고, 고통스러운 어떤 것으로 글쓰기를 보는 것이다.
담배꽁초를 문 알베르 까뮈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 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일자(정신이 제멋대로 노는 사람)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 —-그것은 온갖 것의 반이오.—만을 영수(받아들이는)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어지간히 인생의 제행(諸行)(일체의 행위)이 싱거워서 견딜 수가 없게 끔 되고 그만둔 모양이오. 굿바이.
글쓰기에 이어 서술자는 연애 이야기를 한다. 자신은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 본 일이 있’다고 한다. 서술자에 따르면 지성의 극치를 들여다 본 사람은 정신이 제멋대로 노는 사람이다. 지성의 극치란 어떤 것이길래 정신분일자가 되는 것일까? 정신분일자가 여인과 생활한다는 것은 여인의 반만을 받아들이는 생활이다. 그리고 여인의 반이란 온갖 것의 반이라고 했으니, 여인이란 온갖 것이라는 말이 된다. 서술자에게 여인이란 엄청난 것인 모양인데…. 아무튼, 여인의 반만을 받아들이는 그 생활 속에도 그나마 한 발만 들여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보며 낄낄거리겠다는 것인데,….. 이런 자신에 대해 서술자는 이런 진단을 내린다. 일체의 행위가 싱거워 견딜 수 없게끔 된 모양이라고. 그러니까, 여인의 반만을 받아들인 생활에 한 발만 들여놓고 여인과 마주보고 자신들이 태양인 것처럼 낄낄거리는 삶은 모든 현실을 떠난 삶인 모양이다. ‘굿바이’라는 인사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싱거웠던 현실에게 건네는 작별인사이다.
굿바이. 그대는 이따금 그대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로니를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소. 위트와 파라독스와…….
그대 자신을 위조하는 것도 할 만한 일이오. 그대의 작품은 한번도 본 일이 없는 기성품에 비하여 차라리 경편(輕便)하고(가뜬하여 쓰기에 손쉽고 편하고) 고매하리다.
‘그대’는 서술자 자신, 혹은 작가 이상일 것이다. 내용으로 보아 그렇다. 제일 싫어하는 음식을 상대로 식탐을 부려보아라, 위트와 파라독스를 써라, 너 자신을 위조하라. 이런 조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 ‘그대 자신을 위조하’는 것, ‘한번도 본 일이 없는 기성품’ 모두 역설이다. 그런 역설을 현실로 이루어보라 정도? 더 깊이 보자면, ‘그대 자신을 위조하’는 것은 자신을 모델로 자신을 모방한 작품을 쓴다거나 기존에 써둔 자신의 작품과 비슷한 작품을 또 쓴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기성품’은 많은 작품들이 세상에 있지만 자신은 그런 작품들을 읽지 않겠다, 읽지 않는다는 말일 수 있겠다. 왜? ‘그대의 작품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기성품에 비하여 차라리 경편하고 고매하’니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일 것이다.
19세기는 될 수 있거든 봉쇄하여 버리오. 도스토예프스키 정신이란 자칫하면 낭비일 것 같소. 위고를 불란서의 빵 한 조각이라고는 누가 그랬는지 지언(至言)(지당한 말)인 듯싶소. 그러나 인생 혹은 그 모형에 있어서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소?
19세기 소설은 사실주의(리얼리즘)이 주류다. 이상은 1930년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소설가이다. 19세기 봉쇄, 도스토예프스키 정신은 낭비, 위고는 빵 한 조각, 디테일이 뭐가 중요하냐, 꺼져라 리얼리즘, 뭐 이런 석으로 리얼리즘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화를 보지 마오. 부디 그대께 고하는 것이니……
“테이프가 끊어지면 피가 나오. 상채기도 머지 않아 완치될 줄 믿소. 굿바이.” 감정은 어떤 ‘포우즈’. (그 ‘포우즈’의 원소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닌지 나도 모르겠소.) 그 포우즈가 부동자세에 까지 고도화할 때 감정은 딱 공급을 정지합네다.
화를 보지 말라? 화나는 일을 보거나 생각하지 말라? 모르겠다. 서술자 자신, 혹은 작가 이상에게, 혹은 독자들에게 굿바이, 인사를 한다. 감정은 일종의 포즈(자세)에 불과하다. 감정이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게다가 그 포즈가 고도화되면, 감정은 사라지고 만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우리가 생각해 온 진실한 감정이란 없거나 미미한 것이며, 그저 자세에 불과하고, 그 자세가 점점 발달하면, 사랑이라든가 미움이라든가 하는 것은 아예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나는 내 비범한 발육을 회고하여 세상을 보는 안목을 규정하였소.
여왕봉과 미망인—세상의 하고 많은 여인이 본질적으로 이미 미망인이 아닌 이가 있으리까?
아니, 여인의 전부가 그 일상에 있어서 개개’미망인’이라는 내 논리가 뜻밖에도 여성에 대한 모험이 되오? 굿바이.
서술자는 스스로가 천재임을 다시 밝힌다. ‘비범한 발육’이라는 말이 그것인데, 이제는 박제된 처지이므로, 천재성을 사용하여 사고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천재성을 회고하여 사고작용을 한다. 세상을 보는 안목을 규정할 때 과거의 천재성을 회고하여 사용한 것이다.
여왕봉, 그러니까 여왕벌과 미망인. 모든 여인이 이미 미망인이라는 것은 모든 남편이 이미 죽었다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거짓이다. 여인의 전부가 ‘그 일상에 있어서’ 미망인이라는 것은 남편들이 남편 구실을 못한다는 말이 된다. 스스로를 박제된 천재라 말한 서술자이고 보면 세상 모든 남자들이 망가졌다고 볼 수도 있긴 하겠다. 시선을 돌려 여성쪽을 보자면, 여자들은 원래 남편이 죽은 듯 여기고 산다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자신의 논리가 여성에 대한 모험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논리가 특이하다, 여성에 대해 새로운 관찰을 하게 한다는 정도의 말일 듯 싶다.
굿바이.
여기까지가 ‘날개’의 서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 뒤부터는 플롯을 가진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 마디 한 마디 작품을 뜯어보게 돕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포스팅인데, 솔직히 끝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작품은 일단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재미로 읽든, 수능 성적을 위해 읽든. 특히 수능, 시험, 이런 목적으로 작품을 읽는다면 더더더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2편으로 계속됩니다!
2021.05.03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현대소설] – [제대로 읽자!] 이상, 날개, 전문해설<2>
그냥, 작품만 읽고 싶은 분들은 아래로——
2021.04.21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현대소설] – 이상, 날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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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날개> 읽기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1. 이상의 생애
본면 김해경(金海卿). 일제 강점기의 시인, 작가,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 로 일제강점기 한국의 대표적인 근대 작가이자 아방가르드 문학가로 평가받는 인물임. 보성고보 재학 중 화가 지망생이 되었으며, 1925년 교내 미술전람회에서 유화 <풍경>이 입선하였음. 이듬해인 1926녀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부에 입학하여 이를 수석 졸업하였으며, 졸업기념 사진첩에 처음으로 이상(李箱)이라는 별명이 드러나게 됨. (친구인 구본웅에게 선물로 받은 화구상자가 오얏나무로 만들어진 상자였기에 그 뜻을 ‘오얏나무 상자’로 풀이함)
졸업 후 조선총독부 내무국 건축과 기수로 발령 받았으며, 이후 조선건축회의 학회지 《조선과 건축》의 표지 도안 현상 모집에 1등과 3등으로 당선되기도 하였음. 1930년 조선총독부가 일본의 식민지 정책을 일반에게 홍보하기 위해 펴내던 잡지 《조선》 국문판에 2월호부터 12월호까지 9회에 걸쳐 데뷔작이자 유일한 장편소설 《12월 12일》을 필명 이상(李箱) 아래 연재하였으며, 《조선과 건축》에 일본어로 쓴 시 〈이상한가역반응〉 등 20여편을 세 차례에 걸쳐 발표하였음.
1931년 이상은 폐결핵 감염 사실을 진단 받았고 병의 증세는 점차 악화되었음. 1933년 직책에서 물러난 뒤, 요양 중 알게 된 기생 금홍과 다방 제비를 개업하며 동거하였음. 같은 해 잡지 《가톨닉청년》에 〈꽃나무〉, 〈이런 시〉 등을 국문으로 발표하였으며, 이듬해에는 이태준의 도움으로 시 〈오감도〉를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했지만, 독자들의 거센 항의와 비난으로 인해 15회를 끝으로 연재를 중단하게 됨.
이후 1936년 구본웅의 알선으로 창문사에 근무하면서 구인회 동인지 《시와 소설》 창간호를 편집 발간했으며, 단편소설 〈지주회시〉, 〈날개〉를 발표하면서 평단의 관심을 받았음. 이후 1937년 2월 사상 혐의로 동경 니시간다 경찰서에서 피검된 후 한 달 정도 조사를 받다 폐결핵 악화로 보석으로 출감한 뒤, 4월 17일 동경제대 부속병원에서 28세를 일기로 사망 함.
2. 이상에 대한 평가
한국 근대문학사에 가장 큰 충격과 당혹감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 기성 문학의 형식 파괴와 난해성으로 인해 ‘문단의 이단아’로 평가 받는 동시에, 의식의 흐름 기법을 도입한 ‘한국 최초의 초현실주의 작가’로 추앙 받기도 함. 이처럼 그의 문학이 다양한 평가를 받은 이유는 그의 작품 기법이 전통적인 문법을 탈피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폭넓은 의미망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임.
3. 이상 문학에 대한 평가
그의 문학에 대한 평가는 크게 세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음.
(1) 형식적 방법에 대한 연구 : 언어 문체론의 관점에서 분석한 것으로 이상 문학의 독특한 언어체계와 특징을 해명한 연구 방식.
(2) 정신분석학적 방법 : 작가의 내면 의식을 조명한 것으로 이상이 가지고 있는 리비도적인 충동, 유아기 성장과정에서 경험한 정신적 상처가 그의 작품 속에 어떻게 용해되어 나타나는가를 밝히고자 함.
(3) 해석적 방법 : 작품의 내용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으로, 이상의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자아와 세계의 단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
4. 도입부 문장 읽기
(1)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 매춘부인 아내에 빌붙어 살아가는 룸펜 지식인인 ‘나’는 정상적인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인간이라 할 수 있음. 이 문장(질문)은 박제된 동물처럼 사고력과 행동력을 상실한 주인공의 무기력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음.
(2) 19세기는 될 수 있거든 봉쇄하여 버리오 : 구시대적인 관습에 반발하고 20세기적인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을 표현. 모더니즘적 소설을 추구한 이상의 입장이 반영된 문장.
5. 줄거리로 소설 읽기
(1) 도피적 삶 : 소설 속 ‘나’의 삶은 매저키즘적 삶이라 할 수 있음. 이는 자기 자신의 개인적 자아를 지탱해 나갈 수 없는 사람이 안정을 느끼기 위하여 부담스러운 자아를 떨쳐버리고, 자기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나 권력에 복종하고자 하는 노력 을 가리킴. ‘나’는 외부와 격리된 채 하루종일 골방에 틀어박혀 무위도식하는 인물이며, 돋보기로 휴지를 그을리는 장난을 하거나 손잡이 거울을 마시거나 화장품 냄새를 맡는 ‘유아적인’ 정신 상태에까지 물러나 있는 상태 임.
말하자면 나는 내가 행복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그렇다고 불행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그날그날을 그저 까닭없이 펀둥펀둥 게으르고만 있으면 만사는 그만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나’는 행복과 불행에 대한 의식마저도 사라진 진공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이는 자기 자신의 생산 없이 모든 선의 원천을 외부에서 찾는 ‘수용지향형’ 인간에 속한다고 할 수도 있음. 물론 그 ‘외부’란 그의 아내이며, 그에게서 우리는 이런 관계에 대한 아무런 회의나 불만을 찾을 수 없음.
Q. 나는 어떤 때 행복한가? 어떤 때 불행한가?
* 에리히 프롬의 성격유형론 : 그는 성격유형을 비생산 성격유형과 생산 성격유형으로 구분하였음. 비생산 성격유형은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세계와 관계하는 것으로, 수용(receptive), 착취(exploitative), 저장(hoarding), 시장(marketing) 지향이 여기에 속하며, 생산 성격유형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려고 노력하는 인간발달의 이상적 상태를 말함.
가. 비생산 성격유형
a. 수용지향적 성격 : 자신이 원하는 것. 즉 사랑, 지식, 만족등을 외부적 원천인 타인에게서 얻기를 기대하는 유형 . 사랑하기보다 사랑 받기를 원하며, 외부적인 지원이 없이는 아주 작은 일도 할 수 없다고 느낌.
b. 착취지향적 성격 : 타인에게서 수용하는 것을 기대하기보다, 힘 혹은 책략으로 탈취하는 유형 . 이런 유형의 사람에게는 타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탈취한 것이 그냥 주어진
것보다 훨씬 가치있음.
c. 저장지향적 성격 : 자신이 저장하여 자기수중에 가지고 있는 것에서 안전을 느끼는 유형 . 자신 둘레에 장벽을 쌓고 내부에만 많은 것을 축적하며, 외부침입자로부터 그것을 보호하고 가능한 한 지키려고 함.
d. 시장지향적 성격 : 피상적 품질에 가치를 두는 성격유형 . 이런 사람에게 개인의 성공 혹은 실패는 자신을 얼마나 잘 파는가에 의존되며, 개인의 성격은 단순히 팔려는 상품이 됨. 그러므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개인의 인간적 자질, 기술, 성실이 아니라 그가 얼마나 훌륭하게 포장되어 있는가임.
나. 생산 성격유형
생산적 성격을 지닌 사람은 자신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 하며, 외부 환경과의 교류시에도 정확한 지각 능력을 바탕으로 주변 환경을 왜곡하지 않음 . 또한 지각된 내용에 자신의 창의력을 덧붙여 풍요롭게 만듦 .
Q.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
(2) 무지한 삶 : 그렇다면 주인공이 아내의 직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이 가능할까?
아내에게 직업이 있었던가? 나는 아내의 직업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중략) 아내에게 내객이 많은 날은 나는 온종일 내 방에서 이불을 쓰고 누워 있어야만 된다. 불장난도 못 한다. 화장품 내음새도 못 맡는다. 그런 날은 나는 의식적으로 우울해 하였다.
이러한 ‘나’의 모습 역시 매저키즘의 행동방식으로 설명 가능하다. 다시 말해, 강력한 힘(아내)에 자신을 굴복하여 자신의 모든 힘과 긍지를 포기하고 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유를 상실해 버린 ‘나’는 아내는 물론 자기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물음으로부터도 벗어난 상태인 것.
Q. 나는 누구인가?
(3) 자아회복의 단초 : 위와 같은 삶을 살아가던 ‘나’는 손님이 다녀간 뒤 아내가 돈을 주기 시작하면서 아내의 직업에 의문을 품기 시작 함. 그리고 아내에게 왜 돈이 많은가를 연구한 끝에 그 돈이 ‘실없는 사람들로밖에 보이지 않는 까닭모를 내객들이 놓고 가는 것’임을 깨닫게 됨. 그리고 자신에게 아내가 돈을 놓고 가는 것이 일종의 ‘쾌감’ 때문이 아닌가 어렴풋이 짐작함.
내객이 아내에게 돈을 놓고 가는 것이나 아내가 내게 돈을 놓고 가는 것이나 일종의 쾌감 – 그 이외의 다른 아무런 이유도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을 나는 또 이불 속에서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쾌감이라면 어떤 종류의 쾌감일까를 계속하여 연구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이불 속의 연구로는 알 길이 없었다.
결국 ‘나’는 아내가 외출한 틈을 타 밖으로 나오게 됨. 머리맡에 모인 돈을 아무에게라도 줌으로써 쾌감을 느껴보고 싶었던 것. 이러한 외출의 과정은 자아의 각성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나’가 수용지향적 성격의 인간에서 생산지향적 성격의 인간으로 발전해 나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음 .
Q. 나는 무엇을 통해 ‘자아’를 발견해 나가는가?
(4) 그리고 자아찾기 :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내가 병에 걸린 자신에게 감기약이 아닌 수면제를 먹여왔다는 사실을 알게 됨 . 이는 아내가 ‘선’이 아닌 ‘위선’의 존재였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며, 그는 이로부터의 탈출을 외치게 됨.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6. <날개>의 의미
(1) 1930년대 모더니즘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인물의 심리는 비인간화된 사회구조 아래서 야기되는 소외의식이 대부분을 차지. 이들의 소설에는 생활공동체 개념의 분열, 개성 없는 군중과 소외된 개인, 공간적 방향성의 상실 등이 나타나며, 이상의 소설은 그러한 인물과 환경의 상호작용보다는 인물 내면의 의식을 형상화하는데 치중했다는 것이 특징임.
(2) 우리는 이를 한 개인이 아닌 작가의 ‘식민지 현실’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도 읽을 수 있음. 나라를 일제에 강탈당한 1910년에 태어난 뒤, 줄곧 일제강점기를 자라온 이상에게 조국의 현실은 어쩌면 당연시되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음. 그러나 아내의 실체를 파악하고, 날개가 돋아나기를 바라는 것은 자식이 속한 식민지라는 현실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작가의 염원을 담았다고 볼 수 있는 것.
* 위 내용의 핵심은 장병호 비평가의 ‘닫힌 시대 지식인의 초상 – 이상의 <날개>에 나타난 소외의 의미’를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날개 –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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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출 문학 작품
■ 본문
주요 부분
나는 어디까지든지 내 방이 ─ 집이 아니다. 집은 없다. ─ 마음에 들었다. 방 안의 기온은 내 체온을 위하여 쾌적하였고, 방 안의 침침한 정도가 또한 내 안력을 위하여 쾌적하였다. 나는 내 방 이상의 서늘한 방도, 또 따뜻한 방도 희망하지는 않았다. 이 이상으로 밝거나 이 이상으로 아늑한 방은 원하지 않았다. 내 방은 나 하나를 위하여 요만한 정도를 꾸준히 지키는 것 같아 늘 내 방에 감사하였고 나는 또 이런 방을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 같아서 즐거웠다.
그러나 이것은 행복이라든가 불행이라든가 하는 것을 계산하는 것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나는 내가 행복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그렇다고 불행하다고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그날그날을 그저 까닭 없이 펀둥펀둥 게으르고만 있으면 만사는 그만이었던 것이다.
내 몸과 마음에 옷처럼 잘 맞는 방 속에서 뒹굴면서, 축 처져 있는 것은 행복이니 불행이니 하는 그런 세속적인 계산을 떠난, 가장 편리하고 안일한, 말하자면 절대적인 상태인 것이다. 나는 이런 상태가 좋았다.
이 절대적인 내 방은 대문간에서 세어서 똑 일곱째 칸이다. 러키세븐의 뜻이 없지 않다. 나는 이 일곱이라는 숫자를 훈장처럼 사랑하였다. 이런 이 방이 가운데 장지로 말미암아 두 칸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그것이 내 운명의 상징이었던 것을 누가 알랴?
아랫방은 그래도 해가 든다. 아침결에 책보만 한 해가 들었다가 오후에 손수건만 해지면서 나가 버린다. 해가 영영 들지 않는 윗방이 즉 내 방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볕 드는 방이 아내 방이요, 볕 안 드는 방이 내 방이요 하고 아내와 나 둘 중에 누가 정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불평이 없다.
아내가 외출만 하면 나는 얼른 아랫방으로 와서 그 동쪽으로 난 들창을 열어 놓고, 열어 놓으면 둘이 비치는 볕살이 아내의 화장대를 비쳐 가지각색 병들이 아롱이 지면서 찬란하게 빛나고 이렇게 빛나는 것을 보는 것은 다시 없는 내 오락이다. 나는 쪼그만 ‘돋보기’를 꺼내 가치고 아내만이 사용하는 지리가미(휴지)를 끄실려 가면서 불장난을 하고 논다. 평행광선을 굴절시켜서 한 촛점에 모아가지고 그 촛점이 따근따근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종이를 끄실리기 시작하고, 가느다란 연기를 내면서 드디어 구멍을 뚫어 놓는 데까지에 이르는, 고 얼마 안되는 동안의 초조한 맛이 죽고 싶을 만큼 내게는 재미있었다.
이 장난이 싫증이 나면 나는 또 아내의 손잡이 거울을 가지고 여러가지로 논다. 거울이란 제 얼굴을 비칠 때만 실용품이다. 그 외의 경우에는 도무지 장난감인 것이다. 이 장난도 곧 싫증이 난다.
나의 유희심은 육체적인 데서 정신적인 데로 비약한다. 나는 거울을 내던지고 아내의 화장대 앞으로 가까이 가서 나란히 늘어 놓인 그 가지각색의 화장품 병들을 들여다본다. 고것들은 세상의 무엇보다도 매력적이다. 나는 그 중의 하나만을 골라서 가만히 마개를 빼고 병구멍을 내 코에 가져다 대고 숨죽이듯이 가벼운 호흡을 하여 본다. 이국적인 센슈얼한 향기가 폐로 스며들면 나는 저절로 스르르 감기는 내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의 파편이다.
나는 도로 병마개를 막고 생각해 본다. 아내의 어느 부분에서 요 냄새가 났던가를…… 그러나 그것은 분명하지 않다. 왜? 아내의 체취는 여기 늘어섰는 가지각색 향기의 합계일 것이니까.
아내의 방은 늘 화려하였다. 내 방이 벽에 못 한 개 꽂히지 않은 소박한 것인 반대로, 아내 방에는 천장 밑으로 쫙 돌려 못이 박히고, 못마다 화려한 아내의 치마와 저고리가 걸렸다. 여러가지 무늬가 보기 좋다. 나는 그 여러 조각의 치마에서 늘 아내의 동체와, 그 동체가 될 수 있는 여러가지 포우즈를 연상하고 연상하면서 내마음은 늘 점잖지 못하다. (중략)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시간 후에 내가 미쓰꼬시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 온 스물 여섯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이렇다는 아무 제목도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또 나 자신에게 물어 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허리를 굽혀서 나는 그저 금붕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금붕어는 참 잘들도 생겼다. 작은 놈은 작은 놈대로 큰 놈은 큰 놈대로 다 싱싱하니 보기 좋았다. 내리비치는 오월 햇살에 금붕어들은 그릇 바탕에 그림자를 내려뜨렸다. 지느러미는 하늘하늘 손수건을 흔드는 흉내를 낸다. 나는 이 지느러미 수효를 헤어 보기도 하면서 굽힌 허리를 좀처럼 펴지 않았다. 등이 따뜻하다.
나는 또 회탁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우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나는 피로와 공복 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를 끌고 그 오탁의 거리 속으로 섞여 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 전체 줄거리
지식 청년인 ‘나’는 놀거나 밤낮없이 잠을 자면서 아내에게 사육된다. ‘나’는 몸이 건강하지 못하고 자의식이 강하며 현실 감각이 없다. 오직 한 번 아내를 차지해 본 이외에는 단 한 번도 아내의 남편이었던 적이 없다. 아내가 외출하고 난 뒤에 아내의 방에 가서 화장품 냄새를 맡거나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면서 아내에 대한 욕구를 대신한다. 아내는 자신의 매음(賣淫) 행위에 거추장스러운 ‘나’를 볕 안 드는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수면제를 먹인다. 그 약이 감기약 아스피린인 줄 알고 지내던 ‘나’는 어느 날 그것이 수면제 ‘아달린’이라는 것을 알고 산으로 올라가 아내를 연구한다.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를 수면제 — 그것을 한꺼번에 여섯 알이나 먹고 일주야를 자고 깨어나서, 아내에 대한 의혹을 미안해한다. ‘나’는 아내에게 사죄하러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그만 아내의 매음 현장을 목격하고 만다. 도망쳐 나온 ‘나’는 거리를 쏘다니던 끝에 미쓰코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가 스물여섯 해의 과거를 회상한다. 이때 정오의 사이렌이 울고, ‘나’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 ……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 핵심 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심리주의 소설
• 배경 : 일제 강점기의 서울 거리, 18가구가 살고 있는 33번지 유곽(遊廓)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성격 : 고백적, 상징적
• 주제 : 전도된 삶과 자아 분열의 의식 속에서 본래적 자아를 지향하는 인간의 내면 의지
• 특징 :
① 자동 기술법이 쓰임
② 인간 의식의 심층부를 그림
③ 독백체에 의한 직접적 서술이 두드러짐.
■ 작품 해설 1
이상의 문학을 대표하는 전형적인 심리주의 소설로서,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자기 소모적이고 해체적인 삶을 통해 사회 현실의 문제를 심리적 의식으로 투영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은 소위 ‘의식의 흐름’ 수법을 시도하고 주관적 내면 의식을 객관화시켜 드러내는 등, 현대 문학적인 기법을 선보임으로써 발표 당시부터 문단에 상당한 파문을 던졌고, 비평계에서는 리얼리즘에 입각한 논란을 일으켰다. 현실 도피적이고 자폐적인 내성 소설로 보는 부정적 견해와 주관적 의식 세계를 객관화하여 사실주의를 심화시켰다는 긍정적 견해가 그것이다. 등장인물인 ‘나’와 아내는 여러 관점에서 해석되고 있지만, 대체로 분열된 자아의 두 모습으로 이해한다. 그리하여 마지막 대목의 날개의 비상(飛翔)은 분열된 자아를 결합하고 자기 구제를 꾀하는 실존의 의지로 볼 수 있다.
– 지학사 T-Solution 자료실 참고
■ 작품 해설 2
이 작품은 이상의 대표작으로 현대인의 무의미한 삶과 자아 분열을 그려 낸 최초의 심리 소설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나’와 ‘아내’의 관계가 보통의 남녀 관계와는 달리 역전(逆轉)된 형태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내에게 기생하고 있는 ‘나’의 유폐된 삶이 아내의 방과 ‘나’의 방이라는 공간적 분할과 차이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또한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빈둥대다가 거리를 쏘다니고 티 룸에 앉아 차를 마시는‘나’의 모습은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무기력한 지식인의 삶을 적나라하게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나’가 ‘아내’가 준 돈을 버리고 일종의 탈출의 성격을 지닌 외출을 하면서 자아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날개’가 돋기를 염원하는 것은 무의미한 삶의 도정에서 생의 의미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 천재교육, 해법 문학 현대시 참고
■ 심화 내용 연구
1. ‘방’으로부터의 ‘외출’의 의미(천재교육 참고)
억압된 자아의식을 방이라는 밀폐된 구조로 표현했다면, ‘외출’은 그러한 상태를 벗어나려고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즉, 외출은 억압되고 폐쇄된 현실에서 벗어나 본래의 자아를 회복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날개’가 상징하는 바이기도 하다.
– 첫 번째 외출 : 어떤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님.
– 두 번째 외출 : 아내의 방에서 다시 자고 싶다는 목적이 있는 것
– 세 번째 외출 : 아내의 명령에 의한 수동적인 것
– 네 번째 외출 : 아내가 나에게 먹인 것이 수면제라는 사실에 대한 충격에서 비롯된, 의식적인 것
– 다섯 번째 외출 : 아내의 매춘을 직접 목격한 후 ‘나’의 의지로 감행한 것
2. ‘날개’의 의미는?(천재교육 참고)
대개 문학 작품에서 ‘날개’는 자유와 이상을 뜻한다. 이 소설에서도 날개가 다시 돋기를 바라는 것은 삶의 의미와 자아를 찾아 자유롭고 이상적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 작품의 첫 문장에 드러난 박제(剝製)의 의미(천재교육 참고)
이 작품의 첫 문장은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이다. 서술자인 ‘나’는 존재론적 시각에서 자신을 박제로 인식한 것인데, 자신은 잠재된 능력을 가진 천재이지만, 주체적인 의지가 없는 삶을 살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4. 등장인물들의 윤리적인 문제점(천재교육 참고)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비윤리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아내’는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춘을 하고, ‘나’는 아내가 부도덕한 방법으로 번 돈을 받아 생활한다. 이러한 인물들의 비윤리적인 모습에는 당대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작가의 문제적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비윤리적이고 왜곡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정상적인 사고로는 살아갈 수 없는 당대 현실 속의 여러 결함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5. ‘날개’의 표현상 특징 – 의식의 흐름 기법(천재교육 참고)
의식의 흐름 기법은 인간의 의식을 조각조각 분리하지 않고 마치 강물이 흐르듯이 연속적으로 서술하는 소설의 기법이다. 이 작품에서 사건은 ‘나’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전개되므로 사건 자체도 뚜렷하지 않고 사건들 사이의 연계성을 찾기 힘들다. 이러한 기법은 ‘나’가 지닌 자의식의 혼란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5-1 의식의 흐름 [stream of consciousness] (Basic 고교생을 위한 문학 용어사전)
1910~1920년대에 걸쳐 영국 소설에서 사용하던 실험적 방법을 말한다. 본래 심리학에서 나온 것으로 감각이나 상념, 기억, 연상 등이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문학에서는 이러한 의식의 흐름을 어떠한 인위적인 장치 없이 인간의 정신에서 나오는 그대로 기술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데, 이를 자동 기술법이라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자기가 겪은 일, 그 일을 통해 떠오르는 과거의 경험, 생각, 느낌 등을 떠오르는 그대로 써내려 가는 것을 말한다. 의식의 흐름 소설은 일반적으로 내적 독백의 서술적 기법을 사용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1916),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1925) 등이 있다.
■ 작가 소개
이상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 엮어 읽기
*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 박태원
* 유예 – 오상원
* 오감도 – 이상
이상 – 날개.pdf 0.18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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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날개’ , 쉽게 풀어쓴 줄거리와 작품분석
안녕하세요? ‘이카네 집’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이상의 우여곡절 인생사와 시 작품을 알아보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이상의 대표적인 소설 작품 ‘날개’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상의 시 작품과 마찬가지로 ‘날개’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논리적인 인과관계가 없이 주인공의 의식 흐름을 따라 작품이 전개되다 보니, 내용을 단번에 파악하기도 힘들지요.
그래서 ‘이카네 집’에서는 ‘날개’의 스토리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내용 정리부터 해보았답니다.
쉽게 풀어쓴 줄거리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이것은 이상의 ‘날개’가 시작하는 첫 문장입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천재가, 박제처럼 아무런 활동을 안 하게 된 걸 말하지요. 이처럼 주인공인 지식인 청년은 폐쇄적이고 절망적이기만 합니다.
그는 왜 그토록 폐쇄적이고 절망적일까요?
먼저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알아야 합니다.
주인공, 지식인 청년이 살고 있는 곳은 ‘33번지’로, 이곳은 유곽과 같은 곳이지요. 지식인 청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스러운 장소입니다.
“한 번지에 18가구가 죽-어깨를 맞대고 늘어서서 창호가 똑같고 아궁지 모양이 똑같다. 게다가 각 가구에 사는 사람들이 송이송이 꽃과 같이 젊다. 해가 들지 않는다. 해가 드는 것을 그들이 모른 체하는 까닭이다.”
어둡고 우울하며 상스러운 장소. 만약 주인공이 사는 곳을 영화로 표현해 낸다면, 영화 속 화면은 무척이나 어둡고 탁하겠죠?
이런 곳에 사는 주인공은 어두컴컴한 방에 틀어박힌 채 대부분의 시간을 잠만 잡니다. 즉 주인공은 시간 감각도 없고, 삶의 목적도 없이 무기력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그러나 그들의 아무와도 놀지 않는다. 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사도 않는다. 나는 내 아내와 인사하는 외에 누구와도 인사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소설의 초반부터 주인공에게 아내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주인공에게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아내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요?
주인공의 아내는 상당한 미인이며 주인공은 그런 아내의 미모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아내 역시 평범하지만은 않습니다. 주인공과 각방을 쓰면서 외출이 잦은 아내. 게다가 아내에게는 늘 손님이 찾아옵니다.
“아내에게 내객이 많은 날은 나는 온종일 내 방에서 이불을 쓰고 누워 있어야만 된다. 불장난도 못한다. 화장품 내음새도 못 맡는다. 그런 날은 나는 의식적으로 우울해 하였다. 그러면 아내는 나에게 돈을 준다.”
소설의 처음 부분까지만 하더라도, 주인공은 아내가 무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저 손님이 아내에게 찾아오면, 자리를 피해줍니다. 그러고 나면 아내에게 돈이 생기고 아내는 그 돈을 주인공에게 줍니다.
도대체 아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굳이 알고 싶어 하지도 않습니다. 그 관계를 파악하는 것조차 귀찮을 정도로 주인공은 심각하게 무기력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일이 일어납니다. 잠시 밖으로 나갔다 집에 돌아온 주인공. 그는 날이 궂어서 손님이 없을 거라 여기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그가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아내와 손님이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말 그대로 아내와 손님이 같은 공간에 있었던 걸 목격한 것입니다. 아내와 손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 뒤로 아내는 주인공에게 수면제를 먹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직업 때문에 주인공을 거추장스럽게 여긴 나머지, 주인공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엽기 행각을 벌인 것이지요. 주인공은 아내가 주는 약이 아스피린인 줄만 알고, 열심히 받아먹습니다. 주인공은 아스피린만 먹으면 졸려서 견딜 수가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어느 날 주인공은 아내가 준 아스피린이, 수면제 아달린인 것을 알게 됩니다. 주인공은 아내의 행동이 심하다고 생각해서, 아내를 연구할 목적으로 산에 올라갑니다. 그는 산에서 아달린 여섯 알을 한꺼번에 먹은 뒤 ‘일주야’ 동안이나 잠을 잡니다.
일주일 뒤 깨어난 주인공. 주인공은 문득 아내에게 미안해집니다. 손님과 함께 있었던 아내를 괜히 이상한 쪽으로 의심을 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리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드디어 일이 터지고 맙니다. 집에 도착한 주인공이 ‘절대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을 그만 보게 된 것입니다. 손님과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 돈을 벌고 있었던 아내의 정체가 탄로 난 것이지요.
주인공의 충격은 이루 말할 없었겠죠. 그래서 주인공은 집에서 도망쳐 나와 거리를 쏘다닙니다. 그런 끝에 미스꼬시 백화점(지금의 신세계 백화점) 옥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스물여섯 해의 과거를 회상합니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정오의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주인공은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날아보잤꾸나.”
작품분석
‘날개’ 속 지식인 청년은 자신을 ‘박제된 천재’라고 했을 만큼, 무력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아내와 ‘절름발이’ 관계에 놓였다는 걸 파악합니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공과 아내는 어떤 관계일까요?
어두침침한 윗방에 살고 있는 주인공은 내성적이며 현실로부터 격리된 사람입니다. 반면에 햇빛이 들어오는 아랫방에 살고 있는 아내는 외향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이지요. 비윤리적고 비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인물들. 이들을 통해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힘들었던 당시 식민지 현실을 반영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은 이 두 인물을 자아분열 의식 속에서의 두 자아로 해석하기도 한답니다.
아무튼 아내의 소굴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살아가던 주인공이, 결국에는 아내를 벗어나기 위해 외출을 합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정오의 사이렌 소리를 듣게 되지요. 주인공의 의식을 깨어나게 하는 매개체로서의 정오의 사이렌을 듣고, 주인공은 정신을 차립니다. 그런 다음 날개가 돋기만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진정한 자아, 자유로운 삶, 이상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날개이지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는 ‘날개’는 계몽이나 공리의 목적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의 실존을 다룬 작품입니다. 작품이 만들어진 당대의 사람들에게는 다소 난해하고 혼란스러운 작품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전후에는 크게 주목을 받는 작품이 됩니다.
지금까지 이상의 ‘날개’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개인의 실존과 관련된 작품인 만큼,
이상의 ‘날개’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활기차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날개 / 줄거리 및 해설 /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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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1936년 9월, <조광> 11호)
작가:이상(李箱, 1910 – 1937)
본명 김해경(金海卿) 서울에서 출생. 보성고보를 거쳐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 졸업. 구인회(九人會)에 가입. 1934년 <중앙일보>에 시 「오감도」를 발표하여 당시 문단에 놀라움을 줌. 일본에 건너가 28세의 나이로 작고. 그의 시는 한국의 대표적인 난해시로서 항상 상식적인 이해를 거부한다. 띄어쓰기의 무시나 문법의 파괴는 기존 질서에 대한 부정인데, 새로운 것의 창조를 위한 과거의 부정이라는 면에서 한국 문학의 연속성을 획득한다. 그의 소설은 심리주의 계열의 소설이다. 그는 인간의 내부 세계, 곧 의식 심층부의 체계를 추구한다. 대표작에는 시 「이상한 가역 반응」(1931), 「꽃나무」(1933), 「거울」(1933), 「오감도」(1934) 와 소설 「지주회시」(19360, 「봉별기」(19360, 「종생기」(1937)이 있다.
등장인물
나:일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자아 속에 사는 폐쇄적 인물
아내: 매춘부. ‘나’와 부부 관계이나 파행적인 관계.
줄거리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 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배 속으로 스미면 머리 속에 으레히 백지가 준비되어 있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소. 가증할 상식의 병이오.
구조가 흡사 유곽과 같은 집–그런 집들 속에 여러 가족이 살고 있는데, 내 방은 아내의 방을 거쳐 미닫이를 열어야 들어설 수 있다. 내 방은 항상 음침하다. 나는 밤낮 잠을 잔다. 아내에게는 매일같이 손이 온다. 아내가 외출을 하면 나는 그 틈을 타서 아내 방을 구경할 뿐 이다.
내가 잠을 자고 있으면 아내는 손이 두고 간 돈 중에서 은화 한 푼을 내 머리맡에 놓고 간다. 어느 날 나는 아내가 사다 준 벙어리에 모아 둔 돈을 몽땅 변소에 던져 버렸다. 벙어리에 돈을 넣는 것이 권태로왔기 때문이다.
하루는 나는 거리로 나갔다. 번화한 거리를 걸으니 곧 피곤했으므로 생각하는 일조차 힘겨워 곧 되돌아왔다. 아내의 방문을 열어 보니 손이 와 있었다. 죄의식이 휘몰아쳤다. 밤이 깊어서 그 손은 떠났다. 나는 아내 방 에 들어가서 낮에 얻은 은화와 바꾼 지폐를 도로 쥐어 주고 아내 방에서 처음으로 잠을 잤다. 며칠 뒤에도 그렇게 했다.
삼일 후엔 아내가 미닫이를 열고 먼저 나를 이끌었다. 초촐한 음식까지 차려 두었었다. 나는 어떤 선고가 내리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나는 어떤 선고가 내리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다음날부터 나는 아내의 방이 몹시 아쉬웠다. 그러나, 내게는 돈이 없었으므로 울고 있었더니 아내는 돈을 주며 자정이 넘거든 돌아오라 했다.
그 날 밤 나는 비를 함빡 맞아 기어코 감기로 앓아 눕고 말았다. 나는 그 후 얼마 동안 아내가 주는 약을 먹고는 잠들곤 했다. 며칠 후 나는 아내의 경대 위에서 최면약을 발견햇다. 감기약이라면서 주던 약에 틀림없었다. 나는 몹시 서운했다. 나는 그것을 가지고 산으로 갔다. 나는 그 약을 먹고는 잠들고 말았다. 이튿날 집에 돌아와 아내의 방을 지나 려다 기어코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내는 내 멱살을 쥐고 나를 덮치고 물어뜯었다. 나는 거리로 나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미쓰꼬시(和信百貨店)로 갔다. 나는 거기서 스물 여섯 해를 회고했다. 피로와 공포 때문에 오탁의 거리를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때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굽어보니 현란한 현실 속에 사람들이 수선을떨고 있다. 현란을 극한 정도다. 나는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려움을 느꼈다.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한 번만 더 날자꾸나. 나는 이렇게 외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리 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해설
심리주의 소설에 속하며 작가의 독특한 자의식의 세계가 어떠한가를 보여주는 이상 문학의 대표작. 매춘부인 아내에게 기생해 사는 어느 무기력한 지식인의 암울한 내면이 묘사된다. 즉 ‘나’라는 비일상적인 인물의 삶을 통해 삶의 무의미성을 보여준다. 주인공 ‘나’는 일상적인 상식의 세계를 떠나 그날 그날 그저 까닭없이, 의욕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시간이나 공간의 필연적인 전환이 무시되고, 사건의 인과적 줄거리가 설정되지 않은 채 주인공의 자의식을 좇는 소위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정당한 인간 관계를 상실한 현대인의 자폐스런 심리 상태를 그리면서 ‘날개’ 라는 상징어로써 욕망의 탄생과 억압된 세계 안에서의 비극적 초월을 구현한다.
참고: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
인간의 잠재 의식의 흐름을 충실히 표현하려는 문학 상의 기법. 이런 기법은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외부에서 보다는 정신과 정서의 끝없는 과정에서 더 잘 발견된다고 하는 믿음에서 출발함. 자연주의나 사실주의에 반대한 심리주의의 기법으로 외면 세계의 묘사보다는 내면 세계를 추구하여 심층심리 탐구에 주력함. 시에서의 무의식의 세계를 쓰는 초현실주의의 한 기법인 ‘자동기술법(自動記述法)’과 연관성이 많다.
(주제) 전도된 삶으로부터 초월적 자아를 확인해 가는 인간의 의지
식민지 지식인의 자의식
(갈래) 단편 소설,심리주의 소설, 신변 소설
(시점) 1인칭 서술자 시점
(표현) 기성 문법에 반역하는 충격적 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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