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생 건축 | [시사기획 창] 재생건축, 낡은 도시의 부활 / Kbs뉴스(News) 상위 205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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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건축, 낡은 도시의 부활
■ 제작 : 신주현 기자
▇ 기획 의도
도시가 오래될수록, 건축물들도 함께 늙어간다. 곳곳에서 낡은 건물을 무너뜨려 높고 화려한 건물을 짓는다. 하지만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건축은 도시의 역사성과 정체성도 지워버린다. 자연히 머물던 지역 주민도 떠나고 지역 공동체도 무너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도시에는 어떠한 대안이 있는가.
헌 건축물을 버리지 않고 새롭게 고쳐 쓰는 ‘재생건축’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외관과 형태를 유지한 채 내부의 활용도를 바꾸는 방법이다. 대규모 사업처럼 큰 돈이 들지 않는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진 건물은 독특한 외관과 이야기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도시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지역의 역사를 지닌 건축 자산을 곳곳에 남길 수 있어 좋다. 경제적 가치에 문화적, 역사적 가치 등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재생건축은 산업시설에서부터 우리 주변의 공장, 주택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등장하고 있는 재생건축들은 여러 가지 한계를 보인다. 당초 추구했던 목적과 달리 도시의 기억을 지우고 수익 내기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6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재생건축, 낡은 도시의 부활”에서는 옛 건물을 고쳐 쓰는 ‘재생건축’의 등장과 ‘재생건축’이 도시의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 수창동은 왜 과거의 기억을 상실했나
옛 대구 전매청 터와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이 있는 대구 수창동.
10년 전, 대구 도심 한 가운데 3만 9천여 제곱미터나 되는 옛 전매청 터를 두고 도시 전체가 고민에 빠졌다. 오늘날, 전매청 터 대부분이 사라졌다. 한국 최초의 담배공장, 전매청 직원 기숙사로 쓰던 건물 2채만 남긴 채.. 대신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와 깨끗이 정비된 공원이 만들어졌다. 남은 옛 건물들은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이라는 이름의 미술관으로 태어났다.
이제 수창동에서 바뀌지 않은 건 ‘자갈마당’뿐이다.
지난해 이곳에 작은 미술관이 하나 더 들어섰다. 성매매에 사용되던 바로 그 건물이다.
비록 수창동의 역사는 일부 지워졌지만, 자갈마당의 미술관, 대구예술발전소, 수창청춘맨숀의 등장하면서 문화예술공간으로서 역사를 다시 써가고 있다. 하지만 자갈마당에 가해지는 개발 압력은 거세다. 대부분 대형 민간개발을 원한다.
수창동은 또 다시 과거의 기억을 상실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 화려한 한옥마을의 그늘
20년 넘게 재개발 예정 지역이었던 서울 익선동의 한옥마을. 지지부진한 재개발 속에 자의 반, 타의 반 한옥마을의 모습이 그대로 유지됐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주민과 상인, 전문가들은 근대 한옥의 모습이 남아 있는 마을을 잘 지켜보자는 뜻을 모았다.
최근 2~3년 사이 기존의 한옥을 외형을 유지한 채 내부를 수리해 카페나 레스토랑 등 새로운 용도로 바꿔 쓰는 재생 한옥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찾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창덕궁 아래 마을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지고 다른 동네에서도 볼 수 있는 옷가게와 오락 시설들까지 익선동에 들어왔다. 마을 지키자던 약속은 무너졌다. 한옥 값이 치솟았다. 백여 채가 넘던 주거용 한옥은 이제 단 3채가 남았다.
마을을 지키자고 시작한 한옥 재생.. 한옥의 외형은 남았지만, 이제 익선동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변화는 도시가 겪는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흐름의 속도다. 수익만을 쫓아 달려가는 속도를 늦춰 줄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진짜 지켜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이다.

■ 북성로의 실험
대구 북성로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공구골목까지 백년의 번화가 역사를 이어온 곳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며 쇠퇴했다. 아직까지 이곳엔 근대 가옥 등 오래된 건축들이 밀집해있다. 197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만 70%, 195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도 절반 가까이나 된다. 근대사를 담고 있는 건축물들을 보존하면서 낙후된 북성로를 살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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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옛 흔적 남겨야만 ‘도시재생’일까?…쓰임에 집중한 공간 창조 …

마을의 길과 건물, 역사와 사람들에 대한 꼼꼼한 기록과 함께 돈의문박물관마을로 조성하는 설계가 진행되었다. 약 30년 전부터 도시와 건축을 비움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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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m.khan.co.kr

Date Published: 4/1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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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을 위한 근대건축물의 공간적 재생 특성에 관한 연구**

도시재생이란 재개발 뉴타운이 아니라, 기존의 인프라. 를 개선하여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에 맞추. 어서 정부는 근대건축물 보존을 위해 2001년 3월 근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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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ww.koreascience.or.kr

Date Published: 5/1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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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개념 – 금정구청

도시재생/건축; 도시재생의 개념. 도시재생의 개념.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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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ww.geumjeong.go.kr

Date Published: 3/1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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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 새로운 옷을 입는다! 국내외 재생건축 사례 – 네이버 블로그

도시재생은 도시 전체가 새롭게 변모해 가는 커다란 프로젝트라고 한다면, 재생건축은 오래되고,. 쓸모 없어진 하나의 건물을 현재의 용도에 맞게 재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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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m.blog.naver.com

Date Published: 12/1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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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창조, 재생 건축 | 피플&컬처 | 매거진 | 행복이가득한집

재생 건축이 품은 고유한 스토리는 신축 건물은 빚어낼 수 없는 멋진 디자인 언어가 되는가 하면, 이를 도시 문화로 확장하면 한 도시의 집합적 기억과 문화가 농축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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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appy.designhouse.co.kr

Date Published: 2/2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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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활성화지역의 건축규제완화 실효성 제고방안

2012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주거환경관리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도입되었고, 2014년 「건축법」에서는 건축협정과 결합건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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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ww.si.re.kr

Date Published: 3/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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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도시재생 패널 레이아웃 아이디어

2019. 6. 26 – Pinterest에서 건디님의 보드 “도시재생 패널 레이아웃”을(를) 팔로우하세요. 레이아웃, 건축 패널, 건축 프리젠테이션에 관한 아이디어를 더 확인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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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ww.pinterest.co.kr

Date Published: 5/2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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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도시 재생 건축

  • Author: KBS News
  • Views: 조회수 16,2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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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Published: 2018. 11. 6.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NmMpoktEOOo

[콘크리트와 글로 빚은 20세기 한국 건축](9)옛 흔적 남겨야만 ‘도시재생’일까?…쓰임에 집중한 공간 창조 시도

마을이 된 건축, 건축이 된 마을

서울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

/김창길기자

명문학교 과외방·골목식당 등 100여년 역사와 풍경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완전히 새로 지어졌으나 영화세트장처럼 보여

전시관 빼면 ‘기능’ 갖고 있는 곳 찾아볼 수 없어

지난 10년 건축과 도시 분야의 정언 명령은 “기억하고 보존하라”였다. 개인의 기록에서 정부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옛 자취를 없애지 않고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문화재에 가까운 유서 깊은 건축물뿐만 아니라 아파트, 빌라, 오래된 가게 같은 추억이 서려 있는 곳에서 공장, 산업시설 같은 시대를 증언하는 장소까지, 잊으면 안 되는 리스트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1970~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단지들이 하나둘 재건축되자,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이 자발적으로 유년기의 배경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몇몇 건축가들은 다세대·다가구 주민들이 편의를 위해 임시방편으로 증축하고 고친 흔적들을 조사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정부는 전면 재개발 대신 ‘재생’으로 정책의 물꼬를 바꾸었다. 30년마다 도시를 백지장으로 만드는 일을 계속 반복할 수는 없다는 반성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두드러진 하나의 경향은 ‘마을’에 대한 애착이다. 개별 건물 하나하나는 건축적으로 큰 가치가 없더라도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길과 풍경은 소중하다는 정서를 많은 이들이 공유했다. 여러 시대에 걸쳐 지어져 고쳐지고 쓰임을 달리하며 살아남은 곳들은 기억의 저장소이므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이 탄생한 배경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위치한 경희궁과 강북삼성병원 사이의 삼각형 땅은 돈의문1구역 재정비 촉진지구에 속해 있었다. 지금 이 지구는 신축 아파트단지로 바뀌어 있다. 돈의문과 서울 성곽에 면해 있어 역사는 조선시대까지 가뿐히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의 주택, 도시한옥, 1940~60년대 목조주택, 1970년대 불란서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주택과 유한양행과 강원산업의 사옥 등 건물이 자리했었다. 서울고등학교 등 인근에 있던 명문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과외방이 불을 밝혔고, 이후에는 회사원들을 상대로 한 식당가로 변모하는 등 서울의 변화가 켜켜이 쌓인 장소였다.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이 땅을 기부채납 받은 서울시는 전면 철거한 뒤 공원을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2014년 보존하는 쪽으로 변경한다. 마을의 길과 건물, 역사와 사람들에 대한 꼼꼼한 기록과 함께 돈의문박물관마을로 조성하는 설계가 진행되었다. 약 30년 전부터 도시와 건축을 비움과 기억이라는 키워드로 바라보고 공공적이고 윤리적 실천을 강조해온 건축가 민현식이 설계를 맡았다. 건축가는 이 땅을 양피지로 여겼다. 이전에 쓴 글자를 긁어낸 흔적, 그 위에 다시 스며든 잉크 자국 등이 공존하는 양피지처럼 마을이 품은 시간의 켜를 가능한 한 드러내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68채 건물 가운데 15채는 완전 철거되었고, 나머지 43채는 대수선하거나 철거 후 신축 및 개축되었다.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지켜진 것은 ‘스케일’이다. 건물의 규모는 물론이고 실내 공간의 면적과 높이, 골목길의 폭 등 100여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진 동네의 크기는 고스란히 남았다. 건물의 형태와 기능은 달라져도 신체의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결된 공간의 크기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곳을 쉽게 기억한다. 외벽과 창호도 가능한 한 기존 마을과 유사한 재료와 색을 선택해 설치했다.

박물관의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유한양행의 첫 사옥이 있던 곳에 새로 지은 건물은 서울도시건축센터가 사용한다. 북측에 모여 있는 한옥은 숙박시설로 계획했으나 현재는 체험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한정식집은 이 일대의 역사와 유적을 전시하는 돈의문역사관으로, 나머지 건물들은 전시나 아티스트 레지던시, 식음료 판매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몇 동을 비워내 가운데에 마련한 마당은 다양한 옥외 이벤트를 위한 공간이다. 기능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방치된 것도 아닌 한국 전통의 마당, 다양한 활동을 수용하고 촉발할 수 있는 비움의 잠재력에 오랫동안 천착한 건축가의 철학이 녹아 있다.

박물관마을이 재정비되기 전 이곳에 대한 기억이 없는 이라면,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과거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시간의 지층을 보존한다는 계획은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돈의문박물관마을은 테마파크나 영화세트장처럼 보인다. 완전히 새로 지었으나 50여년 전 주택의 작은 방 크기까지 그대로 재현된 실내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기는 어려웠다. 2017년 도시건축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사용되었으나, 낮은 층고와 짧은 관람 거리, 좁은 실내, 잦은 출입 등으로 전시에 적합하지 않았다. 한옥을 게스트하우스 같은 숙박시설로 이용한다는 계획도 여러 이유로 보류 중이다.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돈의문전시관을 제외하면 고정된 기능을 갖고 있는 건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복고 바람에 맞추어 설치된 1960~70년대 간판과 생활집기 등은 이곳의 시계가 과거에 멈추어 있다는 인상을 결정적으로 더한다. 지금 돈의문박물관마을은 흔적이 짙게 남은 양피지 위에 오늘의 기억을 덧쓰지 못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구산동도서관마을. 지역주민들이 도서관 설립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예산 절감을 위해 기존 건물을 최대한 활용했다. 사진은 도서관 내부 모습. 김창길 기자

은평구 주택 8동·막다른 도로 재정비한 ‘구산동도서관마을’

원형 보존 강박 벗어나 용도에 맞게 설계

서가와 얽혀 있는 옛 건물의 수십개 방

보통의 도서관과는 ‘확연히 다른 공간’ 경험하게 만들어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또 다른 마을이 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이다. 허물고 새로 짓는 쉬운 방법을 마다하고 기존 건물을 보존해 재활용했다는 점에서는 돈의문박물관마을과 유사하지만 사정이 꽤 다르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인근이 아파트단지로 재개발되면서 조선시대부터 이어지는 이 지역의 과거를 증언할 유일한 곳이 되었고, 서울시는 예산 투입 없이 기부채납 받아 사업 부지를 마련했다. 반면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도서관 설립을 위한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2006년 시작되었다. 이 요청에 화답한 은평구청이 필지를 매입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처음에는 신축을 구상했으나 예산 절감을 위해 기존 건물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담론이나 윤리적인 당위보다 현실적인 사정이 더 절박한 곳이었다. 은평구 일대는 1960년대 구획정리사업을 통해 새로운 시가지로 구획되었고, 구산동에는 비슷한 시기 유사한 경제적, 건축적 이유로 비슷하게 지어진 건물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남기는 것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지역이 아니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기존 주택 8동과 막다른 도로를 포함해 11개의 필지에 건축가 최재원의 설계로 조성되었다. 1972년과 2002년 사이에 지어진 주택 5동과 이들을 연결하는 구조물과 신축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주변 주택과 유사한 재료와 규모로 만들어진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쉽게 눈에 띄지도 않는다. 얼마 전에 지었는지 예전부터 있었는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도서관이라는 프로그램에 맞게 완전히 새로이 재구성된 내부는 건축이 지닌 가능성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언제 생긴 건물인지 헷갈렸던 방문자라도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삶의 방편에 따라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정교한 계산과 기획의 결과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릴 것이다. 실내에서 기존 건물의 외벽은 방문객으로 하여금 지금 서 있는 곳이 한때 골목길이었음을, 여러 건물들이 모여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건축가는 기존 건물을 원형 그대로 살리려는 강박에 빠지지 않았다. 옛 건물을 연결하는 새로운 증축부에 서가와 서고를 배치했다. 엄청난 책의 무게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보존한 주택 5동에 있던 수십 개의 방은 이 서가와 얽혀가며 열람실, 토론실, 동아리활동실 등이 되었고, 여러 계단은 이 방들을 수직으로 연결하며 도서관 전체를 미로처럼 만든다. 하나하나 따져보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각 실을 오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규모가 훨씬 큰 통상적인 도서관에 비할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부분적으로 트이고 서로 합쳐지기도 한 주택의 방들은 책에 파묻히기 쉬운 ‘구석’을 곳곳에 펼쳐놓는다. 시험공부를 위해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독서실처럼 이용하려는 이라면 실망할지 몰라도, 모처럼 글자들 속에 빠져들기를 바라는 이라면 자신에게 꼭 맞는 자리 하나쯤은 어렵지 않게 찾을 것이다.

작은 방들의 열람실에는 미묘한 높이 차이가 있다. 같은 2층이라도 각 주택의 높이가 조금씩 달랐을 테니 말이다. 바닥의 이 작은 차이로 공간은 더 풍성해지고 특정한 방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더해준다. 하나의 층에 넓게 개방된 하나의 열람실이 있곤 하는 보통의 도서관과 확연히 다른 공간 경험이다. 이곳에 새 건물을 지었다고 해서, 지금보다 덜 활용될 것이라고 상상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예산만 충분했다면 더 많은 서가와 열람실을 확보했을 수도 있다. 다만 그랬더라면 우리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시도, 오래된 것이 있기 때문에 열리는 가능성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오래된 것은 새로운 것을 위해 봉사한다. 이곳에서 과거의 기억은 새로 쓰일 기억 앞에서 금세 빛이 바랜다. 지난한 삶의 자취가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도 않고, 과거에 덧없는 진정성을 덧씌우지도 않는다. 허물지 않고 남은 파편이 현재, 나아가 미래의 토대가 되는 흔치 않은 현장이다.

건물이 새로운 옷을 입는다! 국내외 재생건축 사례

건물이 새로운 옷을 입는다! 국내외 재생건축 사례

안녕하세요. 오늘도 반갑게 인사 드리는 기코씨입니다.

오늘 기코씨는 따뜻한 차 한 잔, 그리고 음악과 함께 함께 하루를 시작했는데요.

평범한 일상 중 하루이지만 왠지 오늘 따라 기분 좋~은 기코씨입니다.

이 기분 좋은 에너지가 여러분께도 전해지길 바라면서, 오늘 준비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

오늘 전해드릴 내용은 재생건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도시재생에 관한 내용을 소개해 드렸었는데요.

도시재생은 도시 전체가 새롭게 변모해 가는 커다란 프로젝트라고 한다면, 재생건축은 오래되고,

쓸모 없어진 하나의 건물을 현재의 용도에 맞게 재활용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옷을 입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재생건축을 시작으로 물꼬를 터 도시재생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가 많은 사례를 알 수 있듯이,

재생건축은 도시재생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건물을 재활용 한다는 것. 상상이 되시나요?

아마 잘 둘러보면 이미 우리 주변 곳곳에서도 발견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표적인 국내외 재생건축 사례를 오늘 기코씨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해외의 건축재생 사례에 대해 소개해 드릴텐데요. 획기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해외의 오래된 건물들이

어떻게 새로운 옷을 입었을 지 살펴볼까요?

O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영국 런던 남부 뱅크사이드에 있는 테이트 모던은 2000년에 문을 연 유명한 현대미술관입니다.

재생건축의 사례인 이 건물이 원래 무엇이었을지, 여러분은 상상이 되시나요?

(출처 : 나무위키)

이 건물은 바로~ 화력발전소였다는 사실! 템스 강 남쪽 기슭에 있는 이 발전소는 2차 세계대전 직후 런던 중심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세워졌는데요. 1891년 발전을 중단하고, 20여년 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 된 것입니다.

테이트 모던은 영국의 빨간 공중전화 박스를 디자인 한 것으로 유명한 건축가 자일스 길버트 스콧이 설계했는데요.

붉은 벽돌로 만든 건물 외벽과 세로로 긴 선을 만들어내는 창문, 그리고 상징적인 거대한 굴뚝과 같은 예전 외형을 그대로 보존했습니다.

오랜 시간 근대 런던의 발전을 이끌었던 공간에 깃들어 있는 묵직한 기억과 수많은 이야기를 그대로 간직하도록 한 것이죠.

하지만 발전소 내부는 완전히 리모델링하여 전시실을 마련했습니다.

테이트 모던은 오늘날 수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 받는 건축물 중 하나가 되었고,

현지인들과 언론은 입을 모아 현대 미술의 중심을 뉴욕에서 런던으로 옮겨 왔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O 중국 상하이 부티크 호텔 워터하우스

(출처 : http://www.vmspace.com/2008_re/kor/sub_emagazine_view.asp?idx=10920)

중국 상하이 부티크 호텔 워터하우스는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던 1930년대에 일본 무장군의 사령부로,

중국 공산당 정권 이후에는 부둣가의 창고와 보일러실로 사용하던 3층짜리 건물을 개조한 것입니다.

(출처 : http://www.vmspace.com/2008_re/kor/sub_emagazine_view.asp?idx=10920)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호텔처럼 보이지 않는데요. 호텔 워터하우스는 무엇보다 신구의 명확한 대비에 주안점을 두고 건축재생을 진행했습니다.

원래 건물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외관에 살짝 색을 덧칠해, 일부러 365일 공사 중인 듯한 느낌을 주었는데요.

계단이나 복도에는 옛 건물의 콘트리트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 생경한 느낌을 줍니다.

(출처 : http://www.vmspace.com/2008_re/kor/sub_emagazine_view.asp?idx=10920)

대신 열아홉 개의 객실 내부에는 세련된 가구들을 들여 호화롭게 꾸몄는데요.

짐작할 수 없는 내부와 외부의 괴리감으로 사람들의 방향감각을 혼란 시키고, 일상과 현실을 벗어나 리프레시 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인데요.

이런 파격적인 시각적 연계 덕분에 이곳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O 프랑스 파리 몰리터 호텔

드넓게 펼쳐진 수영장이 있는 이곳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몰리터 호텔입니다.

원래 이곳은 1929년에 문을 연, 실내외 수영장을 갖춘 스포츠 센터였습니다.

수십 년간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수영장이자 사교 클럽으로 시대를 풍미한 곳이었는데요. 1989년에 폐장 위기를 맞게 됩니다.

다행히 역사적 장소를 허물어버리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폐장은 했지만 철거는 막을 수 있었는데요.

(출처 : http://www.evasion.co.kr/goods/goods_view.php?g_code=G1452733265209)

그 후 25년간 방치된 수영장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호텔로 새롭게 탄생하게 됩니다.

스위트룸 스무개를 포함해 124개의 룸과 스파, 레스토랑, 바 등을 갖춘 부티크 호텔로 새로운 옷을 입게 되는데요.

수영장 폐장 후 곳곳에 그려진 그라피티 중 일부를 살려 복도 카펫과 벽면 인테리어에 반영했고,

기억할만한 흑백사진을 실내 장식으로 활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호텔의 백미는 과거의 영광을 담고 있는 야외 수영장인데요.

모든 방에서 둥근 창 너머 수영장을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점! 사진만 봐도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앞에서 해외 재생건축 사례를 알아봤는데요.

우리나라에도 요즘 재생건축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소식! 지금부터 전해드릴게요.

O 성수동 카페 대림창고

요즘 서울 최고의 핫플레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 바로 성수동 카페 대림창고입니다.

대림창고는 원래 50년 전에는 정미소였던 곳인데요. 최근까지는 창고로 사용하다 갤러가 카페로 새롭게 변신을 했습니다.

외형은 옛날 모습 그대로를 간직해, 다소 투박하고 오래 된 건물의 느낌을 주는데요.

실내 또한 콘트리트, 빨간 벽돌 등 최대한 오래된 건물의 느낌을 살려 다양한 예술작품과 함께 넓은 공간으로 꾸며졌습니다.

오래된 공장의 높은 천정과 자연채광이 어우러져 감성적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곳입니다.

대림창고는 사진작품이나 그림 말고도, 다양한 설치미술과 작품들을 둘러 볼 수 있어, 카페로서뿐만 아니라

캐쥬얼한 느낌의 갤러리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철거 당할 뻔 한 낡은 창고건물에서 빈티지한 매력을 살려

새로운 옷을 입게 된 대림창고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재생건축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O 제주 앤트러사이트

두번째로 소개해드릴 국내 재생건축 사례는 제주 북서쪽 한림읍에 위치한 카페 앤트러사이트입니다.

이곳은 원래 1951년 세워진 고구마 전분 공장이었는데요. 건평 150평, 대지는 1800평대에 이르는 대규모로,

당시 동네 사람의 대부분이 전분 공장 직원이었을 만큼 위용이 당당했던 곳인데요.

( 출처 : 슈쿤’s 제주섬나라적응기 http://blog.naver.com/kokage1120/220866807147)

그러나 1991년 한때 마을 경제의 중심이자 산업화 시대의 상징이었던 전분 공장은 수입 농산물에 밀려

역사의 퇴물로 남겨지게 되었는데요. 그러나 곧, 이곳의 가치를 알아본 앤트러사이트의 대표가 나서기 시작하면서 변신이 시작되었습니다!

(출처 : http://www.anthracitecoffee.com / 슈쿤’s 제주섬나라적응기 http://blog.naver.com/kokage1120/220866807147)

낡고 오래된 구조물을 부수는 대신 최대한 원형을 보존해 폐허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것에 집중하고,

공장을 움직이던 대부분의 기계와 허물어진 벽까지 그대로 두었습니다.

또한 거칠고 톤 다운된 컬러감이 주는 남성적 이미지의 공장 내부는 매우 웅장하고 진중한 편인데요.

이런 느낌이 낯설기 보다는 오히려 따뜻하고 익숙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어, 많은 제주 여행객 및 현지인들이 찾고 있습니다.

O 문화역서울 284

대한민국에서 서울역을 모르는 분은 아마 없을텐데요. 성인이라면 아마 붉은 벽돌 건물의 옛 서울역사를 기억하실 겁니다.

지금은 열차와 관련된 기능을 새로운 역사에 양보하고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지만,

1925년 문을 연 옛 서울역사는 80년대까지 서울의 관문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차역이었습니다.

(출처 : http://www.sulwhasoo.com/kr/ko/experience/magazine/vol69/p0022.html)

웅장한 돔에 서양식 아치가 이국적인 옛 서울역사는 일본에 의해 건설되었는데요.

건축 당시에는 6,631㎡의 초대형 건물로 ‘동양 제1역’인 도쿄역의 뒤를 잇는 ‘동양 제2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많은 부분이 파괴되었으나, 2003년 새로운 서울역사가 건설될 때까지는 수많은 열차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이었습니다.

(출처 : http://www.sulwhasoo.com/kr/ko/experience/magazine/vol69/p0022.html)

새로운 서울역이 문을 열면서, 구 역사는 폐쇄되었다가 2011년 원형 복원공사를 마친 후,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 284’라는 명칭으로 재탄생되었는데요.

‘문화역서울’이란 전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는 공간을 의미하고, 284는 서울역의 사적번호에서 따와 붙여졌습니다.

(출처 : http://www.e-journal.co.kr/rb/?c=11/23&uid=281 / http://siegfahrenheit.tistory.com/593)

1층 중앙홀은 공연, 전시, 이벤트, 카페 등을 위한 공간으로, 2층은 공연, 전시, 세미나, 회의 등을 위한 다목적 홀로 이용되고 있으며,

전시회는 대부분 무료라 시민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서울역 앞을 자주 지나다니면서도, 어떤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기코씨는 잘 알지 못했었는데요.

이번 기회로 알게 되어 자주 찾게되는 기코씨의 명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 )

여러분도 한 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O 젠틀몬스터 배스하우스

(출처 : https://brunch.co.kr/@creativety/14)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곳은 젠틀몬스터의 쇼룸 ‘배스하우스’입니다. 서울 계동에 위치한 이 건물은

1969년에 문을 연 상용 목욕탕이었는데요.

젠틀몬스터는 이곳을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쇼룸이 아닌, 남겨진 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기존에 자리한 목욕탕의 오리진(origin)을 살리고, 브랜드의 정서를 담아 ‘창조된 보전’의 개념을 재현하고자 한 것이죠.

(출처 : http://paparazzo.wo.tc/220373822350)

젠틀몬스터는 안경 제품뿐만 아니라, 목욕탕 컨셉에 맞는 비누를 전시해 판매하기도 하고,

설치물을 곳곳에 두기도 하여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하고 있는데요.

옥상에는 휴식공간을 마련해 복합문화공간으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코씨는 목욕탕을 개조해 이런 공간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정말 놀라웠는데요. 정말 기발하지 않나요?

오래된 것을 무조건 부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해나간다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정말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재생건축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알면 알수록 정말 재미있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기코씨는 오늘 소개해드린 국내외 재생건축물을 자주 찾게 될 것 같은데요.

여러분도 한 번쯤 들러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기코씨가 전해드리는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기코씨는 내일 또 여러분께 밝은 모습으로 인사드릴게요!

오래된 창조, 재생 건축

낡은 건물과 도시 풍경이 오버랩되며 회화적 오라를 뿜어내는 고명근 작가의 사진 조각. 1980년대 후반부터 모은 낡은 건물 이미지를 OHP 필름에 출력한 뒤 인쇄된 이미지를 여러 장 겹쳐 플렉시글라스plexiglass에 압착시킨 작업이다. 사진으로 구성한 이 구조물은 입체와 평면을 넘나들며 사진 혹은 조각 이상의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Building with Trees-5’, 59×40×21cm, 디지털 필름 3D-Collage, 2012

재생, 진화의 몸부림 건축에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오랜 화두가 있다. 루이스 설리반Louis Sullivan이라는 근대건축의 첫 장을 장식한 건축가의 말이다. 이 말은 모든 형태는 특정한 기능에 근거해 이유 있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우리가 자연을 관찰하면 이 말이 얼마나 맞는지 알 수 있다. 기린의 목이 긴 이유는 높은 나뭇가지의 잎을 따 먹기 위함이고, 가자미의 눈이 한쪽 면에 두 개가 붙어 있는 것도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필연적 이유에서 발생한 디자인인 것이다. 이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때 아주 유용한 철학이다. 자동차를 처음 디자인한 사람은 기능적 이유에서 엔진과 네 개의 바퀴를 생각해냈을 것이다. 비행기도 기능적 이유에서 날개와 프로펠러를 디자인했다. 항상 새로운 디자인은 이처럼 ‘기능’에 근거해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건축물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첨가되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명제가 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화력발전소로 사용하다 더 이상 쓸모 없게 되어 문을 닫은 건물은 시간이 지나서 테이트 모던이라는 미술관이 되었다. 최초의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의 형태에 맞게 디자인했지만 증기터빈이 있던 자리가 미술관의 전시 공간으로 바뀌었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도 좋은 예다. 기차의 엔진이 강력해지면서 객차가 길어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기존 플랫폼이 짧아 더 이상 기차역으로 기능을 못 하게 되자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곳은 수십 년 후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두 공간 모두 주어진 건물 형태에 맞추어 새로운 기능을 적용한 경우다.

물리적으로 보면 건축물은 돌, 벽돌, 유리 같은 재료로 만든 무생물이다. 자동차와 같이 기본적으로 무기물로 만든 물건은 맞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그 무기질 재료로 만든 나머지 부분인 ‘빈 공간’이다. 빈 공간을 싸고 있는 재료들은 약간씩 변형되어도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건축물은 다른 물건과는 다르게 사람보다 오랫동안 살아남고 시대에 따라 다른 용도로 변형되면서 다시 사용된다. 재생 건축은 이처럼 시대의 변화에도 살아남는 ‘빈 공간’의 이야기다.

또한 건축물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사회, 경제, 문화, 정치, 기술 등 모든 것이 하나로 결집된 결정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동시대의 대중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적으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5백 년 전의 사람들에게는 단층짜리 기와집과 초가집이 그러했다. 마치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형태를 진화시키는 가자미처럼 재생 건축 건축 입장에서 보면 바뀐 환경에서 철거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몸부림의 시간과 사람의 노력은 건축물에 오롯이 남는다. 그래서 재생 건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깊은 시간의 감동이 배어 있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은 1백 년 전 기차역을 만든 이와 건축물을 통해 교감하고, 경제 논리로 따질 수 없는 묘한 울림을 경험한다.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지구가 무한하게 제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고 나서야 사람들은 지구가 유한하다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시간이 지나 세계 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나고 더 이상 지구는 이 많은 사람이 다 누리면서 살기에는 면적이나 지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극단적 영화나 소설은 전염병으로 인류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까지 말하는 지경이다. 그러니 이 시대에 ‘재사용’은 선택 아닌 필연이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이 갖고 있는 고유한 스토리는 새 건물은 결코 빚어낼 수 없는 멋진 디자인 언어가 된다는 21세기의 또 다른 명제를 제시한 재생 건축. 최근 3~4년간 전 세계적으로 이슈를 만들며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재생 건축의 훌륭한 예를 살펴보면서 시간의 켜가 쌓인 건축이 어떻게 아름답게 재활용되었는지 지혜를 배워보길 바란다.

‘Building with Trees-10’, 55×20×20cm, 디지털 필름 3D-Collage, 2012

오래된 속살과 마주하다

워터하우스 부티크 호텔 Waterhouse Boutique Hotel

위치 중국 상하이, Maojiayuan Rd 1-3, Huangpu District

설립 연도 1930년대

기존 용도 군 사령부, 창고, 보일러실

리모델링 시기 2010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네리&후 디자인 앤 리서치(www.neriandhu.com)

상하이 부티크 호텔 워터하우스는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던 1930년대에 일본 무장군의 사령부로, 중국 공산당 정권 이후에는 부둣가의 창고로, 보일러실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했다. 워터하우스 호텔이 자리한 사우스번드 지역은 한때 아시아 최대 항구이던 셔류푸로, 올드 상하이의 교통・물류 중심 지역이었다. 싱가포르 출신 오너는 세계적 디자인 회사 네리&후 디자인 앤 리서치 오피스(NHDRO)와 함께 2010년 이 공간을 리모델링했는데, 내부와 외부를 바꾼 ‘도치’에 디자인 모토를 두었다. 이전 건물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외관의 파사드에 살짝 덧칠만 해 3백65일 공사 중인 듯한 느낌을 준 것. 계단이나 복도에는 옛 건물의 콘크리트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채 네온사인을 걸어 생경한 느낌을 연출했고, 열아홉 개의 객실 내부에는 디자이너 찰스&레이 임스와 콘스탄틴 그리치치, 한스 웨그너, 장 프루베 등의 오리지널 가구를 들여 호화롭게 꾸몄다. 짐작할 수 없는 내부와 외부의 괴리감으로 사람들의 방향 감각을 혼란시키고, 일상과 현실을 벗어나 리프레시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글 손지연 기자 자료 협조 워터하우스(waterhouseshanghai.com)

모던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정수

아날로그 포크Analog Folk

위치 영국 런던, Warner Street

설립 연도 1940년대

기존 용도 공장

리모델링 시기 2013년

건축 DH Liberty(www.dhliberty.com)

현재 모습을 통해 과거 어떤 건물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케 하는 이곳은 영국의 광고 회사 아날로그 포크의 헤드 오피스다. ‘Analog Folk’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오래된 정서를 반영한 이곳은 공장을 개조해 모더니즘과 인더스트리얼 분위기로 재해석한 사무 공간. 노출된 연통과 배관, 조적이 드러난 벽체를 보면 여전히 사무실보다 공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디자인을 맡은 런던의 건축 사무소 DH리버티DH Liberty는 가공하지 않은 OSB 패널과 빈티지 조명등, 파이프 가구, 고재 문짝 등 소품을 이용해 가공하지 않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묘미를 더했다. 다소 거친 분위기지만 고재 나무, 빈티지 유리병 등으로 온기를 더한 것이 특징. 회의 공간에는 커다란 고재 문짝을 상판으로 활용해 회의 테이블을 제작하고, 투명 파티션으로 구획을 나눠 실용성을 더했다. 메자닌 구조로 1.5층을 두어 꼭 다락방처럼 꾸민 사무실은 작지만 개방감이 느껴진다. 입구 로비에는 재활용 병으로 만든 조명등을 물고기 형태로 설치했는데, 회사의 상징이자 명물이 되었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킨틴 레이크Quintin Lake

이화동 쪽방에 꽃핀 사랑방

이화루애

위치 서울시 종로구 낙산성곽서길 107-32

설립 연도 1950년대

기존 용도 주거 공간

리모델링 시기 2015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지랩(www.z-lab.co.kr)

1950년대 지은 조선 영단 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한 이화루애는 당시로는 가장 최신식인 일본 나가야(방과 방이 길게 붙은 다세대주택) 건축 기술로 지었다. 그래서 작은 방으로 나뉜 공간을 하나로 뚫는 작업이 우선이었고, 그 결과 1층 입구엔 이화동에 놀러 온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파스텔 뮤직 숍을, 뒤뜰과 2층은 주방과 침실로 구성한 파티형 게스트 하우스로 바꾸었다. 공사를 중단한 것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외관은 창문과 2층 테라스 외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내부 역시 가능한 한 원형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철거했는데, 철조망 기둥과 그 사이에 벽돌을 메운 1층 천장을 날 것 그대로 노출했고, 적산 가옥의 2층 골조도 남겨두었다. 철거하며 나온 고재를 욕실 문 같은 곳에 재활용하거나,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매터앤매터의 가구를 놓는 등 재생 공간으로서 의미를 더욱 강조했다.

글 김민서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문의 02-732-0102

Back to the 1920’s

몰리터 엠갤러리 호텔Molitor MGallery Hotel

위치 프랑스 파리, 13 Rue Nungesser et Coli

설립 연도 1929년

기존 용도 스포츠 클럽

리모델링 시기 2014년

인테리어디자인 장 필리프 뉘엘Jean-Philippe Nuel

1929년 몰리터 수영장은 실외 수영장과 실내 수영장을 갖춘 스포츠센터로 성대하게 문을 열었다. 수십 년간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수영장이자 사교 클럽으로 시대를 풍미한 이곳은 1989년 폐장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역사적 장소를 허물어버리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폐장은 했지만 철거는 막을 수 있었다. 그 후 25년간 방치된 수영장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엠갤러리 호텔. 스위트룸 스무 개를 포함한 1백24개의 룸과 스파, 레스토랑, 바 등을 갖춘 부티크 호텔로 탄생했다. 레노베이션을 맡은 장 필리프 뉘엘은 1920년대 유행한 아르데코 양식을 유지하면서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상을 반영하는 가구, 소품 등으로 개성을 더했다. 수영장 폐장 후 곳곳에 그려진 그라피티 중 일부를 살려 복도 카펫과 벽면 인테리어에 반영했고, 기억할 만한 흑백사진(다이빙하는 모습 등)을 거대하게 프린트해 실내 장식으로 활용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호텔의 백미는 과거의 영광을 담고 있는 야외 수영장이다(모든 방에서 둥근 창 너머 수영장을 바라볼 수 있다). 비현실적으로 파란 물빛, 페르몹과 모르소의 아웃도어 체어와 데이베드가 형형색색 펼쳐진 모습이 인상적인 수영장의 풀사이드는 보는 순간 가슴이 확 트이는 시원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글 이지현 기자 자료 협조 www.mgallery.com

배려의 미학

에이 스페이스A space 쇼룸

위치 독일 베를린, Kremmener Straße 9, 10435

설립 연도 1920년대

기존 용도 극장

리모델링 시기 2014년

건축 조피 카츠케Sophie Gatzke, 플라여&프란츠 스튜디오 Plajer&Franz Studio

낡고 볼품없는 도심 속 영화관이 부동산 중개소의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주 흥미로운 발상이다. 베를린 도심의 400㎡ 면적에 걸쳐 리모델링한 에이 스페이스 쇼룸은 오래된 재료의 물성과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영화관으로 활용하던 기존의 낡은 시설을 뜯어내고 건축가는 벽과 천장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예산의 한계와 짧은 공사 기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통해 앙상하게 드러난 8m의 높은 천장을 얻었고 특별한 영역 구분 없이 회의실과 상담실이 마련되었다. 상부의 무덤덤함을 가득 채운 실 커튼은 말없이 공간을 나누고, 1920년대 영화관 전광판을 연상시키는 A 모양의 설치물이 부동산 회사의 브랜드를 설명해준다. 전시 공간은 노출된 벽돌 조적조와 한껏 어우러져 홀과 벽면에 정리된 모형과 홍보용 패널, 제작한 가구 등이 이색적 운치를 자아낸다. 과거의 흔적을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살려내고 그 속에서 시간과 물성적 효과를 현대 공간에 맞게 재구성하는 시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환경에 대한 배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글 김용삼(에이앤뉴스 편집국장) 사진 히리스티안 루다트Christian Rudat

창조된 보존

젠틀 몬스터 배쓰하우스

위치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92

설립 연도 1960년대

기존 용도 목욕탕

리모델링 시기 2015년 시공 패브리커, 젠틀 몬스터

서울에서도 고즈넉한 골목길 풍경을 유지하는 종로구 계동. 계동의 오래된 명물이자 주민들의 사랑방이던 중앙탕이 하우스 안경 브랜드 젠틀 몬스터의 네 번째 쇼룸으로 거듭났다. 중앙탕은 1968년까지 중앙고등학교 운동부 샤워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개조해 1969년 다시 문을 연 대중목욕탕이다. 젠틀 몬스터는 중앙탕이 지닌 정서와 세월의 흔적을 유지한 채 쇼룸의 기능을 더하는 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6개월의 인고 끝에 ‘배쓰하우스Bathouse’ 쇼룸이 탄생했다. 50년 이상 타일을 덧붙이는 개・보수를 했기 때문에 켜켜이 쌓인 마감재를 정리하는 데만 두 달 이상이 걸렸다. 쇼룸은 보일러실, 사우나실, 욕탕 등 목욕탕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 특징으로 목욕탕 특유의 청색 타일과 콘크리트가 노출된 벽면에 선반을 설치해 안경을 전시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1층 욕조 가운데에 있는 육중한 기계. 목욕탕 물을 데우기 위한 실린더에서 영감을 얻은 ‘타임 트랜스포메이션Time Transformation’이라는 대형 설치 작품으로 1층 욕조 안 물의 움직임으로 생성된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전환돼 2층에 설치한 1백62개 전구의 빛을 밝힌다. 최초의 대중목욕탕으로 사랑받은 옛 모습이 담긴 영상을 지나 옥상으로 나가면 하얀 연기를 뿜으며 위용을 과시하던 빨간 굴뚝을 만날 수 있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이창화 기자 문의 070-4895-1287

전분 공장의 무한 변신

앤트러사이트 제주

위치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564

설립 연도 1951년

기존 용도 고구마 전분 공장

리모델링 시기 2015년

최근 제주에서 가장 핫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이 전분 공장이다. 현무암으로 단단히 올린 이 건물은 1991년까지 왕성하게 기계가 돌아가던 고구마 전분 공장으로 수입 농산물에 밀려 20년 이상 방치된 건물을 앤트러사이트 김평래 대표가 인수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김 대표는 최대한 원형을 보존해 폐허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 영국산 증기터빈 원동기는 버리자고 보면 그저 고철 덩어리지만 지금 시대에는 돈 주고도 못 구하는 이곳의 상징 같은 존재. 파손된 천장 사이사이 지붕을 드러내 투명하게 마감한 덕분에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 지역의 재료만을 사용한 것도 특징. 오픈 키친의 아일랜드는 주변 돌을 주워다 쌓고 삼나무 상판을 올려 손수 만든 것. 고구마를 세척할 때 사용하던 나무 체를 분리해 제작한 테이블은 오래된 건물과 집기가 전혀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룬다. 돌 건물 리모델링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을 통해 ‘시간’이라는 디자인 요소의 매력을 한껏 체험해보길.

글 이지현 기자 문의 064-796-7991

패션과 아트, 경계를 허물다

폰다치오네 프라다 Fondazione Prada

위치 이탈리아 밀라노, Largo Isarco 2 20139

설립 연도 1900년대

기존 용도 공업 단지

리모델링 시기 2015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OMA(www.oma.nl)

미우치아 프라다와 그의 남편 파트리치오 베르텔리가 설립한 예술 재단 프라다 파운데이션이 자리를 옮겼다.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공간답게 이곳은 1900년대 초에 설립한 밀라노 남쪽 라르고 이사르코 지역의 공업 단지를 예술 공간으로 개조했다. 약 1만 9000㎡(2천7백 평)의 예술 단지를 조성한 것은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가 이끄는 OMA. 그는 기존 콘크리트 건물 일곱 채에 신축 건물 세 채를 더했는데, 전형적인 콘크리트 공장 건물과 수려한 현대적 건물이 질서 정연하게 공존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폰다치오네는 보전 프로젝트도 아니지만 신축 건축물도 아니다”라는 렘 콜하스의 말처럼 이곳은 ‘옛것과 새것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각각의 건물은 뮤지엄과 시네마, 탑 등으로 전시 성격에 따라 나뉘며 어떤 전시실도 모양이 같은 것은 없다. 한편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이 1950년대 이탈리아 영화를 재현한 듯 꾸민 카페 더 바 루체는

꼭 들러야 할 명소다.

글 손지연 기자 자료 협조 폰다치오네 프라다(www.fondazioneprada.org)

머물고 싶은 감옥

헷아레스트하위스 Het Arresthuis

위치 네덜란드 루르몬트, Pollartstraat 7, 6041 GC

설립 연도 17세기

기존 용도 감옥

리모델링 시기 2011년

건축 마르턴 앵앨만Maarten Engelman

인테리어디자인 팔크 디자인Valk Design

네덜란드 남동부 루르몬트에는 경비가 삼엄하기로 악명 높은 감옥이 있었다. 그런데 1863년부터 2007년까지 약 1백50년 동안 중범죄자를 수감했던 이 감옥이 몇 년 전 완전히 색다른 공간으로 변모했다. 네덜란드 호텔 체인 판테르팔크Van der Valk가 오픈한 헷아레스트하위스는 어두컴컴한 감방 1백5개를 40개의 모던한 객실로 바꾸고, 난간 아래 1층 넓은 복도를 라운지로 사용한다. 기존에 있던 2층 복도 난간과 철창문은 그대로 살리되, 각 객실은 네덜란드 디자인의 세련되고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적용해 과거 모습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제일러 Jailer’ ‘저지Judge’ ‘로이어Lawyer’ ‘디렉터Director’라고 이름 지은 스위트룸, 열쇠를 모티프로 한 도어 태그, 수감 번호가 붙은 목욕 가운 등 곳곳에 위트가 묻어난다. 때때로 죄수복을 입고 진행하는 파티나 이벤트를 연다니, 네덜란드를 여행한다면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은 호텔이다.

글 김민서 기자 자료 협조 헷아레스트하위스(www.hetarresthuis.nl)

역사 위에 세운 디자인 스폿

디자인 코뮌Design Commune

위치 중국 상하이, No.511, Jinan Ning road

설립 연도 1920년대

기존 용도 경찰서

리모델링 시기 2012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네리&후 디자인 앤 리서치(www.neriandhu.com)

상하이 징안에 오픈한 디자인 코뮌에는 디자인 숍과 갤러리,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다. 1910년 즈음에 지은 이 건물은 영국 식민지이던 당시엔 경찰서로 사용했는데, 최근 디자인과 예술의 도시로 가장 조명받는 상하이답게 식민 시대의 잔재인 이곳은 디자인 스폿으로 탈바꿈했다. 디자인 코뮌은 역사 경관 가이드라인(historic preservation guidelines)에 따라 건물 외벽의 붉은 벽돌 구조를 유리로 감싸 건물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보존했다. 이렇게 거의 손대지 않은 외관과 대조적으로 실내는 비교적 많이 바뀌었는데, 벽과 바닥 그리고 지붕을 과감히 없애거나 썩은 나무와 석고를 제거하고 벽돌을 쌓았다. 또 유리 같은 가벼운 재료를 사용해 식민 시대 공공 기관의 무겁고 경직된 분위기를 중화했다. 타파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카페 코뮌 소셜은 아늑한 분위기와 뛰어난 맛으로 상하이의 핫 플레이스로 손꼽힌다.

글 김민서 기자 사진 페드로 페헤나우테Pedro Pegenaute

별 헤는 밤

윤동주 문학관

위치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119

설립 연도 1960년대

기존 용도 수도가압장, 물탱크

리모델링 시기 2012년

건축 아뜰리에 리옹(www.lionseoul.com)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윤동주 문학관이 과거 수도 가압장과 물탱크였다면 믿을까?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모던한 하얀 큐브 안으로 들어서면 만나는 어두컴컴한 침묵의 방. 이곳이 의미 있는 것은 생가 건물을 복원하는 식이 아니라, 수명을 다한 수도 가압장에 문학관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공간의 핵심은 물탱크다. 물탱크 하나는 윗부분을 개방해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열린 우물), 다른 하나는 어두컴컴한 영상 전시실로 바꿔 윤동주 시인의 감옥 생활을 상징한다(닫힌 우물). 설계를 맡은 아뜰리에 리옹의 이소진 소장은 벽면의 물때 자국까지 건축 요소로 활용했다. 전시실 두 개를 잇는 야외 통로의 벽면은 이곳이 수십 년간 수돗물이 저장된 곳임을 증명하듯 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용도를 다해 버려진 공간은 그 힘을 다한 듯하지만 건축가의 창의적 시도로 다른 용도로 생명력을 얻게 된다. 천장을 뚫어 하늘을 향해 열린 이곳에서, 그의 시처럼 밤하늘의 별을 헤아려봐도 좋겠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김재경

한옥의 현대적 실험

카페 식물

위치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11다길 46-1

설립 연도 미상

기존 용도 주거 공간

리모델링 시기 2014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데시_아키텍츠 Desi_Architects(www.desiarchitects.com)

익선동은 1920년대 말 건양사라는 주택 개발 회사가 매입해 도시형 한옥 단지를 지어 분양한 동네다. 이곳 한옥은 가회동에 비해 크기가 작고, 마당과 대청, 기와지붕 등 한옥의 건축양식을 지키면서 부분적으로 유리나 타일 같은 재료를 활용했다. 그래서 익선동은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전통문화를 계승하려고 한 동네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패션 사진작가 루이스 박이 운영하는 카페 식물은 이런 장소적・역사적 특성을 살려 개조했다. 한옥 네 채 중 한 채는 작업실로 남겨두고 나머지 세 채를 하나로 연결해 카페 겸 바로 만들었다. 한옥의 형태는 최대한 보존한 채 외관을 폴리카보네이 트로 덮고, 툇마루 같은 테라스와 기와를 쌓아 만든 벽 등 기존 한옥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했다. 또 어머니가 사용한 자개 상처럼 빈티지한 소품과 가구가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글 김민서 기자 문의 02-747-4854

버스 차고지에 번지는 커피 향

브라운핸즈 마산점

위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순환로 109

설립 연도 미상

기존 용도 버스 차고지

리모델링 시기 2015년

인테리어디자인 브라운핸즈(www.brownhands.co.kr)

서울 도곡동의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쇼룸으로 이목을 끈 브라운핸즈가 이번에는 마산 해안가에 있는 버스 차고지를 쇼룸으로 만들었다. 일대에 리조트를 건설하기 위해 철거될 뻔한 버스 차고지가 브라운핸즈 덕에 생명을 얻은 것. 전시 공간이자 카페로 사용하는 도곡동 쇼룸처럼 이곳에서도 다양한 문화 활동이 펼쳐진다. 버스를 여러 대 주차해놓은 만큼 공간이 넓고 천고도 높아 공간이 시원하게 뚫린 느낌이다. 연장을 보관하던 드럼통, 오래된 정비 시설, 외관에 쓰여 있는 ‘안전제일’과 내부의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라는 글자 등 버스 차고지던 과거의 잔상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마산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위치가 좋다. 현재 브라운핸즈는 1922년에 지은 부산 백제병원을 작업하고 있는데, 그 결과물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글 김민서 기자 문의 055-243-0050

양조장의 운치에 취하다

옥타파마 오피스&레스토랑 Octapharma Brewery

위치 스웨덴 스톡홀름, Hornsbergsvägen, 112 51

설립 연도 1890년대

기존 용도 양조장(맥주 공장)

리모델링 시기 2015년 건축 욜리아르크Joliark

인테리어디자인 화이트White

스웨덴 스톡홀름의 구시가지에 재생 건축의 모범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건물이 들어섰다. 스위스의 다국적 의료 서비스 회사인 옥타파마사가 방치되어 파손되어가던 1890년대의 낡은 맥주 공장을 사들여 오피스와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한 것. 당초 옥타파마사는 회사의 확장세와 더불어 공장과 생산 시설뿐 아니라 사무 공간과 실험실을 위한 공간을 계획했지만 기존 목조 시스템이 생산 시설과 실험실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기존 건물을 가급적 그대로 유지한채 용도에 맞게 변경했다. 외벽은 유리 파사드로 바꾸었으며, 내부는 목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기존 아치형 창을 보존함으로써 고풍스러우면서도 밝고 활력 넘치는 공간을 탄생시켰다. 내부 공간은 맥주가 큰 구리 용기 안에서 양조되는 시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반영했고, 노출된 목재 기둥과 어우러져 시간의 흔적으로 유지한 채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공간을 구현한다. 건물의 문화적 가치를 중시한 기업, 이를 효용성 높은 공간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스톡홀름 시 당국과 박물관, 건축 회사와 인테리어 회사의 협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이 건물은 그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블루 플라크 헤리티지 리스팅blue plaque heritage listing’ 에 등재되기도 했다. 1백25년 된 유럽 양조장의 변화된 운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듯.

글 김용삼(에이앤뉴스 편집국장) 사진 토리우스 다히Torjus Dahl, 브렌단 아우스틴Brendan Austin

귀족 별장과 와이너리의 만남

식스 센스 도루 밸리 Six Senses Douro Valley

위치 포르투갈 라메고, Quinta vale de Abraão, Sanodães, 5100-758

설립 연도 1980년대

기존 용도 귀족 별장

리모델링 시기 2015년

인테리어디자인 식스 센스 아키텍처&디자인, 클로다 디자인Clodagh Design

럭셔리 호텔 체인 식스 센스의 호텔 식스 센스 도루 밸리는 포르투갈 라메고의 전통 와인 경작지에 자리한 귀족의 가족 별장을 개조해 만들었다. 근처에 작은 댐과 에너지 발전소가 있어 수자원이 풍부한 데다, 정원과 호수가 예쁘게 정리되어 있고 이국적 나무와 숲길이 조성되어 도루 계곡에서 가장 패셔너블하고 아름다운 별장으로 소문난 곳이었다. 시간이 흘러 별장으로서의 역할이 사라지자, 식스 센스 호텔로 탈바꿈한 것. 이때 전통적 와인 양조 지역이라는 지역 특색을 반영해 와인과 미식에 초점을 맞췄다. 객실 57개는 원목 가구를 더해 내추럴 무드로 꾸미고, 포도밭이 있는 호텔 중심부에는 카페와 함께 시음 공간을 마련했는데, 호텔 투숙객이라면 누구나 산지의 신선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또 약 7백여 가지 와인 리스트가 저장된 와인 라이브러리를 살려, 도루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와인을 만날 수 있다. 와인 제조업자나 포도주 양조학자들과 함께 포르투갈만의 기술을 나누거나 시음 팁을 공유할 수도 있으니 와인 마니아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글 손지연 기자 자료 협조 식스 센스(www.sixsenses.com)

21세기에 재탄생한 제주 가옥

눈먼고래

위치 제주시 조천읍 조천7길 19-12

설립 연도 미상

기존 용도 주거 공간

리모델링 시기 2014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지랩(www.z-lab.co.kr)

제주에서도 비교적 개발이 덜 된 조천읍에는 검은 고래 등처럼 매끈한 지붕을 얹은 집 두 채가 자리한다. 마치 눈이 먼 고래가 길을 잘못 들어 육지에 다다른 것 같다고 해 이름 지은 ‘눈 먼고래’는 지은 지 1백 년은 족히 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옛 가옥을 개조한 독채형 게스트 하우스다. 제주 가옥은 태풍과 거친 바닷바람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새(억새)를 엮고 검은 그물을 씌운 이엉지붕과 집 전체를 둘러싼 돌담이 특징인데, 눈먼고래는 이 형태를 최대한 살리되 구조와 재료를 현대식으로 보완했다. 그래서 새와 검은 그물 대신 방수 시트와 알루미늄 징크로 지붕을 만들어 씌우고, 내부의 썩은 서까래와 기둥은 제주에서 자란 삼나무로 대체했다. 또 철거하면서 뜯어낸 대문과 마룻바닥의 나무로 테이블과 침대를 만들었고, 본래 마당에 있던 대나무를 훼손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공사했다. 돌집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려 노력한 눈먼고래는 아름다운 제주 자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글 김민서 기자 사진 김재경 문의 02-732-0102

현재와 과거의 지역적 특색을 녹여내다

호텔 사이클Hotel Cycle

위치 일본 히로시마, 5-11 Nishigosho-cho, Onomichi

설립 연도 1943년

기존 용도 조선업 창고

리모델링 시기 2014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서포즈 디자인 오피스 Suppose Design Office(www.suppose.jp)

시마나 미카이도는 일본 시코쿠 지역의 에히메 현과 히로시마 현을 잇는 74km의 도로로, 크고 작은 섬 아홉 개가 다리 열 개로 연결되어 있다. 과거에는 각 섬의 시민을 위한 생활 도로였는데, 대만의 자전거 회사인 자이언트 Giant와 협업해 전용 도로를 조성한 뒤부터는 사이클링 명소로 유명해졌다. 호텔 사이클은 오노미치 해변가의 빈 창고를 개조한 호텔로, 사이클링 명소인 지역 특색을 잘 녹여낸 공간이다. 호텔 외부 시설은 모두 자전거가 접근 가능하며, 모든 객실에는 자전거를 걸어둘 수 있는 훅을 설치하는 등 사이클 여행자를 위한 배려가 곳곳에 눈에 띈다. 한편 과거의 흔적 또한 잘 녹아 있다. 이곳을 디자인하고 시공한 일본 건축 사무소 서포즈 디자인 오피스는 “오노미치의 지역적 정체성을 살리고자 해변가의 창고이던 옛 건물을 연상시키도록 디자인했다”며 원래 건물의 껍데기와 벽돌·콘크리트 마감은 그대로 노출시키고, 오노미치 지역의 고가옥에 사용하는 전통 소재인 나무・스틸・모르타르를 사용했다. 이 지역의 조선업 역사를 기록이라도 하듯 호텔 내부의 레스토랑에도 메탈 프레임과 계단을 살려 디자인했다.

글 손지연 기자 사진 도시유키 야노 Toshiyuki Yano 자료 협조 www.onomichi-u2.com

마을 경관을 닮은 증축 건물

안티구오 마타데로Antiguo Matadero

위치 스페인 카디스, C/ Rubiales S/N, Medina Sidonia

설립 연도 19세기 기존 용도 도축장

리모델링 시기 2011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솔Sol89(www.sol89.sol89.com)

스페인 서남부 카디스의 역사 깊은 마을 메디나시도니아는 빽빽이 들어선 하얀 벽과 세라믹 타일 지붕의 집이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멀리서 보면 붉은 지붕이 마을 지형에 따라 굴곡을 형성하고 있다. 얼핏 여느 집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건물은 19세기에 지은 도축장으로, 현재는 요리 전문 학교로 용도가 바뀌었다. 스페인 건축 스튜디오 솔89는 도축장을 학교로 개조하면서 건물을 증축해 공간을 넓혔다. 가축을 방목하던 야외 뜰을 주방과 강의실로 사용할 실내 공간으로 만들었는데, 경사진 붉은 지붕이 들쑥날쑥한 마을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와 좌우가 비대칭인 붉은 박공지붕을 씌웠다. 그래서 새롭게 지어 올린 부분이지만 기존 건물과 잘 어우러질뿐더러 마을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 천장을 받치는 실내 기둥과 천장에 노출된 통나무 골조를 간접 조명등으로 활용하는 등 오래된 도축장이 세련된 공간으로 변모했다.

글 김민서 기자

재사용, 재가공, 재생

오키도키! 아르키텍테르 Okidoki! Arkitekter

위치 스웨덴 고텐부리, Kastellgatan 1

설립 연도 1898년

기존 용도 코르셋 공장

리모델링 시기 2013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오키도키! 아르키 텍테르(www.okidokiarkitekter.se)

스웨덴 고텐부리의 중심에 자리한 오래된 코르셋 공장은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히는 곳이었

다. 1989년 구스타프 위크만이 디자인한 이 건물은 아름다운 창문과 바닥, 오픈형 구조로 공장에 적합한 구조였지만, 1950년 공장을 폐업한 후 다양한 사무실로 사용하다 지난 2013년 건축 사무소 오키도키 아르키텍테르가 자신의 오피스로 개조했다. 아름다운 건물 외부는 그대로 두고, 색색의 장식 벽에 창문을 내는 등 깔끔하게 마감해 전통과 현대의 조합을 꾀했다. 또 직원들이 계급을 나누지 않고 평등하게 일하는 건축 사무소의 분위기를 공간에 십분 반영했다. 직원들은 길게 이어진 테이블에 앉아 함께 일하며, 쇼룸 한편에 커다란 계단형 벤치를 만들어 쉴 수 있도록 한 것. 한편 모든 사무 가구는 이들이 직접 제작한 것. 재미있는 것은 건물을 재생했듯 가구 역시 낡은 가구를 재가공하거나 재사용했다는 점이다. 건축물과 가구 모두에서 ‘높은 지속 가능성’을 노린 셈이다.

글 손지연 기자 사진 베르트 레안데르손Bert Leandersson

거리의 역사를 담아내다

자그마치

위치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성수이로 88

설립 연도 1960~1970년대

기존 용도 인쇄소

리모델링 시기 2014년

인테리어디자인 디자인 기획회사 식물예원, 쿼츠랩

경제 붐이 일던 1960~1970년대에 성수동은 준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일명 ‘장인’의 거리였다. 목공소, 인쇄소, 가죽 공장 등이 들어섰고 이후 수천 개의 부자재 상점이 거리를 메우며 성수동의 상징 아닌 상징이 되었다. 그중 인쇄소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해 성수동 거리와 시대적 상황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탄생한 복합 문화 공간 자그마치다. 변화라는 관점에서 빛과 음악, 식물이 어우러지는 ‘늘 변화하는 공간’을 꾀한 것. 카페와 공방, 갤러리로 운영하는데, 방화 셔터에 칠한 페인트와 낡은 벽돌 외관이 빈티지한 느낌을 준다. 내부에는 콘크리트 기둥과 메탈 프레임, 낡은 집기, 지함과 거래처 라벨 등은 그대로 두고 여기에 어울리는 손때 묻은 빈티지 가구와 의자, 말린 꽃 등을 더했다. 인쇄소의 거친 하드웨어에 빈티지한 느낌의 소프트웨어가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역사를 담은 채 새로운 쓰임새로 거듭나 감회가 새롭다. 글 손지연 기자 문의 070-4409-7700

글을 쓴 유현준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및 (주)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다. 하버드 대학교, MIT, 연세대학교에서 건축 공부를 했으며 졸업 후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2013 올해의 건축 Best 7, 2013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CNN이 선정한 15 Seoul’s Architectural Wonders, 2010 건축문화공간대상 대통령상, 2009 젊은 건축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청운대학교 도서관’ ‘테마동물원 ZooZoo’ ‘고리원자력 발전소 신사옥’ ‘헤이리 촬영박물관’ ‘여수엑스포 L기업관’ ‘함께 일하는 재단 소셜인큐베이트센터’ 등이 있다. 재생 건축이야말로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건축이요, 도시와 사회에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다고 믿는다.

디자인 김홍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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