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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널 저스티스 스포) 어느 날 드라마 결말은 원작이랑 다르 …
원작에서의 진범을 찾는 복선이 되는 사건의 언급이 전혀 없는걸로 봐서 원작과는 다른 결말이 되려나요 사실 크리미널 저스티스의 결말이 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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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0/1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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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9/2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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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크리미널 저스티스 결말
- Author: 이슈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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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Published: 2021. 12. 6.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vB4LDo-iuns
(크리미널 저스티스 스포) 어느 날 드라마 결말은 원작이랑 다르려나요 : 클리앙
원작에서의 진범을 찾는 복선이 되는 사건의 언급이 전혀 없는걸로 봐서
원작과는 다른 결말이 되려나요
사실 크리미널 저스티스의 결말이 뭔가 흐지부지해서 한국정서에는 그 결말이 안 받아들여질거 같아요
뭔가 긴장감 있는 음악 흐르면서 변호사가 빡 하고 반대 증거나 증인 찾아내고
한마디 일장연설해주고 재판장 술렁거리고 검사는 인상 찌뿌리면서 서류 집어 던지고 이래야 좋아하죠 ㅎㅎ
영국과 한국 사법체계도 다를테고 인물 설정도 원작이랑 조금씩 다르고요
그런데 변호사 발에 습진 설정은 왜 가져와서 자꾸 보여주나 모르겠네요
원작에서도 변호사 발이 습진이 있긴하지만 사실 별 의미도 없는 설정이었는데 말이죠
어느날 보다보면 분량 늘리기인지 은근 쓸데 없는 군더더기가 많아 보여요
크리미널저스티스) 크리미널 저스티스 시즌1,2 다 본 톨들? (스포)
왓챠에 있길래 봤어.
제목은 넘 평범해서 안 끌렸는데 주인공도 벤 위쇼(시즌1)이고 작가도 스티븐 모팻(닥터후, 셜록)이라서 봤는데
괜찮더라고…시즌1에서 첨에 벤 위쇼 캐릭터 넘나 찌질미 넘쳐서 첨에 넘 답답 고구마 켁켁했는데 그래도 이건 마지막에 무죄를 인정받고 풀려나서 고구마 시원하게 넘어감. 근데 그 감옥안의 아저씨는 자살이 아니라 패거리에서 살인 당한 거 맞지?
그리고 시즌2도 봄…여자주인공 너무 말 안해서 또 고구마 답답 ㅠㅠ 근데 오랜시간 동안 폭력을 당한 사람의 입장이 이해가 좀 가더라. 바깥에서는 완벽하고 흠잡을데 없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사람, 심지어 권력도 있는 남자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하고 힘들었을지…
갑자기 다른 남자와의 관계로 임신을 했다는게 물론 중요한 장치이기도 했지만…잘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기도 했는데 어떻게 생각해? 그리고 넘 짜증났던 건 그 부부 경찰 중 남편 아오씨…살해당한 남편에게 감정이입을 심하게 해서 경찰의 본분을 잃고 심지어 경찰 부인마저 질려버리게 한 캐릭터 넘 최악이었음, 그리고 살해당한 남편의 상사인 변호사도 그렇고, 마지막에 판결을 내린 판사도…극 중에 나오는 남자 캐릭터들이 너무 현실을 잘 반영한 거 같아서 치떨리고 넘 싫었다…막판에 여자주인공에게 내려진 판결도, 살인죄에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결국은 아이를 잃게 되는 거라서 끝나도 고구마는 사라지질 않더라 ㅠㅠ
이거 거의 십년 전에 나온 드라마인데 특히 시즌2는 요즘 우리나라 상황에서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소재였던 거 같아.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여주인공처럼 무죄를 받을 수 없겠지만…
끔찍하게 섬세하고 슬프도록 아름다운
<디 아워(The Hour)>(BBC Two)
<크리미널 저스티스(Criminal Justice)>(BBC One)
<할로우 크라운(The Hollow Crown)>(BBC Two)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2007, 감독: 토드 헤인즈)
* 위 작품들의 구체적인 장면, <크리미널 저스티스>와 <할로우 크라운>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Feat.
<런던 스파이(London Spy)>(BBC Two)
<어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A Very English Scandal)>(BBC One)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Perfume - The Story of a Murderer)>(2006, 감독: 톰 티크베어)
<대니쉬 걸(The Danish Girl)>(2016, 감독: 톰 후퍼)
<더 랍스터(The Lobster)>(2015,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제로법칙의 비밀(The Zero Theorem)>(2013, 감독: 테리 길리엄)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2006, 감독: 수오 마사유키)
<디 아워> 프레디. 이미지 출처: uk.imdb.com
어쩌면 한국 사람들에겐 벤 위쇼라는 이름보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2006)의 주인공 그루누이를 떠올리는 게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향수>는 벤 위쇼를 세상에 알린 작품 중 하나지만, 허구적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 그루누이는 배우 자체의 매력을 풍부하게 보여주지는 못했다. 스물셋에 연극 <햄릿>으로 데뷔한 후 연극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로 커리어를 넓히고 있는 벤 위쇼는, <햄릿>의 감독 Trevor Nunn의 말을 빌리자면, ‘특별하게 민감한,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피부를 한 겹 덜 가지고 있는 것 같은’ 배우다.[theguardian.com]
그의 외모는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전형적인 남성성과는 거리가 멀다. 소위 ‘꽃미남’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고 독특하다.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묘한 얼굴이다. 흔들리는 여린 눈은 관객의 마음도 흔들어 놓는데, 살짝만 치켜떠도 반항심이 묻어나 다른 분위기가 풍긴다.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는 듣는 이를 끌어들인다. 연기를 할 때 소리의 강약 조절을 훌륭하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임 낫 데어>(2007)
그 ‘얼굴’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2007)다. 밥 딜런을 여섯 인물로 나눠 묘사한 이 작품에서, 벤 위쇼는 덥수룩한 머리의 젊은 시인으로 등장해, 담배를 물고 삐딱한 시선으로 카메라를 노려본다. 목소리를 원래의 톤보다 낮게 깔고, 미국식 발음을 대충 굴려 귀찮은 듯 말을 뱉는다. 손가락에 걸친 담배가 분위기의 정점을 찍는다.
배우를 모르고 작품을 본다면 벤 위쇼의 ‘시인’이 기억에 오래 남는 캐릭터는 아닐 수도 있겠다. 케이트 블란쳇의 ‘록스타’나 히스 레저의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의 ‘무법자’ 등 분량도 많고 활동적인 인물들이 더 눈에 띈다. 벤 위쇼의 ‘시인’은 흑백 화면 속에서 한 공간에 앉아 계속 이야기를 할 뿐이다. 허나 그의 얼굴은 여러 갈래로 나뉜 이야기 사이의 중심을 잡고, 말은 설명을 부여한다.
똑똑한 배우인 그는 <더 랍스터>(2015) 같은 영화를 통해 샤프한 매력을 드러내기도 하고, <제로법칙의 비밀>(2013)이나 007 시리즈에서 외모보다 두뇌가 돋보이는 캐릭터를 맡아 뇌가 섹시하다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벤 위쇼의 Q를 보기 위해 난생처음으로 007이란 것을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근육질의 007보다 Q가 훨씬 섹시하게 느껴졌다. 분량도 적고 매력을 충분히 담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
<디 아워>(BBC Two)
사실 그가 주로 활동한 판은 영화보다는 드라마다. 오히려 좁은 면이 있는 할리우드 영화판과, 꼼꼼하고 완성도 높기로 유명한 BBC 드라마나 그 제작환경을 떠올리면 현명한 선택으로 느껴진다. 그는 작품과 캐릭터를 잘 선택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대표적인 예가 냉전시대 BBC 뉴스 프로그램의 탄생을 다룬 작품 <디 아워>(BBC Two)다. 할리우드에서 똑똑한 박사나 엔지니어 역할에 캐스팅된 원인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디 아워>의 프레디는 벤 위쇼에게 어울리는 캐릭터였고, 그는 단순히 어울리는 것 이상으로 탁월하게 소화했다.
프레디는 예민해 보이는 마른 체격에 ‘안 예쁜’ 말만 골라서 하는 사람이다. ‘미남’인 데다 번지르르하게 말도 잘하는 헥터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똑똑하고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시각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그의 모습은, 무엇도 열심히 하지 않고 타고난 외모를 이용해 쉽게 권력을 쥐려고만 하는 헥터와 역시 비교되어, 돋보인다.
<디 아워>(BBC Two)
벤 위쇼의 감수성 넘치는 연기는 정의롭고 저돌적인 동시에 섬세하고 위트 있는 프레디를 완벽하게 표현한다. 어깨는 삐딱하게 구부리고 항상 생각에 빠진 것처럼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빠르게 걷는다. 수첩에 메모를 하거나 두리번거리는 경우도 많다. 허나 예민한 감각과 호기심 때문에 항상 곤두서 있는 프레디가, 엷게 미소를 짓거나 부드러운 농담을 하는 순간 관객은 자연스레 그에게 빠져든다. 작품에서 인물들의 연애사가 중심은 아니지만, ‘왜 벨이 프레디를 두고 잘생겼지만 멋없는 헥터와 불륜 관계를 유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어느새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벨이 프로그램의 심장이고 헥터가 피부라면, 프레디는 혈관이며, 그걸 타고 흐르는 피다.
<디 아워>(BBC Two)
스마트함 외에 벤 위쇼가 갖고 있는 얼굴은, 초기작이자 또 다른 BBC 드라마 <크리미널 저스티스>(BBC One)에서 볼 수 있다. 평범하고 순수한 사람이 용의자로 몰려 망가지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에서, 벤 위쇼는 뛰어난 연기로 작품 자체의 질을 높인다. 궁지에 몰려 어쩔 줄 모르는, 무너져 내리는 벼랑 끝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버티는 개인의 모습은, ‘크리미널 저스티스(Criminal Justice: 영국 사법제도)’가 구현하는 ‘정의롭지 않은 정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첫 화에서 멜라니가 마약이나 칼을 가지고 놀기를 권할 때 벤의 흔들리는 표정은, 싫지만 거부할 수 없는 나쁜 끌림을 관객의 마음에 그대로 전달한다. 그는 칼에 찔린 멜라니를 보고 바로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마치 본인이 살인을 한 것처럼 흔적을 지우고 도망친다. 멀리서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겁에 질려 어쩔 줄 모르고 울음을 참는 표정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에 홀린 듯 정신없이 움직이는 벤은 어느새 내가 되어 있다. 행동을 머리가 이해하기 전에, 몸이 느끼게 된다.
2화의 마지막, 벤이 마약을 목구멍에 숨기지 못해 쩔쩔맬 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줄이고 핸드폰을 던졌다. 그 상태로 남은 부분을 다 봤다. 볼 수가 없는데, 보는 것을 멈출 수도 없었다. 이 장면을 비롯해 <크리미널 저스티스>에는 CCTV 영상을 통해 벤을 관찰하듯 살피는 연출이 중간중간 섞여 있는데,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어 클로즈업된 벤의 얼굴을 볼 때와는 다른 초조함을 일으킨다.
<크리미널 저스티스>(BBC One)
벤이 약하고 격한 감정을 표현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겪는 상황에 두려워하면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나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경관이 성폭행범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취약 병동에 가겠냐고 묻자,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니) 가고 싶지 않다고 답한다. 부당한 행위에 대해 조용히 묻기도 한다. “제 리스크 레벨이 몇인가요?” 하고 물으며 미소를 지을 때는 완전히 무해하고 순수한 인간을 보는 것 같다. 그렇다. 무해함, 그에게선 ‘무해한 강함’이 느껴진다. 전에 일본 배우 카세 료에 대한 글에서도 쓴 표현인데, 이어가 보자면, <크리미널 저스티스>는 온도와 정도는 다르지만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2006)를 떠오르게 한다. 평범한 주인공이 누명을 쓰는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는 드물지 않지만, 굳이 둘을 연결시키는 까닭은 닮아 있어서다. 벤을 연기하는 벤 위쇼의 모습이, 카세 료의 탓페이를 연상시킨다. 배우치고는 평범하지만 섬세한 떨림이 있어 기억에 남는 외모와 보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는, 화면 속 허구를 내 이야기로 느끼게 한다. 벤 위쇼가 인물에 불어넣는 것은 새롭고 개인적인 에너지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작품 전체로 확장되어 관객의 마음을 건드린다. 연기하는 순간 그는 그 인물인 동시에 벤 위쇼이며, 보고 있는 관객 하나하나가 된다.
벤이 유죄판결을 받고 해탈한 듯 시니컬하게 감옥생활을 하는 모습과, 집으로 돌아온 이후의 여전히 무해해 보이나 결코 이전처럼 해맑지 못한 표정은, 시스템에 의해 개인이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보여준다. 벤 위쇼는 한 작품 속에서 두 종류의 얼굴을 적절하고 차분하게 연기해낸다.
<크리미널 저스티스>(BBC One)
마지막 부분 벤에게 감도는 차가운 분위기는, <할로우 크라운>(BBC Two)의 리처드 2세를 떠오르게 한다. 벤 위쇼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정표현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번에는 벤과 달리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을 연기하지만, 그의 감정은 특별한 동시에 보편적이어서 관객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킨다. 리처드 2세는 어린 나이에 왕이 되어 귀족과 군인들 사이에서 홀로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는, 엷은 미소 뒤에 슬픔을 감추고 있는 외로운 왕이다. 언뜻 약해 보이지만 깊고 영리한, 그렇기에 말로가 더 안타까운 캐릭터였다. 그를 연기하는 벤 위쇼의 모습은 최고라는 찬사를 불러일으킬만했다.
<할로우 크라운>은, ‘결과적으로는’ 헨리 5세가 왕이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허나 네 편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헨리 5세가 왕이 되기 위해 필연적인-리처드 2세가 왕에서 쫓겨나는,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헨리 4세에게 왕관을 넘기는 장면이다. 리처드 2세는 왕관을 넘기는 과정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말을 이어가기도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웃기도 한다. 눈가는 계속 눈물로 붉어진 채다. 곧 무너질 것 같은데도 어쩐지 차분한 얼굴을 한 그가, 사촌을 향해 중얼거리는 ‘God save the king’은 저주의 주문으로 들리고, 엎드린 채 굴려 보내는 왕관은 그 저주가 담긴 물건처럼 느껴진다. 왕관은 헨리 4세에게 넘어갔지만, 그 장면의 왕은 ‘unkinged’ 되는 리차드 2세를 연기하는 벤 위쇼였다.
<할로우 크라운>(BBC Two)
물론 헨리 4세 역의 제레미 아이언스나 헨리 5세 역의 톰 히들스턴도 티 없이 매우 훌륭했다, 허나 초반에 물러난 리처드 2세야말로 제목 ‘Hollow Crown(텅 빈 왕관)’을 가장 잘 드러낸 캐릭터였고, 벤 위쇼의 몸짓과 표정은 보는 이의 가슴마저 텅 비게 만들었으며, 그의 목소리와 말투는 고전적이고 우아한, ‘셰익스피어스러운’ 대사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렸다.
위에서 언급한 <할로우 크라운>의 장면.
벤 위쇼는, 기존의 남성성을 답습하지 않는다. 그가 주로 맡아온 것은 신체적 힘은 강하지 않지만 강단과 끈기로 포기하지 않는, 내면의 힘이 있는 캐릭터다. 그중에는 ‘벤’이나 ‘리차드 2세’처럼 곤란한 상황에 처해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이 떨어질 듯 약해 보이면서도 꿋꿋이 자신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인물들도 꽤 있다. ‘The Guardian’에 쓰인 표현을 빌리자면, ‘상처받고 파멸하는, 아름답고 저주받은’. 그러나 바로 그 인터뷰에서 벤 위쇼 본인은, “이상하다,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그런 인물을 많이 연기하긴 했는데 왜 그런 식으로 됐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이전의 연기에 대해 돌아볼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예전에 했던 걸 반복하고 싶지 않다. 좀 더 새롭고 다른 것을 연기하고 싶다.”라고. 이후의 선택들은, 과연 그가 자신의 말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tomandlorenzo.com
벤 위쇼는 비교적 최근작인 <대니쉬 걸>(2015), <런던 스파이>(BBC Two), <어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BBC One)등의 작품에서 게이인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남성 동성애자를 연기하는 방식의 클리셰를 반복하지 않는다. 특징적인 전형보다는 자연스러운 개인으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그가 실제로 게이이며 공식적인 배우자와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이와 관련 없지 않을 것이다. 성 소수자와 연기자로서 가지고 있는 각각의 감각과 타고난 감수성의 조합이다.
어쩌면 본인은 이러한 분석을 반가워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The 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감추고 싶지도, 드러내고 싶지도 않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한다. 인터뷰에 따르면,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개인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편을 선택했는데, 그게 문제를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끌고 갔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가 흥미진진하고 끔찍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성 지향성이 공개되지 않았을 당시, 한 기자가 배우자 Mark Bradshaw와의 사생활을 기사로 써 버렸는데, 이후 오히려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를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짐작하는 바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사생활을 지키고 싶어 한다. 배우의 삶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되면 연기를 받아들이는 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그저 머릿속에 작은 공간을 두고 싶다.” (theguardian.com)
여러 번 말하지만, 내가 쓰는 글은 주로 연기보다는 배우의 매력이나 그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다. 헌데 벤 위쇼의 연기는 글쎄, 내게 뭔가 다른 의미다. 보는 것만으로 어떤 경지에 도달하게 만든다. 클래식한 메소드 연기와는 달라 배우가 묻어나는데, 끔찍하게 섬세하고 완벽하다. 동시에 평범한 사람의 보편적인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해, 캐릭터가 화면 속이 아닌 내 뱃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작품 속 그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기보단 마음이 아프고 멍해진다.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포인트가 종종 있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연기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연기와 스스로에 대해 고민한다. 존경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벤 위쇼가 사람들이 한 발짝 물러나 자신의 연기에 집중해주기를 원하니, 나도 관찰은 이쯤 하고 다음 작품을 기다리며 <어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을 볼 궁리나 해야겠다.
<어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로 골든글로브를 받은 벤 위쇼. 이미지 출처: tomandlorenzo.com
+
<런던 스파이>와 <어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을 본 후에 쓰고 싶었으나 합법적인 경로를 찾을 수가 없어 미루고 미루다 글을 써버리게 된 것인데(런던 스파이는 사실 전에 어찌어찌 1화를 찾아서 봤으나 그 다음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내용이 욕심만큼 풍부하지 못해 속상하다. 보지 않아도 벤 위쇼는 최고일 것임을 알고 있으나 매우 현기증이 나 영국으로 날아가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참고 인터뷰:
https://www.theguardian.com/stage/2016/apr/03/ben-whishaw-damaged-sexuality-privacy-troubled-heroes-broadway-crucible-interview?CMP=aff_1432&utm_content=ESI+Media+-+The+Independent&awc=5795_1551171111_fcaceefa74601669ab68a823cbf1fdc5
[어느 날, 어땠어?] 한국식 ‘감정’ 더했는데, 교도소 풍경은 좀…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영국 원작 검경 비리 더 사실적
차승원 제 색깔…교도소 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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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까말까 고민은 이제 그만! 매주 수요일 11시 <수요 드라마톡 볼까말까> ‘평가단’이 최근 시작한 기대작을 파헤칩니다. 주말에 몰아볼 작품 수요일쯤에 결정해야겠죠?
은 기억도 나지 않는 하룻밤 일로 살인 용의자가 된 평범한 대학생 김현수(김수현)의 이야기다. 그를 변호하는 3류 변호사 신중한(차승원) 등이 유무죄를 다투는 과정에서 사법체계 허점이 드러난다. 또 법정드라마? 이번엔 그림이 조금 다르다. 총 8부가 끝나기 전까지 누구도 현수의 범행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살인 전후만 담아 시청자도 형사사법적 시스템 속에서 현수를 보게 한다.
2008년 영국 (비비시)이 원작이다. 한국은 2016년 미국 , 2020년 인도 에 이어 세 번째로 리메이크했다. 프랑스에서도 리메이크 중이다. 이전 작품들은 모두 호평받았다. 한국편은 어떨까? 은 지난달 27일부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오티티) 쿠팡플레이에서 4회까지 방영했다. 미국, 영국편을 다 본 남지은 기자와 원작 영국편을 본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한국편의 객관적 평가를 위해 모든 정보를 애써 외면해왔다고 ‘주장’하는 김효실 기자가 어느 날, 을 이야기했다. 연출 이명우, 극본 권순규
원작인 영국의 <크리미널 저스티스> 벤, 미국 리메이크작 <더 나이트 오브> 나시르, 한국의 <어느 날> 현수
사법체계 비판, 형사사건절차 다루는 범죄물 신선
을 어떤 정보도 없이 본 자다. 한국 범죄물은 주로 수사 단계에 치중하는데 수사, 기소, 재판 등 형사사건절차를 단계별로 다 다루는 게 신선했다. 경찰 수사나 검찰 기소 단계에서 언론에 나오는 기사만으로 정의와 진실을 파악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려주더라. 언론이 직접 탐사 보도한 게 아니라면, 드라마처럼 경찰이나 검찰 입맛대로 취사선택된 사실만 보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새삼 보인달까. 현수는 당연히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럼 너무 뻔한 것 같아 범인인가 싶기도 하고. 원작을 안 본 자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결말이 너무 궁금해 원작의 마지막회만 볼까, 갈등했다.
원작 를 본 자다. 내용은 원작과 비슷하지만, 우리나라 사법체계로 바뀌니 현실적으로 더 와 닿는다. 진실에는 관심 없고 서로 어떤 스토리를 써내느냐에 따라 판결이 판가름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 2021년 한국이 배경인 은 현실 사법체계 비판이 좀 더 직접적이다. 검사는 실적을 올리려고 천식 환자인 현수를 구슬려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게 한다. 검경의 모의, 은퇴 뒤 자신의 자리를 보장받으려고 무리한 수사를 이어가는 경찰까지. 드라마 속 얘기만은 아니기에, 원작을 볼 때와 달리 먹먹하다.
원작과 미국편 까지 다 본 자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건 미국편이다. 사법체계의 허점이 무고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리는가를 가장 잘 보여줬다. 처음 를 보고 나서 ‘이게 뭐지?’ 싶었다. 누명을 벗는 이야기라면 결말은 당연히 속 시원해야 하는데, 아니더라. 미국편은 평범한 사람도 범죄자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어떻게 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원작보다 주인공이 교도소에서 서서히 달라지는 모습이 강조된다. 김현수 역할인 나시르를 파키스탄 출신 미국인으로 설정해 인종차별적 문제도 담았다. 그래서 은 좀 아쉽기도 하다. 4회까지만 보면, 영국편을 기본으로 미국편을 섞었다. 원작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이야기를 비틀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어느 날> 신중한을 연기하는 차승원. 쿠팡플레이 제공
감정, 서사는 한국편의 강점…작품 자체가 현실 꼬집는 상징
‘감정’을 담아낸 것은 한국만의 강점이다. 핵심은 억울한 현수와 그 누명을 벗겨주는 신중한의 이야기다. 김수현과 차승원이 감정 연기가 더해져 몰입감이 좋다. 원작이 마치 사건 보고서처럼 무덤덤한 방식으로 진행해간다면, 은 평범해 보이는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에도 인물의 감정이 묻어난다. 한국 드라마들이 왜 국외에서 ‘감정적 펀치’를 날린다는 평가를 받는지 이해되는 비교점이다.
서사, 개연성도 의 장점이랄까. 영국편과 미국편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던 장면들이 에서는 이해가 됐다. 어떤 행위 전에 합리적인 이유와 장면을 설명해두더라. 예를 들어 원작에서 구속 수사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에서는 같은 방 죄수의 자살로 현수가 놀라서 정신없이 문으로 뛰어가면서 무단이탈 처리되고, 거짓말 탐지기를 거부한 근거를 만들어 놨다.
오티티의 장점도 제대로 활용했다. 마약을 하고, 술을 마시고, 위험한 게임을 한 뒤의 베드신까지. 현수가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을 높은 수위와 극적 장치들로 밀어붙여 시청자를 끌고 갔다. 폭발적인 도입부가 사건 뒤 현수의 눈물과 현실에 대한 냉소, 그래도 남은 순수 사이에서 흔들리는 복합적인 감정을 제대로 살렸다. 김수현의 연민을 끌어내는 눈물 연기에 새삼 감탄했다.
김현수는 원작의 벤 콜터의 순수하고 연약한 이미지에 감정을 더 심었더라. 신중한 변호사는 원작보다는 미국편인 의 존 스톤 느낌이 났다. 존 스톤을 보면서 ‘와 저 캐릭터를 대체 어떻게 연기할까’ 궁금했는데, 차승원이 따라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으로 잘 만들어낸 것 같다. 연구를 많이 한 게 보이더라. 아토피가 심한 발을 연신 긁어대는 차승원이라니. 근데 그게 또 어울려.
영국 <크리미널 저스티스> 랠프 스톤, 미국 <더 나이트 오브> 존 스톤, 한국 <어느 날> 신중한
캐릭터가 흥미롭기는 한데 아직은 정의추구형보다는 직업인으로서 잡범을 주로 다루는 변호사인데, 큰 살인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회까지 본 자로서는 물음표다. 그 심리 변화가 잘 안 느껴진다. 그래도 무거운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는 소중한 신중한이다. 법정과 안 어울리는 슬리퍼와 긴 머리와 관련한 사연이 궁금하다. 신중한의 서사도 풀어주면 좋겠다.
오히려 원작과 미국편보다 에서 신중한의 심리 변화가 더 잘 느껴지더라. 신중한이 현수 변호사에서 잘린 뒤 혼자 쓸쓸하게 술 마시는 장면은 에만 있다. 신중한의 서사가 한국편에서는 나올까? 그는 원래 정의로운 변호사였는데, 아토피 등 외적인 것과 만들어내는 진실, 이른바 ‘쇼잉’을 중요시하는 법조계에 회의감을 느껴 스스로 3류가 된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러다 평생 교도소에 있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진실을 만들어내지 않는 현수를 보며 뭔가 깨우치게 되는.
드라마를 많이 보셨다. 신중한 변호사의 슬리퍼와 중간중간 발 긁는 자체가 형사사법제도의 ‘구멍’ 같은 걸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넥타이 꼭 매야 하고, 안경 쓰면 더 단정해 보이는. 그런 ‘쇼잉’이 형사사법적 정의에 영향을 준다는 자체가 아이러니한 블랙유머 요소아닐까. 자체가 그런 현실을 꼬집는 작품 같다.
<어느 날>
비현실적 교도소가 메시지 반감 NG
리메이크 작이 갖는 한계도 분명 있다. 현수가 고통을 겪는 교도소 풍경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마약에 문신까지 버젓이 새길 수 있는 교도소가 우리나라에 있나. 이런 비현실성은 작품이 말하려는 사회적 메시지를 약하게 만든다.
교도소가 세트장 느낌이 너무 난다. 현실감이 안 느껴진다. 박상범 형사나 신중한 변호사, 김현수 부모를 보고 있다가 장면이 교도소로 넘어가면 연극 무대를 보는 것 같다. 너무 힘줬다.
교도소를 보면 리얼리티보다 장르물의 색깔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연출했다. 한국의 상황을 사실적으로 짚어 사법 현실의 허점들을 깊고 다양하게 드러냈다면 장르적 재미와 함께 드라마가 하려는 사회적 메시지도 무게감이 더했을 것 같아서 아쉽다.
왜 전 회차를 한꺼번에 공개하지 않았을까도 의문이다. 장르물은 몰아봐야 제맛인데. 매주 주목받으려고 했다면 작전 실패다. 극의 재미가 반감됐으니. 오히려 다 보여주고 작품 재미를 높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나저나 김현수는 형사의 말처럼 ‘천사의 얼굴을 한 괴물’인가, 아니면 진짜 억울한 천사인 건가. 미국편과 영국편의 결말은 같은가.
음…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 원작은 범인이 확실하게 나오는데, 미국편은 애매하다. 영국편과 미국편을 섞고, 2021년 오늘의 한국도 담은 이 어떤 결말을 따를지는 끝까지 봐야 알지 않을까?
<그래서 볼까 말까>
김효실/ 결말이 궁금하지만, 한국편을 굳이 애써 볼 필요는정덕현/ 메시지 무게감 아쉽지만, 연기 구멍 없으니 한국편은 꼭남지은/ 한국편 시작했다면 영국·미국편까지 쭉 비교봐도
남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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