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에 관한 시 | 죽음에 관하여 L 그대가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슬퍼할 필요도 없는 이유 12560 투표 이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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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시 모음> : 네이버 블로그

제가 죽을 때 웃고 죽게만 해 주세요. 다른 거는 하나도 안 바랄게요. … 맑은 웃음으로 떠나게만 해 주셔요. … 삶의 겉돌기나 하는 약속 따윈 하지 않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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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blog.naver.com

Date Published: 12/28/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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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묵상 시 모음> – 당당뉴스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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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ww.dangdangnews.com

Date Published: 1/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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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묵상 시 모음>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 외 – 문학과 사람들

알고 싶습니다. 제가 살 수 있을까요? 가슴에 한줄기 희망을 품고서 기다려 봅니다. 저는 힘겹게 싸우고 있습니다. 믿음도 차츰 사라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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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m.feelstory.com

Date Published: 12/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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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관련된 시 모음]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한 시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그 가운데 가장 사랑하는 책들에 대한 블로그 읽었던 모든 책과 들었던 모든 시에 대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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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in-mybookshelf.tistory.com

Date Published: 8/1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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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시학’은 그를 여전히 살아있는 시인으로 만들었다 – 한겨레

김수영은 죽음을 우선 삶에 대한 각성의 계기로 삼았다. 이 점은 그의 초기 시 ‘공자의 생활난’에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시에서 그는 “동무여 이제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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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ww.hani.co.kr

Date Published: 8/3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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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한 명언 모음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죽음에 대한 명언 모음 아래 명언을 반복하여 읽어라. 그러면 누구나 다 맞이할 죽음에 대하여 좀더 알게 되리라. 모든 일은 준비(準備)하고 사는 것이 상책(上策)이다 …

+ 여기에 자세히 보기

Source: www.feelpoem.com

Date Published: 7/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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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하여 l 그대가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슬퍼할 필요도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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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죽음 에 관한 시

  • Author: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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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Published: 202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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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시 모음>

<죽음에 관한 시 모음> 박제영의 ‘저승길이 환해질 때’ 외

+ 저승길이 환해질 때

덤불 우거지고 잡풀 웃자라

이 골이 저 골 같고 저 골이 이 골 같아서

도무지 찾을 길 없는 길을

아버지는 어찌 알고 저리 수이 오르시는가

덤불 우거지고 잡풀 웃자라

표식도 없고 비석도 없어

도무지 경계 없는 무덤을

아버지는 어찌 알고 저리 수이 찾으시는가

– 아버진 어찌 그리, 길도 무덤도 잘 찾으요?

– 늙으면 저승길이 환해지는 법이다

우거진 덤불과 웃자란 잡풀들

아버지, 낫으로 베어낼 때마다

조금씩 환해지는

알몸의 길이여

알몸의 무덤이여

(박제영·시인)

+ 해질 무렵 어느 날

꽃 지고 난 뒤

바람 속에 홀로 서서

씨를 키우고

씨를 날리는 꽃나무의 빈집

쓸쓸해도 자유로움

그 고요한 웃음으로

평화로운 빈손으로

나도 모든 이에게

살뜰한 정 나누어주고

그 열매 익기 전에

떠날 수 있을까

만남보다

빨리 오는 이별 앞에

삶은 가끔 눈물겨워도

아름다웠다고 고백하는

해질 무렵 어느 날

애틋하게 물드는

내 가슴의 노을빛 빈집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한가지 소원(所願)

나의 다소 명석한 지성과 깨끗한 영혼이

흙 속에 묻혀 살과 같이

문드러지고 진물이 나 삭여진다고?

야스퍼스는

과학에게 그 자체의 의미를 물어도

절대로 대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억지밖에 없는 엽전 세상에서

용케도 이때껏 살았나 싶다.

별다른 불만은 없지만,

똥걸레 같은 지성은 썩어 버려도

이런 시를 쓰게 하는 내 영혼은

어떻게 좀 안될지 모르겠다.

내가 죽은 여러 해 뒤에는

꾹 쥔 십원을 슬쩍 주고는

서울길 밤버스를 내 영혼은 타고 있지 않을까?

(천상병·시인, 1930-1993)

+ 약력

그리움으로 피었다 지는 꽃

살아온 흔적 중에 빛나는 일만 적으라 하네

높은 지위

남에게 자랑하여 고개 숙일만한 일들을

요약해서 적는 것이 약력이라네

나이 들면서 자꾸 뒷 쪽을 바라보는 것은

덧셈보다 뺄셈에 능숙해지는

바람을 닮아가기 때문이라네

바람이라고 적을 수는 없네

떠돌이였다고 말할 수는 없네

태어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먼지처럼 쌓였다 사라져버린

그 수많은 날들을

나는 축약할 수가 없다

기억나지는 않으나

밥 먹고 잠들었던

잠들었다 부시시 깨어나던 동물의 날들을

나는 버릴 수가 없다

나는 약력을 쓰네

꿈이 꿈인 줄 모르고

꿈속을 헤매다가

꿈속에서 죽어서도

죽은 것인지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줄여서 약력을 쓰네

(나호열·시인, 1953-)

+ 국경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로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로

국경을 넘는다.

이탈리아를 지나면

스위스가 나타나고

프랑스가 나타난다.

그래, 그렇지.

이승의 국경을 넘으면

거기에도

나라는 있겠지.

호반이 있고

새들 지저귀는

숲이 있고

마을이 있겠지.

(손광세·시인, 1945-)

+ 임종 예습

흰 홑이불에 덮여

앰블런스에 실려간다.

밤하늘이 거꾸로 발 밑에 드리우며

죽음의 아슬한 수렁을 짓는다.

이 채로 굳어 뻗어진 내 송장과

사그라져 앙상한 내 해골이 떠오른다.

돌이켜보아야 착오 투성이 한평생

영원한 동산에다 꽃 피울 사랑커녕

땀과 눈물의 새싹도 못 지녔다.

이제 허둥댔자 부질없는 노릇이지…

“아버지 저의 영혼을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

시늉만 했지 옳게 섬기지는 못한

그분의 최후 말씀을 부지중 외우면서

나는 모든 상념에서 벗어난다.

또 숨이 차온다.

(구상·시인)

+ 한 늙은 농부의 기도

오늘도 저물었습니다.

밭에는 씨를 뿌렸고

논의 물꼬도 막았습니다.

올 농사도 당신이 거두어주소서.

저는 믿습니다.

해마다 당신은 거두어주셨지요.

당신이 원하시는 그 때에.

아내와 자식

며느리와 손자들

논밭의 곡식들

땅을 파는 이 손은 기억하고 있지요.

마른 논바닥 같은 이 손

당신이 꼭 쥐어주는 이 손

사람들은 두런거립니다.

땀에 찌든 이 몸뚱이 보고

개냄새가 난다고,

허리 굽은 이 몸뚱이 보고

무덤냄새가 난다고.

그래요, 그래요

그래도 저는 일을 하지요.

밤낮없이 일을 하지요.

당신이 여기 계시기에

당신이 그걸 원하시기에

이제 이 몸도

당신이 거두어주소서.

(김형경·시인, 1960-)

+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화려하게 꽃피는 봄날이 아니라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가을이 되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사고나 실수로 나를 찾아오지 않고

허락하신 삶을 다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하늘은 푸르고 맑아

내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한 날이 되게 하소서

늙어감조차 아름다워 추하지 않고

삶을 뒤돌아보아도 후회함이 없고

천국을 소망하며 사랑을 나누며 살아

쓸데없는 애착이나 미련이 없게 하소서

병으로 인하여 몸이 너무 쇠하지 않게 하여 주시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기력이 있고 건강한 때가 되게 하소서

나의 삶에 맡겨주신 달란트를 남기게 하시고

허락하신 사명을 감당하게 하시며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고 베풀며 살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주님의 구원하심과 죄의 용서하심과 사랑을

몸과 영혼으로 확신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가족들에게 웃음 지으며

믿음으로 잘 살아가라는 말과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게 하소서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순간 고요히 기도 드리며

나의 영혼을 주님께 맡기게 하소서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수의 패션쇼

강남 한복판에서 수의 패션쇼가 열렸다

죽음의 옷이 산 사람을 꿰입고

휘황찬란 조명 아래 활보한다

산 사람이 죽음의 옷 속에 담겨 조용히

전시중이다 사람들은

수의 위에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어댄다

조명발을 받은 수의는 이 세상처럼 환한데

수의 속 산 사람의 몸은 무덤처럼 캄캄하다

이제 죽음은

빙초산 맛 같은 불빛 아래 진열되는

상품이 되었다, 나는 후일

어떤 디자인에 맞춰 임종하게 될까

턱시도 수의, 드레스 수의, 무궁화 자수가 만발한

거들치마 수의

대로변에 버젓이 검은 입 벌리고 대기중인 납골묘

아직 새파란 사람들이 저축하듯 유서를 쓰고

영원한 안식인 죽음은

죽은 몸 부릴 곳조차 없다, 상여 붙잡고 울 틈도 없이

무대 위로 불려 올라가 번쩍번쩍 요란한

박수 소리만 흘려 보낸다

(이해리·시인, 경북 칠곡 출생)

+ 죽음을 사랑합니다

왜 이렇게 열렬히 사랑하는지 당신 잘 이해 못 하시는군요. 그건 제가 죽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단 한 번뿐인 삶으로, 매순간 제 죽음으로, 당신 전부를 사랑하기에 그토록 뜨거운 겁니다. 당신 만날 때마다 매번 죽고 싶다고 말하는 건 당신이 너무나 소중하단 뜻입니다. 단 하나 목숨으로 당신 우주처럼 사랑하고 싶지만 그에 못 미칠 때 절망합니다. 당신 또한 단순히 절 사랑하는 게 아니라 제게 삶의 가장 빛나고 화려한 생명의 순간을 죽음으로 주신다는 걸 압니다. 청춘이 죽고 삶이 죽어지지 않는 거라면 우리 사랑 이토록 슬프고 간절하진 못할 겁니다. 아시겠지요? 전 매순간 제 죽음으로 당신 삶을 불태우듯 사랑합니다.

(김하인·소설가, 1962-)

+ 쉬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 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몸, 온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문인수·시인, 1945-)

축복

신이 인간에게 내린

가장 큰 축복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마지막이 있다는 것.

문득 그 끝에 선

흰 수염의 인자한 얼굴이

웃고 있다.

(서정윤·시인, 1957-)

+ 영혼

어느 날엔가 우리는 배우게 되리

영혼으로 얻은 그 무엇도

죽음이 훔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타고르·인도의 시인이며 철학자, 1861-1941)

+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시인, 1930-1993)

+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오늘부터 계속해서 하느님께서 원하실 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곳에서,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

내 말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그대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죽음은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곳에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올 것입니다.

우리의 누이, 죽음이여,

환영하노라!

(작자 미상)

+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죽음은

마침표가 아닙니다

죽음은 영원한 쉼표,

남은 자들에겐

끝없는 물음표,

그리고 의미 하나,

땅 위에 떨어집니다

어떻게 사느냐는

따옴표 하나,

이제 내게 남겨진 일이란

부끄러움 없이 당신을 해후할

느낌표만 남았습니다.

(김소엽·시인, 1944-)

+ 이제 와 우리 죽을 때에

하느님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제 남은 길이 아무리 참혹해도

다 받아들이고 그 길을 따를 테니

제가 죽을 때 웃고 죽게만 해 주세요.

다른 거는 하나도 안 바랄게요.

그때가 언제라도 좋으니

˝저, 잘 놀다갑니다.˝

맑은 웃음으로 떠나게만 해 주셔요.

저도 제 사랑하는 이들께

삶의 겉돌기나 하는 약속 따윈 하지 않을게요.

오직 한가지만 다짐할게요.

우리 죽을 때 환한 웃음 지으며 떠나가자고

˝고마웠습니다. 저 잘 놀다갑니다˝

그렇게 남은 하루하루 남김없이 불살라가자고.

(박노해·시인, 1958-)

+ 그날이 왔을 때

놀이터에서 어린아이가

모래 장난을 한참 하다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 즈음

엄마 목소리를 듣고 손에 묻은 모래를

탁탁 털고 기쁘게 달려가는 모습처럼,

제가 이 세상 삶을 떠나야 할 때

이런 모습으로 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삶 안에서 강한 애착 집착을 보이는

제 모습을 보면

막상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날이 왔을 때

떠나지 못해 울고불고 손놓지 못하면

그 모습 때문에 얼마나 더 아플까…

많이 두렵답니다.

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은 것처럼

더욱더 사랑할 수 있기를

주님께서 온통 내 안을 차지하시기를

두 손 모읍니다.

(작자 미상)

+ 오 로사리오

오 로사리오,

마리아가 축복하신

감미로운 구슬

우리를 하느님과 만나게 하고

천사들과 하나 되게 이어주는

사랑의 고리

지옥의 공격에 맞서는

구원의 탑

모든 난파선에 안전한 항구인

너에게서 나 이제 더 이상

벗어나지 않으리라.

죽음의 순간에

너는 우리의 힘

우리 죽을 때에

우리 삶의 마지막 입맞춤을

너에게 바치리라.

(바르톨로 롱고)

+ 마지막 손님이 올 때

올해도 많은 이들이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주님

눈물의 샘이 마를 겨를도 없이

저희는 또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떠난 이들의 쓸쓸한 기침 소리가

미루어둔 기도를 재촉하곤 합니다

어느 날 문득

예고 없이 찾아올 손님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아직 살아 있는 저희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헤아려 볼뿐입니다.

그 낯선 얼굴의 마지막 손님을

진정 웃으면서 맞이할 수 있을까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가

상상보다는 어렵더라는

어느 임종자의 고백을 다시 기억하며

저희 모두 지상에서의 남은 날들을

겸허하고 성실한 기도로 채워가게 하소서

하루에 꼭 한번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화해와 용서를 먼저 청하는

사랑의 사람으로 깨어 있게 하소서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듯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지혜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당신의 은총 없이는

죽음맞이를 잘할 수 없는

나약하고 어리석은 저의

믿음 또한 깊지 못해

깊은 회개를 미루는 저희입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의 죽음을

오늘도 함께 봉헌하며 비옵니다.

삶과 죽음을 통해서

빛과 평화의 나라로

저희를 부르시는 생명의 주님

당신을 향한 날마다의 그리움이

마침내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부활의 기쁨으로 열매맺게 하소서.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화려하게 꽃피는 봄날이 아니라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가을이 되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사고나 실수로 나를 찾아오지 않고

허락하신 삶을 다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하늘은 푸르고 맑아

내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평안하고

행복한 날이 되게 하소서

늙어감조차 아름다워 추하지 않고

삶을 뒤돌아보아도 후회함이 없고

천국을 소망하며 사랑을 나누며 살아

쓸데없는 애착이나 미련이 없게 하소서

병으로 인하여 몸이 너무 쇠하지 않게 하여 주시고

가족이나 이웃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기력이 있고 건강한 때가 되게 하소서

나의 삶에 맡겨주신 달란트를 남기게 하시고

허락하신 사명을 감당하게 하시며

가족과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고 베풀며 살게 하소서

죽음이 나에게 찾아오는 날은

주님의 구원하심과 죄의 용서하심과 사랑을

몸과 영혼으로 확신하는 날이 되게 하소서

가족들에게 웃음 지으며

믿음으로 잘 살아가라는 말과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을 남기게 하소서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순간 고요히 기도 드리며

나의 영혼을 주님께 맡기게 하소서

(용혜원·목사 시인, 1952-)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죽음 묵상 시 모음>

<죽음 묵상 시 모음> 작자 미상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외

+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오늘부터 계속해서 하느님께서 원하실 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으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곳에서,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

내 말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그대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죽음은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곳에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올 것입니다.

우리의 누이, 죽음이여,

환영하노라!

(작자 미상)

+ 죽음 앞에서

태어난 것이 나요

죽는 것이 나인데

사는 것은 정녕 나인가?

(작자 미상)

+ 죽어서

장군은 칼이 되고

제왕은 능이 되고

부자는 울타리 되고

가난은 돌이 되고 모래가 되고

나는 구름이 되어

좋은 바람 만나 천릿길 가리

무덤에 타는 풀잎에 비나 되리

(김광섭·시인, 1905-1977)

+ 고인돌

죽음이 너무나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눌러 두었다.

그의 귀가 너무 밝아

들억새 서걱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한 잠이 들도록

돌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천년을 견딜 수 있겠는가.

(염창권·시인, 1960-)

+ 마지막 지상(地上)에서

산까마귀

긴 울음을 남기고

해진 지평선을 넘어간다

사방은 고요하다!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의 넋이여,

그 나라의 무덤은

평안한가.

(김현승·시인, 1913-1975)

+ 진흙의 사람

아일랜드에서는 이런 점을 친다지

접시에 반지, 기도서, 물, 진흙, 동전을 담아

눈을 가린 술래에게 하나를 집게 하는데

반지를 집으면 곧 결혼하게 하고

기도서를 집으면 수도원에 가게 되고

물을 집으면 오래 살게 되고

진흙을 집으면 곧 죽게 되고

동전을 집으면 엄청난 부자가 된다지

내가 집어든 것은 진흙,

차갑고 축축하고 부드러운 질감이

손끝에 느껴질 때

그것이 죽음이 만져지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조금 놀라기도 하지

그러나 우리는 오래 전 진흙으로 빚어진 사람,

아침마다 세수하면서 그 감촉을 느끼곤 하지

물로 씻어낼 때마다 조금씩 닳아가는 진흙 마스크를

잘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루를 시작하지

아일랜드에 가지 않아도

반지, 기도서, 물, 진흙, 동전을 담은 접시는

식탁이나 선반 위에 늘 놓여 있지

내가 집어든 것은 진흙,

그것으로 빚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고

진흙이 마르는 동안 갈라지는 슬픔 또한 기다리고 있으니

나는 눈 어두운 진흙의 사람,

그러니 내 손이 진흙을 집어들더라도

부디 놀라지 말기를!

가렸던 눈을 다시 뜬다 해도

나는 역시 한 줌의 진흙을 집어들 것이니!

(나희덕·시인,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 영정(影幀)의 말

일평생 독신을 고집하다

불치의 병을 얻어 떠나는 61세의 영혼

후손 없는 영안실은 썰렁하기만 한데

저승의 문턱 넘어가면서도

눈부신 미소로 웃고 있습니다

저토록 아름다울 수가 ……

그때 눈빛 마주친

영정 안의 망자가 입을 열어 전해줍니다

덧없는 인생 살아 있을 동안

후회 없이 사랑해야 한다고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기회 있을 때

행복의 숲길 자유롭게 걸어야 한다고

생생하게 전해들은 망자의 말

이 세상에 꼭 한 사람

그대에게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붉은 해 서산에 지고 있습니다

어둠 찾아오기 전

별빛 사라지기 전

뜨겁게 사랑하십시다

(손희락·평론가 시인, 대구 출생)

+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조문(弔問)을 가면

침묵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어라

‘오늘은 내 차례요, 내일은 네 차례다’

무례치 않다면 관속에 누운 시신을 보라

한줌 흙으로 먼지로 돌아갈 한낱 물체이더냐

몸을 형성하던 원소들이 바로 너였더냐

값으로 환산되는 몇 푼 안 되는 물질이었더냐

모든 존재의 마지막 돌아가야 할 원형인 흙은

화해와 용서로 하나 되는 제단인 것을

네 장례식에 참여한 친인척과 벗들은

그들은 너에게 누구인가

너는 지금 그들에게 무엇인가

한 사람이 가고 나면 음영(陰影)도 없지 않는가

그대 있었기에 그만큼 세상은 밝았고

그대 숨결이 우리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너는 밤이면 어김없이

우리 인생 여정의 밤길을 비추는

반짝이는 한 별로 떠 있고 싶을 게다

(김홍언 요한 보스꼬·신부)

+ 언젠가는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조은·시인, 1960-)

+ 어머니는 수의를 거풍시키신다

환하게 피워 올린 목련꽃 옆에서

빨랫줄에 걸린 흰옷이 펄럭인다

어머니는 일 년에 한 번씩

수의를 거풍시키신다

서랍 속에서 꽃 피우길 기다렸다가

바지랑 끝에서 날리는 삼베 조각들

한때 꽃이던 시절 있었다고

준비해둔 수의를

봄날마다 목련 꽃잎과 견주시면

안동포 조각들이 목련 빛으로 물이 든다

변변한 옷 한 벌 없이 사시다가

큰 맘 먹고 구입하신

평상시엔 입지도 못하는 옷,

꽃이 진 자리에서

더욱 빛나는 당신은

앙상한 손길로

남은 생을 미리 다독이신다

수의가 내다 걸린 하늘가

적멸로 가득차다

(김선호·시인, 충남 공주 출생)

+ 닿고 싶은 곳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들은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리다가

입술을 대고 싶은 슬픈 땅을 찾는다.

죽지 못하는 것들은 다 서 있다.

아름다운 듯 서 있다.

참을 수 없는 무게를 들고

정신의 땀을 흘리고 있다.

(최문자·시인, 1947-)

+ 아버지의 팔자

‘야들아, 나는 가만히 앉아서 먹고 자고 테레비나 보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팔자가 상팔자다’던 아버지

그 좋은 팔자 2년도 지긋지긋했던 모양이네

온 식구들 불러모아 놓고

사돈에 육촌아재까지 불러놓고

그것도 부족해서 내 친구들까지 죄다 불러놓고

큰 홀 빌려서 사흘 밤낮 잔치를 베푸시네

배포 큰 우리 아버지

우리에게 새 옷도 한 벌씩 척척 사주고

아버지도 백만 원이 넘는 비싼 옷으로 쫘-악 빼 입으시고

한 번도 타보지 못했던 리무진까지 타시고

온 식구들 대절버스에 줄줄이 태우고

수원 찍고 이천으로 꽃구경까지 시켜주시네

간도 크셔라 우리 아버지

이천 만원이 넘는 큰돈을

삼일만에 펑펑 다 써버리고

우리들 볼 낯이 없었던지

돌아오시질 않네

잔치는 끝났는데…

아마도 우리 아버지 팔자 다시 고쳤나 보네

(김나영·시인, 1961-)

+ 돌아간다, 돌아온다

계절이 돌아온다

사람이 돌아온다

일하러 나갔던 가장이 저녁이면 집으로 들어오고

학교로 일터로 나갔던 아이들 밤이면 어김없이 들어온다

돌아간다,

아버지 고향에 묻히시고

추석에 찾고, 봄이 돌아와 기일에 찾은 무덤가

제비꽃, 조개나물, 구슬봉이 봄맞이꽃

앙증맞게 지상 위로 돌아와 자식보다 먼저 앉아 있다

아버지는 먼저 가신 큰 아버지 곁, 작은 아버지 곁,

하나님 아버지 곁으로 돌아가 계시니

세상 살다 가는 것 두려움도 아쉬움도 없겠다

모두 돌아가고 돌아오는 길가에 우리가 있으니

산으로 물로 하늘로 돌아가는 것

오늘 또 어느 산자락에 무슨 꽃은

이 계절을 찾아와 피어 웃고 있을까

돌아가는 길, 돌아오는 길가에

그저 한 송이 꽃과 눈 맞추고 싶은 봄날

한 생각 위로 구름이 소리없이 제집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구꾹, 꾸꾹 산에서 들리던 새 소리는 또

어느 숲 휘어진 길을 따라가고 있을까

(김영림·시인)

+ 누구든 떠날 때는

누구든 떠날 때는

한여름에 모아둔 조개껍질이 가득 담긴 모자를 바다에 던지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사랑을 위하여 차린 식탁을 바다에다 뒤엎고

잔에 남은 포도주를 바다 속에 따르고

빵을 고기떼들에게 주어야 한다

피 한 방울 뿌려서 바닷물에 섞고

나이프를 고이 물결에 띄우고

신발을 물 속에 가라앉혀야 한다

심장과 달과 십자가와, 그리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을

언제 오는가?

묻지는 마라.

(Bachmann)

+ 어떤 식목

사각의 관(棺) 하나를 땅에 심었네 슬픔은 모르는 척 한줌의 흙으로 던져졌네 사람들은 몸 속에서 투명한 울음을 꺼내 골고루 뿌려주었네 그의 생은 흠뻑 젖었네

한 장의 햇살이 달려왔네 그의 생애를 따뜻하게 덮어주었네 그는 작은 씨앗 하나로 돌아갔네 그 씨앗 속에 혼돈과 좌절과 영광으로 우거진 거대한 숲이 밀봉되어 있네

(손순미·시인, 1964-)

+ 죽음을 바라보며

제게 손을 놓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이승의 삶을 부여잡으려는 저의 환상과

두려움과 집착과 열망을

당신은 너무나 잘 알고 계십니다.

저는 믿습니다.

당신께서 보시기에 가장 좋을 때

당신께서 저를 부르실 것이라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당신 사랑이

제가 미처 끌어안을 수 없는 기쁨을

제게 마련하시리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저의 모든 잘못들을 용서하시리라는 것을.

그런데, 그런데, 아직도

부서진 장난감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아이처럼

저는 손을 놓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알지 못하고 낯선 까닭에 무섭습니다.

당신이 제게 빛을 약속하신 그곳에서 저는 단지 어두움만을 바라봅니다.

참 삶이 시작되는 그곳에서

저는 단지 삶의 끝장만을 바라봅니다.

당신은 저의 인간적인 집착을 이해하십니다

저의 불완전한 감각을 이해하십니다.

저를 지으시고 자라게 하신 분은 바로 당신이시기에

제게 느낌과 환상을 주신 분도 바로 당신이시기에

당신은 보고 계십니다.

제가 붙잡혀서, 이끌려서

제가 알지 못하는 길을 따라 걸어가야 함을

저의 기력은 쓰러지고

저의 총명도 소용이 없습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저와 함께 갈 수 없습니다.

당신만이, 오로지 당신만이

끝없는 사랑이시기에

늘 그러하셨듯이 제 곁에 함께 계실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고독한 여정의 황혼에서,

당신께서 저를 붙잡으시고

저를 이끄시며,

저를 받아들이시고

저의 부서진 형체를 다시 맞추실 것입니다.

당신 앞에

저는 아무런 비밀이 없습니다

두려움이나 부족한 답변을 감추지 않습니다

이상하게도

약함과 힘없음과 두려움이

당신 앞에서는 아무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 것도 부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다시 태어나기를 원합니다.

당신 팔 안에 잠들기를 원합니다.

그리하여, 영원한 빛 안에서 깨어나기를.

저는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하느님, 무한히 자비하신 나의 하느님

저는 믿습니다.

사랑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눈이 볼 수 없고

귀가 듣지 못하는 것을

당신께서 죽음 너머에 저를 위해 마련해 놓으신 것을.

당신의 이름 안에

저는 내어놓습니다. 생의 남은 시간을.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여기 대령하였나이다!

저의 마지막 여정에 내내 함께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영원히 당신과 함께 머무를 집으로.

(작자 미상)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문학과 사람들 > 커뮤니티 > 좋은글 >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 외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 외 도토리 2013.09.13 15:20:56 조회 7,409 댓글 0

<죽음 묵상 시 모음> 도스토예프스키의 ‘죽음’ 외

+ 죽음

나는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나는 왜 내가 존재하는지, 내가 어떤 소용이 있는지도 모른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가장 모르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죽음이다.

(도스토예프스키·러시아 소설가, 1821-1881)

+ 죽음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나는 내가 죽음이라는

속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세월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늙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육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병도 피할 수 없습니다.

내가 지금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집착하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버려야 할 것들입니다

(틱낫한·베트남 승려, 1926-)

+ 귤꽃 앞에서

어떤 시인은 죽음을 일러

모차르트를 더 이상 못 듣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이 아침 나도

한 그루 귤나무 앞에서 아부한다

죽음은

나로부터 네 향기를 앗아간 것이라고…

(임보·시인, 1940-)

+ 꿈의 귀향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조병화·시인, 1921-2003)

+ 명멸

하늘에서 별 하나 사라졌다

성냥개비 하나 타오를 만큼

짧은 시간의 명멸(明滅)

사람들 꿈꾸며 바라보던 그 별이다

아이들도 바라보며 노래하던 그 별이다

누구도 슬퍼하지 않았다

울지 않았다

다만 몇 사람 시무룩이

고개 숙였다 들었을 뿐이다

(나태주·시인, 1945-)

+ 신의 은총

여명의 햇살로 왔다가

노을로 지면서

생을 마감하는 것

사함 받지 못한 잘못도

탕감 받지 못한 빚도

깨끗이 청산이 되는 관문

회한을 잊고

용서와 화해의 끈이 되어

인간의 기억 속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사랑뿐

남은 자는

먼저 간 자의 제자가 되어

살아볼 만한

생의 의미를 깨닫는 것

(한정숙·시인)

+ 예고 없는 죽음

주말 산행을 준비하던 그는

배낭을 짊어질 수 없는 운명임을 몰랐었다

정든 식탁에 앉아 발라내는 생선가시

최후의 기쁨임을 몰랐었다

이 세상에 올 때는

자궁 여는 긴 시간 필요했지만

떠날 때

찰나의 비명이면 충분하였다

먹구름 덮지 않아도

종말의 비 천장에서 퍼붓고

그 비에 젖지 않을 영혼

아무도 없었으니

오늘 눈을 감기 전

발걸음 굳어버리기 전

사랑하는 이 손을 잡고

숲 속에 피어있는 들꽃 보러가자

(손희락·평론가 시인, 대구 출생)

+ 낡아지지 않는 주머니를 만들라

불에 타면 한 줌의 재요

땅에 묻히면 썩어 한 줌의 흙인 것을

뭘 그리도 움켜잡으려 하십니까.

움켜 쥔 주먹을 풀어 돌리면

낙원이 꽃피고,

지구 표피에서 얻은 것을 함께 나누면

훗날 그리로 귀환할 때

우주와 함께 웃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값진 보화도 쌓이면 썩고

재화에 눈먼 이는

죽음이 다가와 그것을 털려 할 때

뼈아픈 후회밖에 없을 것입니다.

울면서 온 생을

웃으면서 가볍게 떠나고 싶습니까

좀 벌레가 쏠거나

도둑도 넘보지 못할

영원히 낡아지지 않는 주머니를 만드십시오.

(고진하·목사 시인, 1953-)

+ 이제 와 우리 죽을 때에

하느님 한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제 남은 길이 아무리 참혹해도

다 받아들이고 그 길을 따를 테니

제가 죽을 때 웃고 죽게만 해 주세요.

다른 거는 하나도 안 바랄게요.

그때가 언제라도 좋으니

“저, 잘 놀다갑니다.”

맑은 웃음으로 떠나게만 해 주셔요.

저도 제 사랑하는 이들께

삶의 겉돌기나 하는 약속 따윈 하지 않을게요.

오직 한가지만 다짐할게요.

우리 죽을 때 환한 웃음 지으며 떠나가자고

“고마웠습니다. 저 잘 놀다갑니다”

그렇게 남은 하루하루 남김없이 불살라가자고.

(박노해·시인, 1958-)

+ 영구차를 타고 가며

찬송가는 요단강을 몇 번 건너고

차는 지상의 신호등에 자주 걸린다

하늘나라 가는 길에도 딱지 떼냐며

취기 돈 문상객 운전사를 독촉하더니

나이가 들면 영혼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치매 걸린 할머니 오래 모셨던 아버지는

이제 교회 안 나간다는 농담에

잠깐 웃음자락 펄럭이고

누워 있는 망자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

영혼의 무게 달아주며 차는 달린다

아, 차라리

망자의 시신을 머리 위에 실을 수 있었더라면

이 순간

죽음에 대한 생각은 굵고

삶은 다닥다닥

고목에 핀 매화이련가

(함민복·시인, 1962-)

+ 사랑만 있다면 인생은 기적입니다

헛된 시간 동안 영원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깊은 밤 차갑고 외로운 침대에 누워

평화와 힘을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알고 싶습니다. 제가 살 수 있을까요?

가슴에 한줄기 희망을 품고서 기다려 봅니다.

저는 힘겹게 싸우고 있습니다.

믿음도 차츰 사라져 갑니다.

무척 혼란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죽음이 가까이 왔습니다.

누구라도 상관없습니다. 이렇게 간절히 애원합니다.

따뜻한 손으로 떨리는 제 손을 잡아주세요.

사람에게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그건 사랑일 겁니다.

사랑이 없다면 인생은 얼마나 삭막하고 무의미할까요.

그러나 사랑만 있다면 인생은 기적입니다.

사랑만 있다면 인생은 온통 아름다운 빛깔입니다.

(뇌종양에 걸려 투병 중이던 ‘크리스’라는 아이가 죽기 2주일 전에 적은 글)

+ 지는 꽃의 말

나는 이제 죽어요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요

그런데 나는 죽지 않아요

누군가의 맘속에 살아 있을 테니까요

나는 죽음이

조금도 두렵지 않아요

평온한 마음으로

나의 죽음을 받아들여요

한번 피었으니

한번은 지는 것!

이 자연스러운 생명의 이치에

고분고분 따라요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삶과 죽음에 관련된 시 모음]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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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정지용

유리에 차고 슬픈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양 언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디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琉璃를 닥는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흔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山ㅅ새처럼 날러 갔구나!

(朝鮮之光, 89호, 1930.1)

유리는 투명하지만 결코 그 너머로 투과될 수 없는 벽이다. 열없이 붙어서서 부모가 자식의 유골함을 문지르듯 하염없이 유리를 닦아내는 화자는 얼마나 간절히 유리를 투과하고 싶었을까. 간절한 이들은 손에 잡히는 것을 문지른다. 마법램프를 문지르는 이의 마음은 얼마나 간절했기에 그 속에서 나올 요정 지니를 상상했겠는가. 죽은 자식을 생각하며 썼다는 이 시는 산새처럼 날아간 모든 것들에 대한 추모시이다. 닦아내고 또 닦아내어도 줄지 않는 슬픔을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 외로운 밤 홀로 버둥대는 한 인간의 노력이다.

아이유의 러브포엠_youtu.be/kcx0a2OAhN0

날아가는 모든 것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

신경림

내 몸이 이 세상에 머물기를 끝내는 날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 나갈 테다

나를 가두고 있던 내 몸으로 부터

어둡고 갑갑한 감옥으로 부터

나무에 붙어 잎이 되고

가지에 매달려 꽃이 되었다가

땅속으로 스며 물이 되고 공중에 솟아 바람이 될테다

새가 되어 큰곰자리 전갈자리까지 날아올랐다가

허공에서 하얗게 은가루로 흩날릴 테다

나는 서러워하지 않을 테다

이 세상에서 내가 꾼 꿈이

지상에서 한갓 눈물자국으로 남는다 해도

이윽고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때 가서 다 잊는다 해도…

유리창이 ‘나’가 아닌 존재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라면, 눈은 ‘나’의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담담한 자세의 시라고 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죽음은 필연적이다. 추모와 슬픔은 살아있는 이들의 몫이고, 죽음은 온전히 나 자신의 것이다. 모든 죽음은 마침내 잊힌다. 살아가며 우리는 수많은 자국들을 남기지만, 결국 자국은 남고 우리는 스러진다.

필연적인 것을 서러워하지 않는 태도. 그것만이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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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시학’은 그를 여전히 살아있는 시인으로 만들었다

[거대한 100년 김수영] 24 죽음

늘 죽음에 둘러싸여서도

피하지 않고 깊게 성찰

독창적인 해석으로

그만의 시학 완성해

<문학예술> 1957년 4월호에 실린 김수영 시 ‘눈’ 발표본. 맹문재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일상을 살아가면서 대체로 죽음을 멀리한다. 물론 가까운 이들이나 자신에게 다가온 죽음을 보면서 죽음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이내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현대 사회 자체가 죽음조차 ‘거부당한 죽음’으로 만들면서 사람들을 무한한 속도전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문단에 등장하여 1968년에 생을 마감한 시인 김수영은 늘 죽음에 둘러싸여 있었다. 김수영의 형들은 모두 아주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았고 아우 중에서는 6·25 전쟁 중에 행방불명된 이도 있었다. 김수영 자신도 의용군에 들어갔다가 죽음의 한계상황까지 갔고, 이후 2년간 포로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죽음의 고비를 겪었다. 그뿐만 아니라 김수영은 교통사고라는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런데 김수영은 자신을 둘러싼 죽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깊이 성찰하면서 죽음의 시학을 완성하였다.

김수영 시론의 특이한 점은 현대시의 모더니티를 말할 때나 참여시를 내세울 때나 모두 죽음을 중심으로 해명한 점에 있다. 김수영은 “모든 시론은 이 죽음의 고개를 넘어가는 모습과 행방과 그 행방의 거리에 대한 해석과 측정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였고, “모든 시는―마르크스주의의 시까지도 합해서―어떻게 자기 나름으로 죽음을 완수했느냐의 문제를 검토하는 방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상 ‘‘죽음과 사랑’의 대극은 시의 본수(本髓)―1967년 10월 시평’)라고 하였다. 그는 현대시 모더니티의 중요한 요인으로 죽음을 들었으며, “참여시 같은 것을 볼 때, 그것이 죽음을 어떤 형식으로 극복하고 있는지에 자꾸 판단의 초점이 가게 된다”(‘참여시의 정리―1960년대의 시인을 중심으로’)고 하였다.

그러면 김수영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였던 것일까? 김수영은 죽음을 우선 삶에 대한 각성의 계기로 삼았다. 이 점은 그의 초기 시 ‘공자의 생활난’에 잘 나타나고 있다. 이 시에서 그는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과 사물의 생리와/ 사물의 수량과 한도와/ 사물의 우매와 사물의 명석성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죽음은 ‘바로 봄’에 대응한다. 이 시는 공자의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는 말에 대한 패러디인데, 사물을 “바로 보마”라고 한 진리에의 의지는 “나는 죽을 것이다”라는 결단과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다.

<사상계> 1960년 3월호에 실린 김수영 시 ‘파리와 더불어’ 발표본. 맹문재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잊지 말라’는 의미의 전통을 찾아보면서 그가 보고자 한 것 역시 죽음에 비추어 본 삶이었다. 가령 성서에서 “그대는 흙이니라, 머지않아 그대는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하거나 “삶의 한복판에서 우리들은 죽음에 둘러싸여 있다”고 한 것, 이집트에서 잔치를 베푸는 자리에 미라나 사람의 해골을 갖다 놓은 습관, 로마 장군들이 개선 행진 때 전차에 노예를 태워 끊임없이 죽음을 환기하게 한 관습 등과 같은 메멘토 모리 전통을 김수영은 “끊임없이 각성된 생명을, 끊임없는 새로운 출발을 독려”(산문 ‘죽음에 대한 해학’)하는 의미로 이해하였다.

이처럼 김수영에게 죽음은 삶을 깨어 있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어떻게 잘 죽느냐―이것을 알고 있는 시인을 “깨어 있는” 시인이라고 부르고, 이것을 완수한 작품을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작품”(이상 ‘‘죽음과 사랑’의 대극은 시의 본수’)이라고 하였다. 그가 “정신이 집중될 때가 가장 멋있는 순간”이라면, “죽는 때가 가장 멋있는 때”(이상 산문 ‘멋’)가 된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죽음이라는 전제를 놓지 않고서는 온전한 형상이 보이지 않으며”, “모든 것과 모든 일이 죽음의 척도에서 재어지게 된다”(이상 산문 ‘나의 연애시’)고 생각하였다.

‘신시론’ 동인 제2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도시문화사, 1949년 4월)에 실린 김수영 시 ‘공자의 생활난’ 발표본. 맹문재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김수영은 현대에 거부당한, 그래서 사라진 죽음을 일상 곳곳에서 찾고자 하였다. 김수영은 “등지고 있는 얼굴이여/ 주검에 취한 사람처럼 멋없이 서” 있는, “무엇을 향하여서도 무관심”한, “내 앞에 서서 주검을 가지고 주검을 막고 있”는 병풍(이상 ‘병풍’)에서도 죽음의 그림자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또한 ‘눈’에서는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고 하여 우리가 죽음을 잊지 않기를 바랐다. 김수영은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파리 소리에서도 죽음의 흔적을 보는데, 이것은 그 자신이 “파리의 소리 없는 소리처럼” “죽어가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상 ‘파리와 더불어’)이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수영은 점차 죽음이 새로운 생성을 낳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조그마한 꽃잎들의 죽음 속에서도 죽음이 끝없이 거듭되는 것을 본다. “사실은 벌써 멸(滅)하여 있을 너의 꽃잎 위에/ 이중의 봉오리를 맺고 날개를 펴고/ 죽음 위에 죽음 위에 죽음을 거듭하리”(‘구라중화’). 이렇게 죽음은 끝없이 지속되며, 그것은 다시 “낡은 것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는 순간”(산문 ‘생활 현실과 시’)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김수영에게 죽음은 더 이상 공포나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가령 그는 누이의 방에 오래도록 걸려 있는, 오래전에 죽은 “‘동생의 사진’을 보고” “몇 번이고 그의 진혼가를 피해 왔다”고 하였지만, 마침내 죽은 동생의 사진을 “곰곰이 정시(正視)하면서” “우스운 것이 사람의 죽음이다/ 우스워하지 않고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죽음이다”(이상 ‘누이야 장하고나!’)라고 토로할 수 있게 된다. 죽음이 끝이 아니기에, 새로운 생성을 낳기에 김수영은 죽음 앞에서도 웃을 수 있으며, ‘해탈’을 말할 수 있다.

<문학춘추> 1965년 2월호에 실린 김수영 시 ‘말’ 발표본. 맹문재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시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시 역시 죽음을 통해 새로워질 수 있다. 김수영은 시의 감동은 새로움에서 올 수 있는데, 이 새로움은 기존의 것을 허물고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죽음으로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전 시의 내용과 형식이 죽음을 통해 새로워지고 자유로워질 때, 현대시의 모더니티도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수영이 죽음에 대해 가진 또 다른 사유는 죽음이 ‘나’의 한계를 넘어서게 한다는 점이다. 그는 죽음이 나를 타자로, 공동체로 이끌어간다고 보았는데, 이러한 사유는 참여시의 논리적 근거가 되었다. 1960년대에 들어 김수영은 이제 현대시는 개인의 신념이 아니라 인류의 신념을, 관조가 아니라 실천의 단계를 밟아 올라가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죽음의 실천”, “image의 순교” 등을 거론하였다.(산문 ‘새로움의 모색―쉬페르비엘과 비어렉’)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우주의 주인으로 여기고 나의 생명에만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일부 사상가와 비평가들은 현대에 절대적인 가치로 신뢰해온 자아의 의미를 부정하고자 죽음의 사유에 주목하였고 ‘작가의 죽음’을 내세웠다. 김수영이 현대시의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면서 “죽음의 실천”을 내세운 것도 이러한 흐름선상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는 여기서 나아가 이미지의 죽음, 언어의 죽음을 내세우면서 죽음의 시학을 구체화하였다.

김수영이 번역해 1968년에 존 파울스 소설 <콜렉터>(정종화 옮김)와 함께 신구문화사의 ‘현대세계문학전집’ 제1권으로 출간된 뮤리얼 스파크의 <메멘토 모리>. 작품 제목은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이다. 판권란에는 1968년 3월에 출간된 것으로 되어 있는데, 김수영 시인의 부인 김현경 여사는 김 시인이 1968년 6월15일 바로 이 작품의 번역 원고를 신구문화사에 전달하느라 외출을 했고 한밤중 귀갓길에 사고를 당해 숨진 것으로 기억한다. 맹문재 제공

이러한 김수영의 생각은 ‘말’에 잘 드러나 있다. 그는 이 시에서 “내 생명은 이미 맡기어진 생명/ 나의 질서는 죽음의 질서/ 온 세상이 죽음의 가치로 변해 버렸다”라고 하면서 나의 생명은 죽음의 가치에 속해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미지를 형성하는 시의 언어 역시 죽음의 언어라고 하였다. 그에게 시의 언어는 “죽음을 꿰뚫는 가장 무력한 말/ 죽음을 위한 말 죽음에 섬기는 말/ 고지식한 것을 제일 싫어하는 말/ 이 만능의 말/ 겨울의 말이자 봄의 말”이다. 그러기에 “이제 내 말은 내 말이 아니다”(‘말’). 시의 주체가 죽음을 통해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의 언어 역시 죽음을 통해 ‘나’의 언어를 넘어선다. 시의 주체나 언어 모두 죽음을 통해 나의 한계를 벗어나 타자로, 공동체로 나아간다.

김수영은 죽음이 삶을 각성시키고, 생성을 이어나가게 하고, 나를 공동체로 이어가게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죽음은 시의 제재, 시의 주체, 언어의 문제에까지 관련된다. 이 점은 김수영만이 지니고 있는 죽음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이라 할 수 있다. 김수영은 이러한 관점에 기초함으로써, 현대시의 모더니티를 말할 수 있었고, 참여시를 내세울 수 있었다. 김수영은 죽음의 시학을 완성하고 실천함으로써 오래도록 살아 있는 시인이 되었다.

이미순 충북대 국어교육과 교수

죽음에 대한 명언 모음 > 명언

본문

죽음에 대한 명언 모음

아래 명언을 반복하여 읽어라.

그러면 누구나 다 맞이할 죽음에 대하여 좀더 알게 되리라.

모든 일은 준비(準備)하고 사는 것이 상책(上策)이다.

죽음에 대해서 우리가 自明하게 아는 것은 다음 다섯 가지다.

① 누구나 죽는다.

② 순서가 없다.

③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다.

④ 대신할 수 없다.

⑤ 경험할 수 없다.

이 세상에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겨우살이 준비하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 다.

(톨스토이)

사람은 누구나 모든 사람들이 다 죽는다고 하면서도

자신은 죽지 않을 것처럼 생각한다.

(미상)

사람들은 죽는것을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을 알지 못하는 듯 미친 듯이 산다.

(리챠드 박스터)

죽음은 사람을 슬프게 한다.

삶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내면서도.

(바이런)

죽은 자를 위해 울지 말라.

그는 휴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상)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듯이 잘 산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한 알의 밀 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인 채로 남는다.

그러나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요한복음)

한 명의 죽음은 비극이요, 백만 명의 죽음은 통계이다.

(스탈린)

황금이 귀한 것이 아니다. 편안하고 즐거운 삶이 값진 것이다.

(명심보감)

훌륭하게 죽는 법을 모르는 사람은 한 마디로 살았을 때도

사는 법이 나빴던 사람이다.

(토마스 풀러)

참된 삶을 맛보지 못한 자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제이메이)

바른 법을 모르는 어리석은 자에게는 삶과 죽음의 길 또한 길고 멀다.

(법구경)

죽음을 찾지 말라. 죽음이 당신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완성으로 만드는 길을 찾아라.

(함마슐트)

죽음은 한 순간이며, 삶은 많은 순간이다.

(미상)

죽음이란 영원히 잠을 자는 것과 같다.

(소크라테스)

정당하게 사는 자에게는 어느 곳이든 안전하다.

(에픽테투스)

진실로 삶은 죽음으로 끝난다.

(부처)

아직 삶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

(논어)

산다는 것은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일이다.

(루소)

내가 아직 살아있는 동안에는 나로 하여금 헛되이 살지 않게 하라.

(에머슨)

봄철이 찾아들어 시절이 화창하면 꽃들도 한결 빛을 땅에 깔고

새 들도 또한 아름답게 지저귀나니, 선비가 다행히 이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 어 편안하게 지내면서도 좋은 말과 좋은 일을

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다면 비록 이 세상에서 백 년을 산다해도

하루도 살지 않음과 같으니라.

(채근담)

오늘의 문제는 싸우는 것이요, 내일의 문제는 이기는 것이며,

모 든 날의 문제는 죽는 것이다.

(위고)

석 자 흙 속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백 년의 몸을 보전하기 어렵고,

이미 석 자 흙 속으로 돌아간 뒤에는 백 년의 무덤을 보전하기 어렵다.

(명심보감)

사람은 혼자 나서 혼자 죽고, 혼자 가고 혼자 운다.

(무량수경)

인간은 울면서 태어나서, 불평하면서 살고, 실망하면서 죽어 가는 것이다.

(토마스 풀러)

삶을 깊이 이해하면 할수록 죽음으로 인한 슬픔은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톨스토이)

하나님이 부르실 때는 당신의 모든 소유를 버려야 한다.

(동유럽 유대인 격언)

수의(壽衣)에는 호주머니가 달려있지 않다.

(동유럽 유대인 격 언)

우리는 벌거숭이로 이 세상에 왔으니 벌거숭이로 이 세상을 떠나리라.

(이솝우화)

이별의 시간이 왔다. 우린 자기 길을 간다.

나는 죽고 너는 산다.

어느 것이 더 좋은 가는 하나님만이 아신다.

(소크라테스)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죽음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다.

(C.프로우먼)

죽음은 선에도 악에도 평등한 운명이요. 공동의 휴식처이다.

(에드먼드 스펜서)

죽음과 주사위는 모두에게 공평하다.

(사무엘 푸트)

죽음의 긴 잠은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해주고,

인생의 짧은 잠은 육체의 상처를 아물게 해준다.

(쟝 파울 리히터)

죽음이란, 노고와 고통으로부터의 휴식이다.

(키케로)

훌륭히 죽는 것을 으뜸가는 덕성이다.

그러나 단두대에 높이 서 있든, 싸움터의 앞장에 서 있든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인류를 위해 죽는 것이다.

(제임스 메튜 배리경)

죽음은 때로는 벌이요. 때로는 선물이며, 수많은 사람에게 은혜 였었다.

(세네카)

나는 나의 집을 떠나듯이 인생을 하직하는 것이 아니라,

여인숙을 떠나듯이 인생을 하직한다.

(키케로)

돌아오니 서산에 해지려는데 북소리 둥둥 내 목숨 재촉하네.

황천 가는 길엔 술집도 없다는데 오늘밤은 뉘 집에서 쉬어서 가리.

(성삼문)

새는 죽음을 당하면 그 소리가 슬프고,

사람은 죽음을 당하면 어진 말을 남긴다.

(증자)

죽음을 피하기보다 죄를 삼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토마스 아 켐피스)

죽음을 찾지 말라. 죽음이 당신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을 완성으로 만드는 길을 찾으라.

(함마슐드)

죽음은 나에게 괴롭지 않다.

나의 고통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팔라다스)

나온다. 운다. 그것이 인생이며, 하품한다.

간다. 그것이 죽음이다.

(송 드 샹세유)

명예스런 죽음은 불명예스런 생보다 나은 것이다.

(소크라테스)

사람이 어떻게 죽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다.

(제임스 보즈웰)

사망은 출생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비밀이다.

(아우렐리우스)

삶은 죽음의 동반자요, 죽음은 삶의 시작이니

어느 것이 근본인지 누가 알까?

삶이란 기운의 모임이다. 기운이 모이면 태어나고,

기운이 흩어지면 죽는다. 이와 같이 죽음과 삶이 같은

짝임을 안다면 무엇은 근심하랴.

(장자)

생이란 한 조각 뜬구름의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그 한 조각 뜬구름이 사라지는 것이다.

(기화)

우리는 단지 소작인에 불과하다.

조만 간에 대지주는 계약기간이 만기되었음을 통보할 것이다.

(죠셉 제퍼슨)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죽기 시작하고, 그 끝은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

(마닐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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